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과학수사> ⑫ 범인 다녀간 현장…’신발의 지문’이 남았다

신발 밑창·타이어 문양 대조하는 족윤적 감정
용의자 추적·특정, 여죄 수사에 활용…국내 유통 신발 80% DB화

작년 10월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한 18층짜리 아파트 화단에서 박모(55·여)씨와 또 다른 박모(29)씨가 고양이집을 만들고 있었다. 둘은 인터넷 고양이 동호회 회원이자 이 아파트 주민이었다.

작업에 몰두하던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묵직한 회색 물체 하나가 갑자기 떨어졌다. 물체는 여성 박씨의 머리에 떨어진 뒤 튕겨 나와 남성 박씨에게 날아들었다. 쓰러진 두 사람 곁에 나뒹군 것은 회색 시멘트 벽돌이었다.

여성 박씨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남성 박씨도 벽돌에 맞아 두개골이 함몰될 만큼 크게 다쳐 치료를 받았다. 세간에 ‘캣맘 사건’으로 회자한 과실치사상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길고양이를 보살피던 여성이 난데없이 날아든 벽돌에 맞아 숨졌다는 점에서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저지른 ‘혐오 범죄’일 개연성이 제기됐다. 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여서 경찰 수사에 쏠린 관심도 매우 컸다.

금세 해결될 것 같던 사건은 의외로 실마리가 잘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벽돌이 떨어진 이 아파트 104동 5∼6호 라인 폐쇄회로(CC)TV를 입수해 분석하고, 주민들을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탐문했지만 이렇다 할 소득이 없었다.

인터넷에서는 이 사건을 길고양이 혐오자가 계획적으로 벌인 살인사건으로 규정하고 ‘캣맘 살해 용의자를 처벌해 달라’는 청원운동까지 일어났다. 수사팀에 가해지는 부담감도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 수밖에 없었다.

수사에는 다양한 과학수사 기법이 동원됐다. 경찰이 수사 초반 기대를 건 것은 DNA였다. 벽돌에서 피해자 2명이 아닌 다른 사람의 DNA가 발견되면 주민들로부터 DNA를 채취해 용의자를 금세 특정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다행히 5∼6호 라인 주민들은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고, 대조군 확보를 위한 DNA 채취에도 흔쾌히 응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감정 결과 벽돌에서는 제3자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로서는 맥빠지는 상황이었다.

3차원 스캐너로 벽돌 낙하를 가상 구현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벽돌 무게, CCTV에 잡힌 벽돌의 낙하 속도 등을 입력해 층과 호수별로 벽돌이 낙하할 때의 거리와 각도를 추산, 벽돌이 던져졌음직한 층과 호수의 범위를 좁히는 작업이었다.

DNA 검출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벽돌에 대한 2차 DNA 감정도 국과수에 의뢰했다. 주민 동의를 받아 가정집 내부까지 수색했다. 혹시 사건에 쓰인 벽돌과 비슷한 벽돌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답보 상태로 8일이 지났다. 경찰은 수사 범위를 조금 넓혀보기로 했다. 벽돌이 떨어진 위치인 5∼6호 라인뿐 아니라 옆쪽에 있는 같은 동 3∼4호 라인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해 CCTV 영상을 확보하고 분석에 들어갔다.

10월15일, 경찰은 이 영상에서 눈에 띄는 장면을 발견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A(9)군이 또래 2명과 함께 3∼4호 라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가 약 40분 후 같은 엘리베이터로 내려오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A군을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A군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를 불러 저녁부터 조사하기 시작했다.

A군에게서는 결정적 증거가 될 법한 또 한 부분이 보였다. 그가 신은 신발이었다. 앞서 경찰은 사건 당일 옥상에서 발자국을 채취해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족적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 C사의 고무 샌들로 판명됐다.

A군은 바로 그 C사의 신발을 신고 있었다. 경찰은 A군의 신발 밑창 문양을 다시 경찰청으로 보내 대조를 요청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감정관들은 수사팀이 보내온 문양과 종전에 발견된 옥상 발자국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16일 오전 1시40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에 감정 결과가 통보됐다. “크기와 형상이 같은 동일 문양으로 확인됨.”마침 A군도 자신이 옥상에서 벽돌을 던졌다고 자백한 상태였다. A군이 범인이라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 됐다.

A군은 물체 낙하 속도를 실제로 실험해보려는 ‘과학적 호기심’에 친구들과 함께 옥상으로 올라갔다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캣맘 사건’의 전말은 길고양이 혐오와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 사람이면 누구나 남기는 발자국…용의자 추정·여죄 수사에 활용

범죄 현장에는 여러 종류의 흔적이 남는다. 머리가 좋고 경험이 풍부한 범죄자라면 흔적을 감추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지만, 모든 흔적을 지우거나 감출 수는 없다. 특히 족적(발자국)은 그렇다. 사람은 땅에 발을 딛고 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족적은 옛날부터 범죄 수사나 실종자 추적에 중요 단서로 쓰였다. 족적은 그 사람이 이동한 방향을 알려주고, 연속하는 발자국을 분석하다 보면 걸음걸이 특성까지 유추할 수 있다.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만화영화를 보면 범죄 현장에서 돋보기를 들고 발자국을 찾는 장면이 심심찮게 나온다. 그만큼 족적은 현장 감식의 ‘기초’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범죄 현장에는 으레 족적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경찰은 족적과 윤적(바퀴자국)을 묶어 ‘족윤적’으로 함께 취급한다. 자동차나 자전거 등의 타이어 자국도 의미있는 범죄 단서로 쓰인다. 윤적을 통해 해당 차량의 타이어 제품을 알 수 있고, 이는 수사 범위를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족윤적 가운데 가장 보편적으로 취급되는 것은 신발 흔적이다. 오늘날 신발을 신지 않고 다니는 사람은 드물고, 범죄자 역시 신발을 신고 다닌다. 현장에 남은 신발자국은 용의자를 특정하는 여러 중요 단서 중 하나다.

신발은 남녀에 따라 제품이 구분돼 나오는 경우가 많다.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스타일이나 브랜드가 달라 신발로 나이를 추정할 수도 있다. 신발 크기로 발 크기를 짐작해 신장을 추정하는 일도 가능하다.

족적에 신발이 닳은 위치나 정도가 나타나면 이를 토대로 끌어낼 수 있는 단서도 많다. 신발 안쪽이 많이 닳았다면 흔히 ‘평발’로 불리는 마당발이고, 한쪽만 심하게 마모됐으면 다리를 저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오늘날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신발 밑창에는 고유한 몰드(mold) 번호가 있어 이를 토대로 제품명을 확인하기도 쉽다. 몰드는 밑창을 찍어내는 틀을 가리키는데, 브랜드마다 밑창 종류가 다양해 각 틀에는 고유번호가 있다.

신발자국이 특히 유용하게 활용되는 영역은 절도사건 수사다. 개별 사건의 범인을 검거하고서 그의 신발 문양을 기존 미제사건들의 현장 족적과 대조하는 과정에서 여죄가 ‘노다지’처럼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만 족적은 지문이나 DNA처럼 개개인을 1대 1로 특정하는 단서가 되기는 어렵다. 같은 신발을 신고 다니는 사람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증거와 결합하면 용의자 범위를 좁히고 특정까지 가능하게 하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된다.

족윤적은 현장 조건에 따라 채취 난도가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어떤 조건에서도 흔적을 채취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법이 개발됐다.

흔적이 선명하게 남았다면 크게 걱정할 일 없이 사진만 제대로 찍어도 된다. 그러나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흔적을 특수한 광선으로 찾아내고, 기름이나 이물질에 흔적이 찍히면 분말을 뿌린 뒤 떠내야 하는 상황도 있다.

담요나 방석 등 섬유류에도 족윤적이 찍힐 수 있다. 이런 경우 정전기를 이용해 흔적을 채취하는 특수 장비를 활용한다. 모래나 진흙 위에 남은 흔적은 석고를 부어 굳힌 뒤 확보하고, 물속에 흔적이 있으면 석고가루로 채취한다.

■ 지문·DNA처럼…신발·타이어 문양 4만8천여종 DB 구축

경찰은 지문이나 DNA처럼 족윤적도 DB를 구축해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신발이나 타이어 종류별로 사진을 찍어 책자 형태로 만들고서 필요할 때 일일이 뒤져야 했지만, 전산화된 지금은 검색이 훨씬 편해졌다.

1997년 경찰청에 족윤적 감정시스템(FTIS)이 구축됐고, 2002년 서울·경기지방경찰청 시범 운용한 뒤 전국 지방청으로 확대됐다. 이후 고도화 사업을 거쳐 지금은 일선 경찰서에서도 족윤적 DB에 접속해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신발이나 타이어는 계속 새로운 제품이 생산되므로 DB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일은 필수다. 전국 과학수사 요원들이 수시로 업체를 방문해 협조를 구하고 신발 밑창이나 타이어 문양을 촬영한다. 이를 경찰청에서 취합해 DB를 추가한다.

올 7월 기준으로 FTIS에 등록된 족윤적은 4만8천320종이다. 운동화가 3만326종으로 가장 많고, 캐주얼화 5천437종, 구두 4천605종, 등산화 등 안전화가 4천196종, 샌들·슬리퍼류 2천395종, 타이어 1천361종이다. 신발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 유통되는 제품의 80%가량을 망라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일선에서 의뢰받은 족적을 감정하는 경찰청 감정관.

일선에서 의뢰받은 족적을 감정하는 경찰청 감정관.

일선 형사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족윤적이 있지만, 현장에서 발견되는 족윤적 상당수는 문양이 일부만 남았거나 희미한 상태여서 경찰청에 감정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다. 경찰청 범죄분석센터에 족윤적 전담 감정관들이 있다.

족윤적 감정은 감정관의 역량이 감정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장 족윤적 사진을 FTIS에 입력하면 비슷한 문양이 자동 검색되지만, 컴퓨터가 제시한 수많은 유사 문양 가운데 동일 문양을 고르는 것은 결국 감정관의 능력이다.

경찰 관계자는 “족윤적은 비록 1대 1 증거로서 능력은 약하지만, 용의자가 검거되면 현장 흔적과 대조해 간접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며 “여죄를 추정하고 입증하는 자료로도 유용하게 쓰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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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 이사장은 다음 주 초 재외동포재단의 9대 이사장으로 취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내정자는 미국에 거주 중이지만 곧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재외동포 출신이 재단 수장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단 이사장은 외교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3년이다. 서울 출신인 그는 1987년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했다. 1988년 미주한국일보 기자를 시작으로 미국 소수계 언론 연합인 뉴아메리카미디어 부장 등을 지냈다. 한국전쟁 당시 양민학살 문제를 다룬 30여 회의 시리즈를 미주한국일보에 게재해, 2001년 한국기자상 특별상을 비롯해 AP통신 기자상, 미국 내 비영어권미디어 최초 소수계 기자상을 받았고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국제변호인단을 조직해 일본 정부와 일본회사를 상대로 1999∼2006년 대일소송을 이끌기도 했다. 미주 한인 2세로 제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의 영웅이자 인도주의자로 이름을 떨친 고 김영옥 대령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9년 LA 공립학교의 ‘김영옥중학교’ 명명을 주도했고, UC리버사이드대 부설 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와 국내 김영옥평화센터 설립에 앞장섰다. 김영옥의 전기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과 ‘1920, 대한민국 하늘을 열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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