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강, 톤레삽 호수, 그리고 앙코르와트 비록 살고 있지만 정작 잘 알지 못했던, 첫사랑처럼 달콤쌉싸름한 나라, 캄보디아

인도차이나 반도는 아시아의 남동쪽에 위치한 반도이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타이, 미얀마 5개국이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다. 이들 나라는 반도를 관통하는 메콩 강을 매개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리적으로 인도와 중국 사이에 있다. 위치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인도 및 중국 문화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인도차이나 반도는 태평양과 인도양 사이에 놓여 있어 해양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하지만 타이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서구 열강의 식민지가 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인도차이나는 일반적으로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3개국을 가리키는데, 이들 세 나라는 19세기 후반 이후 프랑스 식민지로 있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하였다.
1920년대 말, 드넓은 황토색 메콩 강을 건너는 배 위에서 화교 재력가 청년의 눈길이 프랑스 소녀에게 가서 닿았다. 청년은 한 눈에 반했고 소녀는 남자의 재력에 끌렸다. 하지만 남자는 집안의 강요로 중국인 처녀와 결혼한다. 소녀는 프랑스로 돌아가는 배 위에 오르자 끝내 눈물을 터뜨린다. 함께 있을 때는 몰랐지만 눈에서 사라졌을 때 그게 사랑이란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제 노인이 된 소녀는 파리의 다락방에서 열여섯 소녀 시절의 첫사랑을 떠올리며 소설을 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아픔이 녹아 있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의 무대 메콩 강. 그곳에 가면 연인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메콩 강의 아픔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우기에는 메콩 강이 범람하면서 하류에 퇴적물이 쌓여 비옥한 땅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해마다 홍수 피해를 입기도 한다.
메콩, 기회의 강인가 분쟁의 강인가
강은 세상을 연결하기도 하지만 세상을 나누기도 한다. 중국의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한 메콩 강은 미얀마와 라오스의 경계선 위를 지나가고, 이어서 타이와 라오스의 경계를 이루며 흘러간다. 라오스와 캄보디아의 국경에 이르러서는 강물이 셀 수 없이 갈라져 휘돌아치다 일제히 내리 꽂힌다. 이곳이 바로 세계 최대의 계단식 폭포인 콘파펭 폭포(Khon Phapheng Falls)이다.
라오스의 어부가 바위 위에서 가느다란 줄에 의존한 채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급류를 향해 부채를 펴듯 그물을 던진다. 이런 장엄한 장면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메콩 강은 위태해 보이는 어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사정없이 용솟음치다 이내 제풀에 지쳐 기나긴 여정을 잠시나마 내려놓는다.
콘파펭에서 라오스와 작별한 메콩 강은 캄보디아 평원과 벗하며 흐르다 프놈펜에 이르러 톤레삽 강과 합류한다. 그러다가 프놈펜 남쪽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다. 동쪽으로는 주류인 메콩 강이 흘러가고, 서쪽으로는 지류인 바삭 강이 흘러간다. 4개의 강이 K자 모양을 하고 있어 이 지역은 ‘4개의 팔’이라고 불린다. 크메르어로 ‘짜토목’이다. 수도 프놈펜의 과거 지명이기도 하다.
베트남으로 흘러든 메콩 강은 남중국해로 들어가기 전에 9개의 강으로 갈라지는데, 베트남에서는 이를 ‘구룡강’이라고도 부른다. 바로 이곳이 메콩 델타(삼각주) 지역이다. 삼각주에는 넓고 기름진 평야가 형성되어 벼농사가 행해진다. 메콩 강 하류의 강폭은 무려 2km에 달한다.
메콩 강은 중국, 미얀마, 타이,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6개국을 흐르는 길이 4,020km에 달하는 강이다. 매년 홍수 때마다 메콩 강 지류를 통해 운반된 비옥한 토양과 열대 계절풍 기후 덕분에 메콩 삼각주에서는 쌀 삼모작을 한다. 또한 메콩 강 유역은 수력 자원과 석탄, 석유, 가스, 목재 등 천연자원의 보고여서 ‘기회의 땅’이라고도 불린다. 어획량도 풍부해 베트남의 단백질 공급 창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델타 주변에 형성된 열대 우림 지역은 관광객들을 깊은 밀림의 세계로 초대한다. 우거진 밀림의 좁은 수로를 쪽배를 타고 앞으로 헤쳐 나가면 밀림은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그런 아름답고 신비한 밀림과 강물이 인간의 손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
최근 메콩 강 개발을 둘러싸고 국가 간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다. 특히 메콩 강 상류에 위치한 중국이 여러 댐을 건설하여 외교적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유엔환경계획(UNEP)은 “중국이 댐을 건설하여 메콩 강의 흐름이 바뀌고 수질이 악화되고 있으며 생물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메콩 강 중상류 지역인 라오스에서도 댐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상류의 댐 건설로 영양분을 지닌 토양이 하류로 내려오지 못해 메콩 강 주변의 토양이 척박해지고 있다. 또 밀물 때 강으로 올라왔던 바닷물이 썰물 때 내려가지 못해 강 주변은 소금기 가득한 땅으로 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벼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지역 주민에게 바다새우 양식을 권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타이 4개국은 메콩강위원회(MRC)를 구성해 메콩 강 하류의 수자원 개발을 조정하고 있다. 주변 국가들의 에너지 수요와 강의 보전에 대한 상호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이다. 앞으로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 메콩 강 유역은 ‘분쟁의 불씨’가 될 수도 있고, ‘풍요의 땅’이 될 수도 있다.

캄보디아의 거대한 물주머니, 톤레삽 호수
‘킬링필드’로 알려진 쓰라린 역사를 지닌 캄보디아. 비극은 폴 폿이 이끄는 급진적인 공산 무장 단체인 크메르 루주가 1975년 수도인 프놈펜을 점령하면서 시작되었다. 사회주의 개혁을 이루겠다던 이들은 오히려 폴 폿 정권에 반대하는 150만 여 명의 캄보디아 시민을 학살했다. 아직도 캄보디아 곳곳에는 희생당한 캄보디아 시민들의 백골이 탑 속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 아픔을 달래 주듯 메콩 강이 캄보디아를 어루만지며 가로지른다. 메콩 강과 합류하는 톤레사프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동양 최대의 호수 톤레삽과 마주하게 된다.
남서계절풍이 불어오는 우기(4월~9월)에는 남중국해로 빠져나가지 못한 톤레삽 강이 지대가 낮은 톤레삽 호수로 흘러들어 호수의 면적이 건기(10~3월) 때의 여섯 배까지 불어난다. 메콩 강이 범람할 때 톤레삽 호수는 육지 속의 바다가 될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다.
톤레삽 호수에는 수많은 수상 가옥과 선상 가옥이 흩어져 있다. 수상 가옥은 고정식이고, 선상 가옥은 말 그대로 배 위에서 생활하는 이동식이다. 수상 가옥은 물에 떠오르게 만들어 놓았으므로 비가 와서 물이 불어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수상 가옥 위에서 밥 짓고 빨래하는 아낙들, 용케 물에 빠지지 않고 뛰어노는 아이들이 황토색 호수와 함께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수상 가옥에는 병원, 학교, 가게도 있다. 모든 생활이 수상에서 이루어진다. 톤레사프 사람들은 주로 어업에 종사하는데, 쪽배를 타고 관광선에 다가가 관광객에게 과일을 팔기도 한다.
황토색 물결 위에 선상 가옥이 둥둥 떠가는 풍경은 관광객에게는 이국적인 풍경이지만, 거대한 상수원이자 하수구인 호수 물을 이용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고난에 찬 터전일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개발로 인해 수질이 심각하게 나빠진 탓에 이곳 사람들도 항아리에 받은 빗물을 정수해서 마시던 옛 방식을 포기하고 물을 사 마시기 시작했다.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신비‘앙코르와트’
톤레삽 호수 북쪽에 위치한 씨엠립(Siem Reap)에는 앙코르 유적이 있다. 면적이 바티칸 시티의 46배에 달하다 보니 여행이 끝날 때는 수많은 사원 가운데 앙코르와트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앙코르 유적과 힌두교 신화에 대해 미리 공부해 놓지 않으면 돌아와서 돌덩이만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힌두교는 창조의 신 브라흐마, 유지의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시바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특히 시바 신은 원래 부와 행복을 상징하는 신이었으나 나중에 파괴의 신이 되었다. 스스로를 깨지 않으면 부와 행복도 얻을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람들은 시바 신이 지상에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왕이고, 왕은 신과 인간의 중재자라고 여겼다.
앙코르 유적지의 사원들 중 가장 장대한 앙코르와트는 왕을 신처럼 여기는 신앙 속에서 탄생한 종교적·정치적 산물이다. 앙코르(Angkor)는 ‘왕도’를 의미하고 와트(Wat)는 ‘사원’을 의미하므로 앙코르와트는 ‘왕도의 사원’이라는 뜻을 지닌다. 12세기 크메르 제국의 황제였던 수리야 바르만 2세(Suryavarman Ⅱ)는 영원한 신이 되고 싶어 자신의 유해를 안치할 사원을 세웠다. 이것이 바로 2만 5천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37여 년에 걸쳐 완성한 앙코르와트이다.
‘앙코르와트’의 앙코르(Angkor)와 “그 노래 한 번 더해!”의 앙코르(encore)는 스펠링도 뜻도 다르다. 하지만 앙코르와트의 앙코르는 오늘날 앙코르(encore)의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수백 년 전의 영광이 세계인을 가슴 뛰는 감동의 한가운데로 다시 불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앙코르와트의 정면은 서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해가 지는 서쪽에 사후 세계가 있다는 힌두교 교리에 따른 것이다. 앙코르와트는 위에서 봤을 때 거대한 직사각형 모양이다. 바깥쪽의 길이는 동서로 약 1,500m, 남북으로 약 1,300m나 되고, 높이는 약 65m에 이른다. 사원 중앙의 높은 탑 안에는 힌두교의 상징인 비슈누 신이 모셔져 있다.
앙코르와트는 상징으로 가득한 세계다. 둘레만도 6km에 달하는 이 사원의 중앙 탑은 우주의 중심인 수미산을 나타내고, 주위에 있는 네 개의 탑은 주변의 봉우리를 상징한다. 외벽은 세상 끝에 둘러쳐진 산을 의미하고 해자는 바다를 의미한다. 앙코르와트는 힌두교 사원이지만 불상도 많다. 14세기와 15세기에 불교가 유행하면서 불교도가 바라문교의 신상을 파괴하고 불상을 모셨기 때문이다.
크메르 제국은 9세기경에 등장했다. 원래 큰 강과 호수가 많은 나라지만 곳곳에 인공 저수지를 만들어 논농사에 활용했다. 덕분에 1년에 농사를 두세 차례 지을 수 있었다. 먹을 식량이 많아지니 나라도 부강해졌다. 앙코르 왕조는 9세기에서 15세기까지 600여 년간 인도차이나 반도 대부분을 다스렸다.
앙코르와트는 앙코르 왕조가 멸망하면서 400년이나 밀림 속에 묻혀 있었다. 유지의 신 비슈누가 모셔져 있어서 그런지 사원의 원형은 그대로 유지되어 다시 우리에게 ‘앙코르!’를 요청하기라도 하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메르 제국의 수도 앙코르는 통치의 중심지이기도 했지만 왕을 신처럼 떠받드는 숭배의 장소이기도 했다. 앙코르는 종교와 정치적 의도에 맞게 건설된 일종의 ‘계획 도시’였다. 왕들이 자신의 구미에 맞게 앙코르를 여러 번 재건해 웅장한 건축물이 수없이 생겨났다.

크메르의 미소‘바이욘’, 스펑나무의 위용‘타프롬’
앙코르와트에서 북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는 ‘거대한 왕도(王都)’라는 의미를 지닌 ‘앙코르톰’이 자리 잡고 있다. 자야바르만(Jayavarman) 7세는 참파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을 이룬 12세기 후반에 앙코르톰(Angkor Thom)을 재건했다. 전성기에는 인구가 100만 명에 달했다고 전한다. 같은 시대 영국 런던의 인구가 6만 명이었으니 앙코르 왕조가 얼마나 번성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앙코르톰의 남쪽, 북쪽, 서쪽에 출입문이 각각 하나씩 있고 동쪽에는 승리의 문과 죽은 자의 문 두 개가 있다. 남문을 통해 숲이 무성한 길을 따라 앙코르톰 한가운데로 들어가면 바욘(Bayon) 사원이 나온다.
거대한 바위산 모양의 불교 사원인 바이욘 사원은 앙코르와트에 이어 앙코르 유적의 백미로 꼽힌다. 바이욘 사원의 탑에는 관세음보살의 모습을 한 자야바르만 2세의 웃는 얼굴이 새겨져 있다. ‘크메르의 미소’ 또는 ‘앙코르의 미소’라고 불린다. 이는 부처와 동일시된 왕의 위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근처에는 바푸온(Baphuon) 사원, 코끼리 테라스, 레퍼왕 테라스(Leper King’s Terrace)가 있다.
앙코르톰에서 동쪽으로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타 프롬(Ta Phrom) 사원은 자야 바르만 7세가 앙코르톰을 건설하기 전에 어머니를 위해 건립한 불교 사원이다. 당시 14,500여 명의 승려가 관리할 정도로 장대했다고 한다. 지금은 커다란 스펑나무의 뿌리가 사원을 파고들고 있지만 일부러 복원하지 않고 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자연과 인공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그대로 남겨놓기 위해서다. 아무리 바빠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로 꼽고 싶다.
갈수록 인공이 자연을 뒤덮고 있는 이때, 자연이 인공을 압도하는 곳을 바라보노라면 우리의 본모습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오래된 소녀도 결국 오래된 자연의 일부분일 뿐이다.
[박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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