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과학수사(5) “셜록”의 후예들…프로파일러의 모든 것

축적된 범죄 자료·직관 통해 범죄자 심리 파악
각종 강력사건 해결 ‘숨은 공로자’…역할 확대 가능성 커

지난 5월 3일 경기 안산 대부도에서 발생한 하반신 토막시신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5월 3일 경기 안산 대부도에서 발생한 하반신 토막시신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노동절이자 휴일이던 올 5월1일. 짧은 뉴스속보가 평화롭던 오후를 긴장으로 몰아넣었다.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남쪽 불도방조제 인근 배수로에서 성인 남성의 하반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경찰은 범죄 피해자의 시신으로 보고 즉각 수사본부를 꾸려 신원 확인과 용의자 특정에 착수했다. 그러나 상반신도 아닌 하반신이어서 지문 등 신원을 밝혀낼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자칫하면 수사가 장기화할 모양새였다.
경찰은 수색견과 의무경찰 중대 등 경찰력을 대거 투입해 대부도 전역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한정된 인력으로 넓은 구역을 빨리, 빈틈없이 훑기란 쉽지 않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용의선상에 올릴 인물도 속히 추려내야 했다.
경찰청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프로파일러(범죄분석요원)들이 현장에 투입됐다. 경찰청 범죄분석센터 소속 신상화 경사 등 프로파일러 4명은 시신 상태 등 현장에서 확인된 범죄 양상을 토대로 ‘귀납 추리’를 시작했다.
과거 사건들의 경향을 보면 남성의 토막시신 사건은 범인이 가족이나 동거남인 경우가 많았다. 프로파일러들은 피해자와 함께 생활하던 남성이 범인일 개연성이 크니 주변인 조사에 참고하라는 의견을 수사팀에 전달했다.
시신 훼손 형태도 다소 특이했다. 살해 후 시신을 훼손하는 행위는 신체를 여러 부위로 절단해 힘들이지 않고 옮기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 시신은 복부 아래 하반신이 그대로 남은 상태였다. 범인의 개인 특성인지, 시간에 쫓겨서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반신도 거의 온전한 상태일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했다.
면식범, 아울러 남성 소행이라는 결론을 내린 프로파일러들은 이어 상반신 유기 지점의 범위를 좁히고 범인의 소재지를 추정하는 데 주력했다.
시신을 유기하는 범죄자들은 생뚱맞은 곳을 찾아가지 않는다. 지리감이 있거나 자신 혹은 범행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일반적 행태다. 거주지나 직장 등 평소 자주 다니던 곳과는 떨어져 있지만 그렇다고 전혀 모르는 지역도 아닌 곳. 그곳이 이 범인에게는 대부도라는 뜻이었다.
대부도 중심부엔 301번 지방도로가 관통한다. 하반신이 버려진 장소도 301번 도로상이었다. 큰 도로변에 시신을 유기했다는 것은 차량을 이용했다는 뜻이고, 더 은밀한 장소를 찾을 수 있을 만큼 이 지역을 잘 알지는 못한다는 방증이었다.
대부도는 안산-화성-시흥시의 경계다. 시흥이나 화성에 거주한다면 굳이 대부도까지 올 이유가 없다. 다른 쪽에서도 얼마든지 시신 유기 장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범인은 적어도 동쪽이나 남쪽에서 오지는 않았다. 서쪽은 바다다.
프로파일러들은 상반신이 북쪽에 있고, 범인도 북쪽에서 왔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301번 도로를 타고 시화방조제를 거쳐 대부도에 진입해서는 먼저 남쪽으로 내려가 하반신을 유기하고, 다시 차를 돌려 북쪽 어디엔가에 도착해 상반신을 버린 뒤 거주지 쪽으로 돌아갔을 것이라는 추론이었다.
아울러 하반신은 배수로에 버리는 등 발견되지 않으려 나름 애쓴 흔적이 보이지만, 상반신은 그보다는 대충 처리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건 발생 이틀 후인 5월3일, 프로파일러들의 의견을 참고해 수색을 계속하던 경찰은 마침내 상반신을 발견했다. 대부도 북쪽 끄트머리, 하반신 발견 지점처럼 301번 도로상인 방아머리 선착장 인근 물가에 보란 듯 내버려져 있었다.
이불에 싸인 채 버려진 상반신은 부패가 심했다. 그러나 손목은 온전하게 남아 있었다. 경찰은 부패한 엄지손가락 표피를 벗기고 그 안에 있는 지문을 채취해 피해자가 최모(40)씨임을 확인했다.
피해자 신원이 확인되자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이틀 후인 5월5일, 범인이 검거됐다. 최씨와 함께 살던 조성호(30)씨였다. 거주지는 대부도 북쪽 인천이었다. 그는 과거 일 때문에 서너 차례 대부도에 간 적이 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자료 분석과 과학적 사고가 힘…’21세기 셜록 홈스’
akr20160624216500004_01_i‘미드'(미국 드라마)를 비롯한 각종 대중매체 덕분에 프로파일러는 국내에서도 제법 유명해졌다. 프로파일링(profiling)이란 다양한 영역에서 쓰는 용어이지만, 범죄 수사에서는 현장 증거와 기존에 축적된 범죄 관련 자료 등을 토대로 용의자의 특징과 범행 동기 등을 추정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파일러는 아마 셜록 홈스일 것이다. 소설 속 홈스는 마치 자신의 직관만으로 현장에서 즉각 추리를 내놓는 듯 보인다. 나중에 홈스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는 법의학, 범죄학, 식물학, 지질학 등 폭넓은 영역에 걸쳐 축적한 지식을 토대로 범인 특성을 추정하는 귀납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범죄 프로파일링은 아니지만, ‘주홍색 연구’에서 홈스가 처음 왓슨을 만나 슬쩍 훑어본 뒤 그의 이력을 술술 읊는 장면이 프로파일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홈스의 동료이자 조력자인 왓슨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다 총상을 입고 장티푸스까지 앓은 끝에 영국으로 송환돼 런던에서 홈스를 만났다. 홈스는 그를 보자마자 “아프가니스탄에 있었군요”라는 말을 툭 던진다. 근거는 이렇다.
‘의사로 보이지만 군인이라는 느낌도 있으니 군의관이 분명하다. 낯빛이 검은 점으로 미뤄 열대 지방에서 최근 귀국했다. 손목이 희니 원래 피부색이 검은 사람은 아니다. 얼굴이 좋지 않다. 고초를 많이 겪고 병도 앓았을 것이다. 왼팔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은 점으로 미뤄 상처를 입은 적이 있다. 열대 지방에서 영국 군의관이 그렇게 고생하고 팔에 상처까지 입을 만한 곳은 아프가니스탄이다.’
이처럼 프로파일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초능력자가 아니다. 과거 벌어진 범죄 사례들로부터 공통된 ‘패턴’을 추출하고,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패턴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프로파일러들의 기본 임무다.
프로파일러들은 직접 수사를 담당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들의 추론으로 수사에 도움을 준다. 용의자가 오리무중일 때 프로파일러가 사건을 다각도로 분석해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면 성별, 성격 등 개인적 특성을 추론할 수 있다.
akr20160624216500004_02_i대부도 사건에서 보듯 시신 유기 방식과 이동 경로, 거주지 범위까지 좁히기도 한다. 수사 범위가 좁혀지면 불필요한 수사력 낭비를 막고, 검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프로파일러는 수사의 맥을 잡고 길을 제시하는 안내자다.

입 다문 범죄자와의 심리전…사이코패스의 방어기제도 뚫는다
프로파일러의 또 다른 임무 중 하나는 피의자 면담이다. 경기 서남부 강호순 연쇄 살인사건, 안양 초등학생 납치 살인사건, 여중생을 납치해 살해한 부산 김길태 사건 등 굵직한 강력사건에서 피의자들을 면담해 자백을 끌어낸 프로파일러의 숨은 공이 있었다.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등 ‘이상 범죄’로 불리는 강력사건 피의자들은 범죄사실과 동기 등을 자백받기 쉽지 않다. 어떻게든 범행을 감춰 형량을 줄이거나 기소를 피하려고 탄탄한 방어기제로 무장한 이들이어서 일반적인 피의자 신문 기법이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쯤 되면 대개 프로파일러가 등장한다.
피의자를 직접 신문하고 조서를 작성하는 이는 수사팀 형사다. 프로파일러가 직접 신문에 깊이 개입하지는 않는다. 프로파일러의 역할은 입을 다문 피의자의 특성을 신속히 파악해 입을 열게 할 신문 방법을 찾아주는 데 있다. 그러려면 프로파일러가 피의자를 직접 만나 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피의자 면담의 핵심은 ‘자극점’을 찾는 일이다. 어떤 부분을 건드려야 피의자의 감정선에 변화가 생겨 자백을 받을 수 있을지 빨리 파악해야 한다. 노련하고 사람에 대한 직관이 뛰어난 프로파일러일수록 여기에 능하다.
김길태 사건 당시 입을 굳게 닫은 김씨의 감정선을 무너뜨린 이도 프로파일러였다. 당시 수사본부에 투입된 경찰청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위(현재 경감,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는 김씨의 심리적 특성을 파악하고자 그의 친구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정작 어린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김씨는 길태라는 이름 대신 ‘상태’로 불렸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양부모에게 입양된 김씨는 흔히 ‘길에서 태어났다’는 뜻을 지닌 자신의 이름을 싫어하는 것이 분명했다.
권 경위는 김씨가 이런 ‘양아들 콤플렉스’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일탈해 범죄의 길로 빠져들었다고 생각했다. 다시 김씨를 만나러 돌아온 권 경위는 친근한 말투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상태야.” 순간 김씨의 태도가 흐트러졌다.
오로지 자신을 처벌하려는 ‘적’으로만 봤던 경찰관이 친구처럼 이름을 불러줬다는 사실에 김씨는 적잖이 놀란 듯했다. 이후 권 경위는 여러 차례 김씨를 면담하고 각종 기법을 동원한 끝에 결국 말문을 열어 자백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akr20160624216500004_03_i‘범죄 통찰’ 특화 인력…역할 확대 범위 넓어
한국 경찰이 프로파일러를 체계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서울 강동경찰서 현장감식 요원이던 권일용 경위가 ‘한국 1호 프로파일러’로 발탁되고, 2000년 2월 서울지방경찰청이 과학수사계에 범죄행동분석팀이 설치되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프로파일러 시대가 열렸다.
이후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등을 거치면서 이상 범죄에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자연히 프로파일러의 중요성도 커졌다. 경찰은 2006년부터 심리학이나 사회학 전공자를 경장으로 특별채용해 각 지방청 범죄분석팀에 배치하는 등 인력 확충에 나섰다. 지금은 경찰청과 17개 지방청에서 프로파일러 31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연쇄살인이나 묻지마 범죄 등 이상 범죄 분석에 주로 프로파일러가 투입됐다. 범죄 발생 단계에서부터 수사를 돕는 일은 물론, 검거 이후 구체적인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 밝히는 일이 프로파일러의 몫이었다. 범죄를 저지른 이유를 밝혀야 대책을 세워 재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러의 역할은 강력범죄 영역을 넘어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치안의 과학화’를 추구하자면 그간 축적된 범죄 관련 자료를 의미있게 활용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이 범죄뿐 아니라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절도 등 생활 영역에서 흔히 발생하는 범죄도 일정한 경향과 주기 등을 찾아내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경찰이 2009년 도입한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GeoPros·지오프로스)도 그런 작업의 일환이다. 경찰이 보유한 범죄 관련 정보와 지리정보시스템(GIS), 인구통계학적 정보 등을 연계해 지역별 범죄 특성을 도출하고, 그에 맞는 대응책을 수립하도록 돕는다. 현재 수사 중인 범죄에 관한 정보를 지오프로스에 입력하면 범인 은신처를 일정 반경 안으로 좁혀 수사에 도움을 주는 일도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치안활동에서 자료 축적 및 분석과 정보기술(IT)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추세”라며 “범죄에 대한 통찰과 범죄자 유형화에 특화된 프로파일러들이 이런 업무에 기여하는 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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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 이사장은 다음 주 초 재외동포재단의 9대 이사장으로 취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내정자는 미국에 거주 중이지만 곧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재외동포 출신이 재단 수장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단 이사장은 외교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3년이다. 서울 출신인 그는 1987년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했다. 1988년 미주한국일보 기자를 시작으로 미국 소수계 언론 연합인 뉴아메리카미디어 부장 등을 지냈다. 한국전쟁 당시 양민학살 문제를 다룬 30여 회의 시리즈를 미주한국일보에 게재해, 2001년 한국기자상 특별상을 비롯해 AP통신 기자상, 미국 내 비영어권미디어 최초 소수계 기자상을 받았고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국제변호인단을 조직해 일본 정부와 일본회사를 상대로 1999∼2006년 대일소송을 이끌기도 했다. 미주 한인 2세로 제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의 영웅이자 인도주의자로 이름을 떨친 고 김영옥 대령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9년 LA 공립학교의 ‘김영옥중학교’ 명명을 주도했고, UC리버사이드대 부설 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와 국내 김영옥평화센터 설립에 앞장섰다. 김영옥의 전기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과 ‘1920, 대한민국 하늘을 열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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