고두심 “엄마 전문 배우?… 어떤 역이든 맡겨만 주세요”

7년 만에 영화‘채비’출연…김성균과“찰떡 모자 호흡””
“배우로서 어떤 계획을 해본 적은 없어요.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고두심을 빼고 그 인물에 가까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연기 경력 45년의 배우 고두심은 그동안 안방극장에서 다양한 엄마 역할을 맡으면서 ‘국민 배우’로 자리 잡았다. 2~3년에 한 번씩 연극에도 출연하면서 드라마로 풀 수 없는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왔지만, 스크린에서는 유독 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영화 ‘채비’ 개봉을 앞둔 그는 31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젊은 시절부터 졸렬한 생각 때문에 영화를 꺼리다 보디 나이가 들어 쓸모가 없어져 버린 것”이라며 웃었다.
“대형 스크린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담는다는 것 자체가 공포스러웠어요.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긴 작업방식도 싫어 영화는 자꾸 기피하게 됐죠. 예전에는 가끔 제안이 왔는데 요즘은 하자는 사람도 별로 없네요.(하하) 물론, 영화에 대한 욕심은 아직도 있습니다.”
엄마 역 외에 하고 싶은 역할이 있느냐 질문에 그는 “나도 사실 젊은 시절 ‘아침에 퇴근하는 여자’라는 야한 영화에 출연한 적도 있고, 애마부인 역할을 제안받기도 했다”며 “어떤 역이든 줘보시라. 할 수 있다”며 웃었다.
그는 “친정엄마 역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우스운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악역보다는 선한 엄마 역을 주로 맡아왔다.
하지만 28년 전에는 드라마 ‘사랑의 굴레’에서 남편을 의심하는 신경질적인 아내 역으로 출연해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당시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질환자 연기를 잘했다며 상을 준다고 했는데 망설이다 거절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배우를 너무 빨리 늙히는 경향이 있다”며 중견 연기자가 맡을 역할이 제한적인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여자 배우들은 어느 시기만 지나면 할 수 있는 배역이 어머니밖에 없는 것 같아요. 우리 나이에도 충분히 감수성을 갖고 있는데 중장년층의 사랑을 그린 영화나 드라마는 찾아보기 힘들죠. 우리도 외국처럼 중장년층의 멜로를 그린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내달 9일 개봉하는 ‘채비’는 그가 7년 만에 출연하는 영화다. 장애아들을 둔 엄마 애순 역을 맡아 김성균과 모자지간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거뜬히 소화해내는 김성균을 보고 같이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한다.
두 사람은 “촬영 첫날부터 짜릿한 느낌이 올 정도로 모자로서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며 “진짜 가족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고두심이 장애아들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야 하는 엄마의 절절한 심정을 표현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면, 김성균은 아이처럼 해맑은 서른 살 발달 장애우 인규 역을 맡아 관객을 미소 짓게 만든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인규는 아이돌 출신 배우가 맡을만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그 역을 맡으라고 해 놀랐다”며 “장애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여섯 살 아들의 모습도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채비’에 대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진심을 차곡차곡 쌓아서 기교 없이 담아낸 데서 오는 울림이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전 시나리오를 읽고 처음엔 너무 뻔한 스토리여서 재미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내가 읽더니 펑펑 울더라고요. 기교를 부리지 않고 정공법으로 담아낸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인 것 같아요. 진심은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죠.” (김성균)
“모든 게 너무 빨라진 현대 사회에서 한 템포 느리게, 따뜻하고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점 같은 영화예요. 온 가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고두심)
[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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