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소식을 접하며..

지난 2007년 6월 25일 아침 갑작스런 비보를 인터넷뉴스를 통해 접했다.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씨엠립에서 해양관광도시 시하누크빌로 가던 민간 비행기 한 대가 추락한 것이다. 캄보디아 PMT항공 소속 러시아제 AN-24 항공기였다. 이 비행기 안에는 한국인 13명과 체코인 3명, 러시아인 조종사 1명을 포함한 승무원 6명 등 총 22명 승객이 타고 있었다. KBS 외교정치부 조종옥 기자와 가족, 그리고, 씨엠립 한국인가이드 박진완씨도 있었다.
비행기가 추락한 곳은 깜폿 지역 인근 보코산과 캄차이산 사이 중턱이었다. 사고의 원인은 워낙 사고가 자주 발생했던 러시아제 고물비행기의 결함과 고도를 착각한 기장의 실수가 겹쳤던 것으로 뒤늦게 판명 났다. 사고발생 직후 현장에서 군경이 동원됐지만, 갑작스런 기상악화와 열악한 현지도로사정으로 인해 수색은 난항을 겪었다. 결국 사고발생 다음날 26일이 되서야 탑승자전원이 사망했음이 공식확인 됐다. 비보를 접한 유가족 정부의 배려로 특별기를 타고 날아왔고, 훈센총리도 직접 현장을 진두지휘 하는 등 사고처리수습을 위해 애썼다. 발견된 시신들은 수도 프놈펜 깔멧종합병원에 안치됐고, 조문객을 위한 빈소까지 마련됐다. 가족의 시신을 확인한 유가족들은 오열했고, 당시 한인회와 문치현씨를 비롯한 교민들이 자청해 나서 희생자들의 장례를 도왔다.
그러던 사고 발생 3일째인 28일 늦은 밤, 전혀 예상치 못한 조문객들이 병원내 빈소를 찾아왔다. 너무나도 갑작스런 이들의 방문은 유가족은 물론이고, 교민들과 한국특파원기자들까지, 빈소를 지키던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들은 다름 아닌, 북한이 운영하는 ‘평양랭면관’ 하대식 총지배인과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평양랭면관 일동’이라는 리본이 달린 조화를 들고 찾아와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때마침 현장에 있던 한 특파원기자는 이 소식을 국내에 타전하며, ‘뜨거운 동포애’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벌써 10여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돌이켜 비교해보면, 지금의 남북 관계는 그때에 비해 훨씬 나빠졌다. 같은 핏줄임에도 남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북한은 여전히 대량살상무기인 핵을 포기할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어 보인다. 심지어, 세계최강 군사대국 미국을 상대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협박까지 일삼고 있다. 미국은 한 술 더 뜬다. 대통령 트럼프는 이에 질세라 하루가 멀다 하고, 자신의 트위터로 윗동네(?) 한참 나이어린 독재자와 유치한 말장난만 일삼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유치한 말장남과 입씨름에 정작 불안한 건 바로 우리 국민들뿐이다. 심지어 3월 전쟁설까지 퍼진 상태다
불안한 한반도 정세와 온갖 억측, 소문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무술년 새해벽두부터 기대치 못했던,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소식이다. 북한은 선수단 뿐만 아니라 예술단과 태권도 시범단까지 보내올 모양이다. 혹시 발생할지 모를 전쟁에 대한 두려움에 자국 선수안전을 문제 삼아 일부 국가들이 대회를 보이콧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은 판국에 북한의 참가의사 타진은 가뭄속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최종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단계지만, 현재분위기로 봐선 북한의 선수단 파견은 거의 기정사실화된 듯 싶다.
물론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한다고 해 그동안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한순간 풀릴 거란 기대를 갖는 건 너무나도 순진한 생각이다. 그동안 경험치를 보더라도 그렇다. 무려 9차례나 남북이 함께 한반도기를 펄럭이며, 여러 국제스포츠대회에 공동 참가해 뜨거운 민족애를 만방에 과시했지만, 오직 그때 뿐이었다. 정권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정치적 계산이 다분히 깔린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더 많았다. 아주 잠시 화해무드가 조성되었다가, 대회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남북관계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기대가 컸던 만큼 오히려 실망감과 배신감으로 가슴 쓰라렸던 기억들도 적지 않다. 이렇듯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남북관계 기본구도는 반세기가 넘도록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게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전쟁이라도 치를 것 같은 위기와 긴장감속에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해빙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만으로 우리 국민들 입장에선 여간 다행스럽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대다수 우리 국민들은 통일방식과 시기에 대한 생각과 견해는 다를지언정, 북한의 이번 참가를 계기로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조금이라도 풀리고, 한반도에 평화시대가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핵무기 폐기 같은 풀기 힘든 문제부터, 통일문제까지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논의하기엔 시기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기껏 선수단 파견으로 남북관계가 하루아침에 급진전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너무나 순진하고 과도한 욕심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10여 년 전 캄보디아 비행기사고 당시를 기억해보면, 결코 풀기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과거 30년 전 동서독의 통일을 어느 역사가도 정치가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이뤄졌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핏줄이란 이유만으로, 아무런 정치적 계산이나 이해없이 스스럼없이 조문을 왔던, 그 당시 그들의 순수한 마음이 뜨거운 동포애로 다시 되살아나 준다면, 우리가 소원하는 통일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수도 있다.
소망컨대, 그때 느꼈던 그 뜨거웠던 동포애가 이번 평창올림픽을 더욱 뜨겁게 달궈 주길 바란다. 이로 인해 사상 유례없는 평화올림픽으로 인류사에 길이 기억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역시 색안경을 벗고, 편견과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이들에게 뜨거운 동포애를 보여 주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반도 평화시대를 단 하루라도 더 빨리 열 수 있고, 반세기 넘게 갈라진 남북 우리 한겨레가 통일을 향한 의미있는 진일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 다시 힘찬 첫 걸음을 한번 내딛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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