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정부의 한국남성국제결혼금지령, 그 진실은? – 독자 관심을 끌기 위한 엉터리기사 제목 탓에 생긴 오해, ‘SNS’ 타고 일파만파

캄보디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로변 결혼식장 모습

한국남성과 캄보디아여성과의 국제결혼이 금지되었다는 소문이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는 바람에 주캄보디아한국대사관(대사 김원진)이 곤혹을 치르는 중이다. 대사관측은 급기야 지난 26일(현지시각) 자체공식홈페이지에 해명글까지 올리는 등 진화에 나섰다.

이번 사건 발단의 진앙지는 국내 한 언론매체가 올린 기사제목 때문이었다. 지난 24일 이 매체는 ‘한국 남성과 캄보디아 여성 결혼 금지시킨 캄보디아 정부’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판 뉴스로 올렸다.

“도대체 한국인들이 외국에서 또 무슨 일을 저질은거야?” 하며 궁금해 검색한 독자들도 제법 많을 듯 싶다. 당장 국제결혼을 준비중인 한국인예비신랑이라면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하며 화들짝 놀랄 수도 있다. 일반 독자들 입장에서도 시선을 끌기에도 충분한 기사제목이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만, 현재 캄보디아여성과의 국제결혼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마도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기자나 데스크에서 이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종의 해프닝인 셈이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 2일 현지영자신문 〈프놈펜포스트〉가 올린 ‘캄보디아만의 독특한 ‘금기’ 10가지’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중 10가지 항목에 과거 2010년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금지하는 항목을 넣으면서 부터다. 이를 한국의 모 언론매체가 용케 찾아내 적당히 인용편집 기사화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

이후 이 기사를 아무런 여과 검증없이 여러 국내언론매체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퍼나르기 시작했다. 곧바로 페이스북 등 ‘SNS’상에도 이 문제가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관련 기사가 나간 지 4~5일이 넘은 시점이지만, 아직까지도 여파가 남은 상태다. 국제결혼을 준비하는 한국인신랑들의 문의전화가 대사관에도 빗발쳤다. 박태용 주캄보디아대사관 참사관은 어제도 여러 통의 문의전화가 왔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정부가 국제결혼금지령을 내린 것은 지금까지 모두 두 차례다. 2008년 ‘국제 결혼이 인신매매 통로로 이용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유엔 국제이주기구(IOM)가 채택해 발표한 직후 그 3월 캄보디아 정부는 국제 결혼을 잠정 중단시켰다, 그리고,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외국인과 결혼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들에게 적용되는 국제결혼금지령이었다. 이후 정부의 조치가 과하다는 인권단체들의 비난에 못이겨 결국 같은 해 11월 ‘연애 결혼’에 한해서만 다시 허용키로 했다.

이후 2010년 3월 두 번째 금지령조치가 취해졌다. 이번에는 오직 한국인만 대상이 되었다. 바로 전 해인 2009년 9월 국제결혼 중개업자가 캄보디아 여성 26명을 한데 모아 한국인 1명에게 맞선을 보도록 주선하다 적발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각종 결혼사기와 브로커 개입에 따른 문서위조, 그 외에도 한국에서 결혼한 캄보디아 여성들의 인권문제가 불거지면서 현지사회에서도 논란이 커지자 수년간 이 문제를 예의주시해온 현지정부가 위 사건을 계기로 이 같은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후 캄보디아정부가 자국의 국제결혼법을 보다 강화하는 조건으로 한국남성들에 대한 국제결혼금지령을 한달여 만에 풀렸다.

현재 개정된 관련법 세부규정에 따르면, 만 50세 이상 한국남성은 캄보디아여성과 결혼할 수 없다. 소득수준도 강화해 월 2500불 우리 돈으로 최소 3백만원 월소득이 있어야 국제결혼서류 신청이 가능하다. 입국전 신부들의 한국생활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어시험을 새로 도입했다. 한국어능력시험에서 1급 이상을 취득해야 결혼이 가능하다.

개인의 자유의사에 의한 결혼문제를 국가가 법으로 정해,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여전히 존재하는 게 사실이지만, 여하튼, 이 나라 정부가 제시한 조건에 부합하면 지금 현재 캄보디아여성과의 결혼은 전혀 아무런 제약이 없다.

따라서, 이번에 논란이 된 기사는 제목만 따로 놓고 본다면, 단순 해프닝 정도로 치부해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보는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를 수 있다. 우선 오해하기 쉬운 제목을 사용함으로서, 일반 독자들은 속이고 가치판단을 흐리게 했다는 게 가장 큰 잘못이다. 이는 독자를 기만한 나쁜 범죄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문제는 어제 오늘 생긴 일이 아니다. 모든 언론매체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언론사들이 매일같이 독자들로 선택받기 위해 자극적이거나 때론 선정적인 기사제목을 만들어낸다. 세상을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하는 부담감까지 더하다보니, 기사내용보다는 제목부터 더 신경을 곤두세우기 일쑤다. 읽어보면 내용은 별볼일 없는데도 자극적인 제목으로 둔갑시킨 기사들이 적지 않다. 일종의 낚시 기사에 독자들은 매일 같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아무도 반성을 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기사들을 여러 언론사들이 제대로 검증조차 않고, 그대로 복제하거나, 약간의 편집을 거친 뒤 하루에도 수백건, 수천건씩 같은 내용의 기사를 재생산해 내보낸다는 사실이다. 지난 25일 첫 기사가 나간 뒤로도 2~3일 동안 이 내용을 거의 토시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복사해서 올린 언론매체수가 대략 세어봐도 10군데가 넘었다.

독자들을 호도하는 쌍둥이 복제기사거리와 쓰레기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제대로 쓴 기사와 정보를 찾아내는 일도 모래속에 보석을 찾아내는 일과 다를 바 없다. 일반 독자입장에선 넘쳐나는 정보 홍수속에 제대로 된 기사를 찾는 일조차 큰 고역이 된 상황이다.

불신이 반복되면 결국 독자들을 떠나고 만다. 한번 잃은 신뢰는 되찾기도 결코 쉽지 않다.

단언컨대, 이솝우화에 나오는 〈늑대와 양치기소년〉의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 비단 철부지 어린이들만을 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박정연 기자]

Leave a Reply

Be the First to Comment!

Notify of
avatar

wpDiscu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