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속 작은 중국 Chinatown

베트남에는 인구의 약 15% 정도의 중국인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대략 40만 명으로 추산되며 호치민은 베트남에서 중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다. 호치민 시의 5군과 6군, 10군, 11군, 딴빈(Tan Binh) 지역은 특별히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는 만큼, 호치민 곳곳에는 중국인을 찾아볼 수 있다. 그중 5군에 걸쳐 넓게 자리 잡은 쩌 런(Cho Lon)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일명‘차이나타운’으로 불린다.

빈떠이(Binh Tay) 시장

빈떠이(Binh Tay) 시장

쩌 런의 시작은 18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장이나 한 지역의 거주지가 생긴 날짜를 정확하게 알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쩌 런은 비교적 정확한 설립시기를 가지고 있는 곳 중 하나로 큰 의미를 가진다. 역사적으로 중국과도 큰 연관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중국의 소수 민족들은 당시 베트남 지도자였던 Tay Son 왕조로부터 쫓기는 신세였다. 이들은 왕조를 피해 배를 타고 도망쳤다. 탈출에 성공한 몇몇 중국인들은 호치민에 도착했고 그 곳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기 시작한다. 이것이 쩌 런, 차이나타운의 시초이자 시작이었다. 살아남은 중국인을 중심으로 거주지와 시장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는 베트남 전쟁에서 크게 번창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특히 월남전 기간 동안 쩌 런은 미군과의 공급 물품을 거래하는 일종의 암시장으로 번화했다.
차이나타운은 세계 어딜 가나 존재한다. 중국인들은 타지에 터를 잡고 중국의 문화를 섞어가며 나름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다. 호치민의 차이나타운을 단순히 중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본다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중국에서는 보기 힘든 형태를 고수하며 존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타운과 그 안에 위치한 시장은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며 호치민의 관광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쩌 런으로 떠나는 중국 여행
사실 베트남과 중국은 떼 놓을 수 없는 악연이자 필연이다. 베트남의 역사에서 중국을 떼놓고 얘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이야‘베트남’이라는 사회주의 국가로 살아가고 있지만, 불과 몇 백 년 전까지 중국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수도 없이 독립운동을 펼친 국가가 다름 아닌 베트남이다. 베트남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국을 통일하는 역사보다 중국에게 지배당하거나 중국으로부터 독립한 역사가 대다수이다. 베트남인들은 아마도 프랑스에게 점령당했던 식민지 시절과 미국과 싸운 월남전이 중국에게서 벗어나는 것보다 쉽지 않았을까. 때문인지 베트남은 문화적으로 중국과 비슷한 모습을 많이 갖고 있다. 동남아시아 중 유교 이념과 한자권 문화를 가진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선교사가 만든 알파벳으로 현재 베트남 문자 표기법이 바뀌었지만 사실 베트남은 원래 한자를 따온 문자를 사용했다. 이처럼 베트남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나라였다.
하지만 호치민의 차이나타운은 베트남 안에서도 중국의 모습이 많이 담긴 곳 중 하나이다. 건축물에서부터 사람들까지 중국이 아닌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니까. 쩌 런은 5군을 걸쳐 6군에까지 넓게 퍼져있는데 빈 떠이(Binh Tay)시장과 띠엔 하우(Thien Hau)사원, 암(Quan Am) 사원과 여러 시장이 분포해 있다. 이는 쩌 런(Cho Lon), 즉‘아주 넓은 시장’이란 뜻을 지녔다. 이 외에도 길가 현지 식당에 걸린 오리구이와 돼지고기, 수많은 중국 식당은 쩌 런이 차이나타운임을 말한다. 더해서 차이나타운에서 맛볼 수 있는 쌀국수는 베트남식이 아닌 중국식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거리와 사람, 분위기와 장소에 음식까지 중국이 아닌 부분을 찾기가 어려운 정도이다. 쩌 런은 쇼핑뿐만 아니라 100여 년동안 존재해온 베트남 안에서의 진짜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특별한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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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떠이(Binh Tay) 시장

차이나타운의 만물백화점
빈떠이(Binh Tay) 시장은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명소이다. 쩌 런이라는 명칭에 맞게 차이나타운에서 제일 큰 일명‘만물백화점’이다. 쩌 런의 중심이자 6군에 위치한 시장은 1928년에 건설됐다. 중국인 상인 왁담(Quach Dam)이 조성한 것을 시작으로 오랜 전통을 이어오는 곳이다. 시장 중앙에는 빈떠이를 건설한 왁담을 기념하는 작은 공원이 조성돼 있다. 공원 안에는 왁담의 실물을 담은 동상도 함께 모셔져 있다. 시장을 찾은 현지인들은 공원의 왁담 동상 앞에 향을 피우고 기도를 올리며 부의 기원을 빌곤 한다.
동남아의 재래시장이란 편견은 집어넣는 것이 좋다. 바닥에 물건을 널어두고 지저분하게 파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설립 시기는 오래됐을지 모르나 전통시장임에도 나름 관리가 된 2층짜리 큰 건물이다. 건물은 단순한 콘크리트로 만든 건축물이 아니다. 강한 중국풍을 띤

빈떠이(Binh Tay) 시장

빈떠이(Binh Tay)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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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건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시장의 입구는 크게 4개가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12개의 작은 입구가 존재한다. 입구는 레떤께(Le Tan Ke) 거리, 땁므어이(Thap Muoi) 거리, 짠빈(Tran Binh) 거리, 판반꼬우에(Phan Van Khoe) 거리와 이어지게 만들어졌다.
빈떠이는 약 2300개의 가게가 운영 중이며 30종류 가량의 물품을 도매로 판매한다. 주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최근 관광객 방문도 잦아지며 한문과 베트남어, 영어가 뒤섞인 배치도가 길잡이 노릇을 대신해주고 있다. 도매 시장이기 때문에 묶음이나 다량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도 관광객을 상대로 성행하는 바가지 씌우기가 심한 1군의 벤탄 시장과는 다르게 합리적인 흥정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쇼핑하느라 지친 허기와 갈증을 달랠 식당가도 있어 한번쯤 들러볼만 하다.

중국식 건축물 맛보기
쩌 런을 말할 때 절대 빼먹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면 바로‘건축물’이다. 빈 떠이 시장에서 한 껏 쇼핑을 즐겼다면, 중국식 사원을 둘러보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띠엔 하우(Thien Hau) 사원은 쩌 런에서 가장 유명한 파고다 중 하나이다. 또한 호치민 시에서 거주하는 중국인 지역 사회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띠엔 하우는 1760년 광동에서 온 중국인들이 만든 곳으로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여러 번의

띠엔 하우(Thien Hau) 사원

띠엔 하우(Thien Hau) 사원

전쟁으로 인해 1800년, 1842년, 1882년, 1890년과 1916년까지 총 5번이나 복원됐다.
띠엔 하우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중국인이 직접 지은 중국식 건물이라는 것이다. 불교의 절이나 사당이 아닌, 중국식 사원을 관람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사원의 이름인 띠엔 하우는 중국의 전통 신 중 하나이다. 중국의 남쪽 해양 지방과 중국의 소수민족에게 숭배됐다. 특히 도교나 불교에서 파생된 신이 아닌 중국의 전통 신으로 그 의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호치민 1군에 위치한 노트르담 성당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 만들어진 건축물이다. 성당을 지을 당시 프랑스인들이 직접 프랑스에서 가져온 벽돌로 건물을 지었다는 사실은 매우 유명하다. 쩌 런의 띠엔 하우 역시 중국에서 가져온 건축물로 설계됐다. 사원을 구성하는 모든 재료는 전부 중국에서 가져온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thien-hau9사원은 큰 철문을 지나 작은 뜰을 지나면 모습을 드러낸다. 지붕은 중국의 전통 종교와 전설을 테마로 표현한 작은 조각으로 꾸며졌다. 띠엔 하우를 향한 제단에는 총 3개의 여신상이 안치돼 있다. 이들은 청동으로 만들어졌으며 옷과 왕관 등 다채로운 색감의 옷을 입고 있다. 사원의 중앙에 있는 뜰은 커다란 향료가 놓여 있다. 특히 지붕에 달린 장식물은 하나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입체물은 19세기 중국의 모습을 그대로 새겨넣은 것으로 무역하는 상인의 모습과 동물 등을 그려내고 있다. 수십 개의 향을 피우는 제단 앞은 사원을 찾아오는 이들의 예배 장소이다. 사원을 방문하는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종이에 쓴 뒤 동그랗게 생긴 향을 사원의 천장에 매달 수 있다. 이를 통해 향이 타면서 하늘 위로 올라가고, 사람들은 자신의 소원이 신에게 닿을 것이라 믿었다.

호찌민의 차이나타운은 베트남에서 느껴보지 못한 중국을 경험해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돼 준다. 차이나타운의 빈떠이 시장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차이나타운이자 만물 백화점이다. 고향을 떠나 찾아온 중국인들이 세운 띠엔 하우 사원은 중국 특유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고요한 장소이다. 마치 중국의 대륙처럼 호치민에 크게 자리 잡은 차이나타운은 볼 것도 살 것도 많은 베트남 속 중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라이프플라자 구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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