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서 교통사고 중상 한국 근로자, 베트남항공이 살린 사연

미얀마에서 대형 교통사고를 당한 한국인 건설근로자를 베트남항공이 여객기 출발을 지연시키는 등 여러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도와준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절박한 위기에 처했던 이 근로자는 베트남항공 덕분에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올해 5월 22일부터 현장소장 자격으로 미얀마에서 근무해 온 건설근로자 김모(54)씨. 그는 파견 1개월여만인 지난달 25일 오후 1시께(미얀마 시간) 아찔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그는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 있는 롯데아마라 호텔 신축현장 건너편에 서 있었다. 동료 근로자들과 한국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근무처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담소를 나누며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김씨 일행을 도요타 SUV 차량이 다른 차량을 피하다가 덮쳐버린 것이다. 이 사고로 김씨는 오른쪽 다리 6군데 복합골절을 당했고 머리에 과다출혈까지 발생했다. 같이 있던 다른 한국인 근로자 1명, 베트남인 근로자 1명은 경상만 입었다. 김씨는 워낙 부상이 커 현지에서 수술을 받기가 힘들었다.
사고 당일 한국에서 오후 8시50분께(미얀마 시간 오후 6시20분) 연락을 받은 김씨의 아내 박모(50)씨는 곧바로 미얀마로 향했다.
박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가서 보니 도저히 현지에선 수술을 시킬 수 없었다”며“의료환경이 너무 열악했다”고 전했다.
미얀마 한인회 조영철 사무총장은“미얀마의 의료환경은 매우 척박한 수준”이라며“최악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중상자 김씨는 한시라도 빨리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구해야 했던 긴박한 상태였다.
조 사무총장은 대사관 직원과 함께 국적기인 대한항공에 문의를 했다. 하지만“기내가 좁아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루에 한 편씩 있는 미얀마 취항 대한항공 여객기가 하필 B737-800으로 작은 기종이기 때문에 기내에 환자 후송 침대(스트레처)를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타이항공 역시 같은 이유로 거부했다. 이렇게 절망적으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베트남항공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베트남항공 양곤지점이 미얀마에서 베트남 하노이를 거쳐 서울로 가는 29일 저녁 비행기에 김씨를 태워주겠다고 밝혀온 것이다. 불행 중 천만다행이라 여기며 베트남항공 여객기만 초조하게 기다리던 상황. 그런데 문제가 또 발생했다.
하노이에서 미얀마로 들어오는 김씨가 타야 할 여객기가 하노이에서 오버부킹(overbooking)이 돼 스트레처를 설치할 수 없게 돼 버렸다. 통상 스트레처가 필요한 환자를 태우려면 항공사에 최소 72시간 전에 요청을 해야 한다. 6좌석이 필요한 스트레처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다 환자가 탑승하는 당일엔 스트레처 설치 작업에 2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출발 지연·연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미리 설치를 해놓고 들어와야 한다.
즉, 다른 항공사들처럼 베트남항공이 김씨를 거부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형편이 돼 버린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항공은 달랐다. 베트남항공은 하노이에서 여객기 화물칸에 스트레처를 싣고 양곤으로 향했다. 설치작업을 할 엔지니어 2명도 함께 보냈다.
김씨가 탄 VN426편의 양곤 이륙 예정 시간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7시 30분. 하지만 김씨 한 명을 위해 좌석 6개를 떼어내고 스트레처를 붙이느라 오후 9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자연히 하노이에서 서울로 올 때도 80분 연착이 돼 버렸다.
박씨는“당시 승객들의 항의가 엄청 났다”며“항공사로서는 1시간 이상 연착을 감수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너무나 고맙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8시께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김씨는 곧바로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잘 돼 며칠 전 세브란스 병원에서 퇴원했고 곧 재활 과정에 들어간다.
조 사무총장은“다른 항공사들 같으면‘곤란하다’‘우리도 힘들다’고 했을 만한 상황이었다. 당시 김씨 머리에 출혈이 심해 수술이 더 지체됐다면 최악의 경우도 배제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인회 차원에서 베트남항공 양곤지점에 감사패를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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