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코끼리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 멸종위기의 코끼리를 살리는 방법

인간의 이기심이 단초가 된 일련의 사건·사고들을 되짚어 보며…

신성한 동물, 그 이름은‘코끼리’

불교국가인 캄보디아에서 코끼리는 매우 신성시 여기지는 동물이다. 종교적인 믿음에 따라 부와 행운을 가져다주는 동물로도 여겨진다. 민간에서는 임신한 여성이 코끼리 배 밑을 지나가면 아기와 산모가 모두 건강하고 무병장수하는 등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미신도 전해진다.

불교의 영향을 받아 캄보디아에서 코끼리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진다.

불교의 영향을 받아 캄보디아에서 코끼리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진다.

12세기 앙코르제국 당시 건립된 앙코르 톰 성문을 가보면, 양옆으로 거대한 코끼리 돌조각상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코끼리들의 모습은 고대전투장면에도 자주 등장한다. 자야 바르만7세가 만든 바이욘사원의 전쟁벽화는 물론이고, 광장 앞 코끼리테라스 역시 전쟁터로 나가는 늘름한 코끼리부대 행렬이 일대 장관을 이룬다.

과거 코끼리는 캄보디아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도 훌륭히 수행했다. 지금도 프놈펜 왕궁에 찾아가면 나무나 대리석으로 만든 코끼리 조각상과 멋진 그림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왕이 코끼리를 타던 3~4미터 높이의 발코니 흔적도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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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료에 따르면, 5~60년대까지 만해도 왕실에서 직접 기르는 코끼리들이 실제 여럿 있었다고 전해진다. 왕의 공식행차뿐만 아니라 내부 행사에도 이들 코끼리들이 자주 애용됐다. 그중 가장 신성하다는 흰 코끼리는 항상 왕의 전용 자가용(?)이었다. 지금도 왕궁내 박물관에는 당시 왕이 타던 다양한 형태의 코끼리용 가마가 여럿 전시되어 있다.

1967년 노로돔 시하누크국왕의 초청으로 이 나라를 다녀간 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미망인 재클린 여사 역시 캄보디아 왕궁 코끼리들과 반가운 조우를 한 사실을 흔적으로 남겼다. 미국잡지〈타임〉에 실린 빛바랜 오랜 흑백사진이 당시 모습을 잘 설명해준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우아한 그녀가 왕궁 발코니에 기대서서 코끼리에게 직접 먹이를 주며 유쾌하게 웃는 모습이 지금 봐도 매우 인상적이다.

당시 캄보디아 왕실에서 키우던 코끼리들의 숫자가 얼마인지 알려진 바는 없다. 하지만, 그동안 남은 사진 자료사진들로 미뤄 볼 때 대략 10마리 안팎으로 추정된다. 적어도 1970년 노로돔 시하누크 국왕이 론 놀의 쿠테타로 망명을 떠난 이후는 물론이고, 모친인 꼬싸막 왕비가 머물며 살았던 1975년까지 남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자국민 200만명을 대량 학살한 크메르루즈정권이 프놈펜 함락한 1975년 4월 17일 이후 왕실 코끼리들의 운명이 과연 어떻게 되었을 지에 대해선 각자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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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 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코끼리‘삼보’

코끼리는 과거 물자배송이 힘든 북동부와 남서부 산악지대에서는 중요한 운송수단이었다. 과학 문명의 혜택이 거의 미치지 않는 캄보디아 북부 깊은 정글 숲 지대에선 지금까지도 물자를 나르는 데 없어서는 안될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물자를 나르는 일보다는 다른 일로 다 바빠졌다. 바로 외국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일이다.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코끼리는 특히 먹고 살기 힘든 가난한 고산족 마을 사람들에 있어서 중요한 생계수단이 된 지 오래다.

수도 프놈펜의 명물로 시민들의 오랜 사랑을 받았던 ‘삼보’라고 불리는 코끼리 역시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던 프놈펜 시내 유일한 코끼리로 명성을 날렸다. 이 코끼리는 킬링필드 시절 크메르루즈군에 의해 강제 징발되어 인간처럼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극적으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코끼리로 유명세를 탄 적도 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결국 이 코끼리는 지난 2014년 자신을 길러온 주인 곁을 떠나야 했다. 지금은 야생코끼리보호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시설에서 남은 여생을 지내고 있다. 비록 생이별했지만, 자신의 코끼리를 잊지 못하는 옛 주인을 배려해 동물보호단체 측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코끼리와 해후할 수 있도록 옛 주인에게 교통과 숙박 등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앙코르유적 바이욘사원 전쟁벽화에 등장하는 코끼리의 모습.

앙코르유적 바이욘사원 전쟁벽화에 등장하는 코끼리의 모습.

캄돌이, 캄순이를 아시나요?

한편, 캄보디아산 암수 코끼리 한 쌍이 우리나라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 모은 적이 있다. 이 코끼리들은 훈센 총리가 양국 우호증진을 위해 지난 2010년 7월 기증한 선물이었다. 당시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내 동물원 운영관리를 책임지는 서울시설공단 측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코끼리 이름 짓기 공모이벤트를 펼치기까지 했다. 그런 호들갑까지 떨어 지은 이 코끼리 커플 이름이 ‘캄돌이’와 ‘캄순이’였다. 솔직히 너무 뻔한 이름이라는 뒷말(?)도 있었지만, 당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 이름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수컷 코끼리인 캄돌이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봄 갔을 때도 보지 못했다. 서울시시설공단 측은 수컷인 캄돌이의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언론에 발표한 바 있다. 현재는 홀로 된 캄순이만 외로이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이들 코끼리 커플 사이에는 안타깝게도 아직 후세가 없다. 많은 시민들은 이 커플이 새끼를 낳아줄 것으로 기대했건만, 캄보디아에서 올 당시 이미 암수 코끼리 모두 인간 나이로 보면 이미 40대를 넘긴 35살 전후였다. 번식이 힘들 것이란 얘기가 이미 그때부터 흘러나왔었다.

영화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코끼리 구출대작전

그런 가운데, 한동안 잠잠하던 코끼리와 관련된 소식들이 요즘 들어 신문 지상에 부쩍 늘었다. 하나는 좋은 소식이지만 안타깝게도 나머지는 별로 안 좋은 소식들이다.

우선 좋은 소식부터 말하자면, 캄보디아 북동부 몬돌끼리 늪지대에 빠진 야생 코끼리 가족 11마리가 동물단체와 마을주민들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늪에 고인 물까지 빼고 경사면을 완만하게 만들고 그 위에 나뭇가지로 지지대까지 덧놓아 코끼리들이 무사히 땅으로 올라오게 유도하는 기지를 발휘한 덕분이었다. 이 코끼리 가족은 발견 당시 이미 이틀 동안이나 늪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덕 대고 있었다.

당시 코끼리들을 구조하는 모습이 담은 동영상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캄보디아 전국에 거의 실시간으로 퍼져나갔다. 늪을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어린 코끼리의 생존을 향한 몸부림은 순간 보는 이 마음속에 안타까움마저 자아내게 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발휘하던 아기 코끼리가 기어이 뭍으로 혼자 올라 나왔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당시 구조에 나선 한 전문가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흙의 마른 상태로 미뤄봐 최소 이틀 정도 갇혀 있던 것으로 판단된다. 조금만 구조가 늦었더라면, 아마도 코끼리들이 집단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다행히도 나머지 다른 코끼리들도 모두 무사한 가운데 자신들이 살던 정글로 다시 돌아갔다고 전해진다.

흥분한 코끼리, 자신의 주인마저 공격 살해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소식들은 별로 안 좋은 소식들이다. 지난달 22일에는 수도 프놈펜 남쪽 시하누크빌 지역에서 야생 수컷 코끼리 한 마리가 송전탑을 들어 박아 쓰러뜨렸고 그 과정에서 감전사를 당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었다.

그리고 이달 들어서는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관광지 코끼리가 자신의 주인을 밟아 죽이는 불행한 사건마저 발생했다. 주인을 무참히 공격해 목숨을 잃게 한 후 정글 속으로 달아난 코끼리는 이틀 후 결국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고 말았다.

처음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지난 4월 5일(현지시각), 캄보디아 북동부에 위치한 몬돌끼리 고산족 마을에서였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코끼리 발목에 찬 족쇄를 풀어달라는 관광객의 요청에 주인이 족쇄를 풀자, 코끼리가 갑자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흥분한 코끼리는 이를 저지하던 자신의 주인을 코로 때리고 발로 짓밟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 60살 된 이 수컷 코끼리는 당시 발정한 상태로 더운 날씨까지 겹쳐 흥분한 상태였다고 전해진다.

정글 숲으로 달아난 이 코끼리는 이틀 후인 지난 7일 아침 암컷 코끼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 코끼리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마을에 나타나자마자 갑자기 가옥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대부분 목조로 된 집들은 코끼리의 공격에 순식간에 폐허가 됐다. 마을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현지경찰이 즉시 출동했다.

하지만, 타고 온 경찰 트럭 마저 코끼리의 공격에 일부 파손되자, 경찰은 황급히 코끼리를 향해 AK47 소총을 쏘아댔다. 총 3발의 총알이 모두 코끼리의 몸에 명중했다. 머리와 가슴, 왼쪽 다리에 총을 맞은 코끼리는 결국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 가운데 현장에 있던 암컷 코끼리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마을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숨진 코끼리의 상아는 잘려져 죽은 주인의 유가족에게 보내졌다. 이 사건은 코끼리의 죽음으로 결국 일단락됐다.

하지만, 남은 유가족들은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 코끼리로 인해 파손된 마을 집들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하고, 코끼리에 악령이 붙었다고 믿는 마을 사람들을 달래기 위해 최소 세 동이의 술, 돼지 1마리와 닭 2마리를 마을 제사 비용으로 대야 한다. 미신을 믿고 악령에 대한 두려움이 강한 고산부족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사건 발생 직후 동물보호단체들은 코끼리를 사살한 경찰 당국을 향해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현지경찰은 죽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일반 시민들의 생각은 대체로 경찰의 당시 행동과 판단을 옹호하는 편이었다.

대학생 소완나(22)군은 “흥분한 코끼리로 인해 발생할지 모를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경찰의 행동까지 탓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사실, 코끼리의 공격으로 인한 인명피해 사고는 최근 들어 벌써 두 번째 일어난 사건이다. 지난해 9월에도 북동부 몬돌끼리 산악지역에서 이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코끼리 역시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길들여진 수컷 코끼리였다. 당시 주인을 짓밟아 죽인 코끼리는 정글에 숨어 들어가 종적을 감추었지만, 동물보호단체가 암컷 코끼리로 유인해 결국 생포에 성공했다. 이 코끼리는 당시 동물보호단체와 유가족들의 반대로 다행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현재는 한 야생코끼리보호재단이 운영 관리하는 라따나끼리 지역으로 보내진 상태다.

인간 못지않게 코끼리들도 수난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여름에는 무려 5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 탓에 앙코르와트에서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코끼리 한 마리가 그만 열사에 피로까지 겹쳐 사망하고 말았다. ‘동물 학대’라는 비난이 거세게 불자, 결국 여론에 밀려 앙코르보존 당국은 코끼리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특단의 조치 명령까지 내렸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코끼리를 관광상품으로 이용하는 것 자체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 삼고,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현재 앙코르와트의 코끼리 관광 영업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계속 이어지는 캄보디아 코끼리들의 수난사, 근본해결책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캄보디아에서 남아 있는 야생 코끼리 수는 4~600마리로 추정되며, 인간의 손에 길들여진 코끼리는 150~200마리 정도로 파악된다. 산악정글 지역의 불법벌목이 갈수록 기승을 부려 야생코끼리들이 살만한 터전마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고 현지 환경전문가들은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환경단체나 동물보호단체가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는 데도 분명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은 장래에 멸종할 가능성마저 높다.

사실 너무 뻔한 결론이기는 하지만, 야생코끼리들이 멸종위기에 놓은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의 이기심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물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대자연 속에 살아야 할 야생동물들을 마구잡이로 포획하고 길들이는 과정에서부터 근본적인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개발이란 미명하에 무분별하게 자연환경을 파괴한 원죄도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선 동물과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같은 전제에 앞서 그동안 무심코 타던 관광지 코끼리를 또다시 탈 것인가? 라는 아주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질문부터 우선 대답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한 현지 동물 보호 전문가가 현지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야생 코끼리 같은 동물들의 멸종을 막으려면, 우선은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문화와 생활방식부터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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