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의 참새방앗간]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16년 전 영화 ‘친구’에서 고교 교사가 학생들을 벌 세우면서 물은 말이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였다. 부산을 무대로 한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그런 ‘무례한’ 질문이 아무렇지도 않게 오가던 1980년대다. 지금은 2017년.

보아하니 재벌 3세는 1980년대를 경험하지도 못한 청년이다. 요즘 드라마에서 유행하는 소재처럼 혹시 그때 그 시절 무례했던 ‘꼰대’의 영혼이 빙의라도 된건가.

생활기록부(구 학적부)에 학생 아버지의 직업을 적는 란이 없어진 지가 언제고, 회사 입사 때도 그런 건 안 묻기 시작한 지가 언제인데 젊은이들의 친목 술자리에서 저런 질문이 나왔다니 실소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궁금하다. 그래서 상대방의 아버지 직업을 알면? 무슨 답이 듣고 싶었던 것일까.

‘친구’의 대사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는 이후 숱한 패러디의 소재가 되며 유행어가 됐다. ‘시대착오적 질문’ ‘무례함’ ‘비교육적 발언’의 대표적인 질문으로 말이다. 그게 인지상정이었고, 상식이었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콕 집어서 해설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못 알아듣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게 속속 확인되고 있어 놀랍다. 너무나 태연하고 뻔뻔하게 대학입학 비리를 저지른 젊은 처자가 SNS에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글을 올리질 않나, 육군 대장 부인이 사병에게 “너희 엄마한테 이렇게 배웠느냐”고 폭언을 퍼붓질 않나.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가 회자된 것은 그게 그만큼 하지 말아야 할 ‘수준 떨어지는 질문’이라는 것을 풍자하기 위함이었다. 반어적인 풍자다. 그런데 ‘말귀’를 못 알아듣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자신의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드러내는 질문임에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뱉어낸다.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빠한테 가서 이를거다”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유아’나 ‘초딩’ 수준의 말이다.

사실 재벌 3세는 답을 들을 생각도 없었을 듯하다. 상대방이 뭐라고 답을 해도 자기 아버지보다는 ‘힘이 없는’ 사람일 거라는 확신이 있었으니 그런 질문을 했을 것이다. 돈이 쌓아올린 자신감일 텐데 유치찬란하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라고 답했다면 그는 뭐라고 했을까. 꼭 대답을 듣고 싶다.
[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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