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강타한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사람·동물 무차별 확산

■ 한 달새 AI 감염 가금류 1천600만마리 살처분…계절 독감 1주만에 4배 급증
■ “강독성 AI 바이러스 대량 유입” vs “기온 급강하로 독감 유행…변이 아냐”
■ “바이러스 저온서 활성화 공통점 있지만 AI·독감 동반 유행 연관성은 없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사람과 동물 할 것 없이 인플루엔자가 무서운 기세로 번져 나간다.

AI 감염 의심 가금류 살처분

AI 감염 의심 가금류 살처분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역대 최단 기간에 최악의 피해를 낸 데 이어 사람에게 번지는 계절 독감도 급속도로 확산하는 추세다.

AI는 16일 현재 전국 7개 시·도, 26개 시·군에서 79건의 신고가 접수돼 54건이 H5N6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됐고 25건은 검사 중이다.

농가 278곳에서 1천231만4천여 마리가 도살 처분됐고, 30개 농가 427만 마리의 살처분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16일 AI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1천658만여 마리가 살처분된 것이다.

AI 피해가 가장 컸던 2014년 195일 동안 1천396만 마리가 살처분된 것과 비교하면 올해 바이러스 확산 속도와 규모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사람을 위협하는 A형 독감도 AI 못지않게 위협적이다.

감염 학생이 불과 일주일 만에 4배로 늘어났다.

교육부 학생 감염병 감시정보를 보면, 2016년 제49주(11월27일∼12월3일) 독감에 감염된 전국 초중고 학생 수는 8천35명(10만명당 131.4명)으로 제48주(11월20일∼26일) 1천933명(10만명당 31.6명)의 4배가 넘었다.

충북의 경우 11월에 38명뿐이던 독감 환자가 12월 들어 1천755명으로 무서운 속도로 불어났다.

독감 환자가 발생한 곳은 초등학교 83개교, 중학교 37개교, 고등학교 24개교였으며, 청주 A중에서는 122명, B중에서는 10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청주 C초등학교에서는 전체 학생의 14.6%(92명)가 독감에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독감이 찾아온 시기도 예년보다 훨씬 빨랐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8일 인플루엔자 유행 주의보(독감주의보)를 발령했다. 2010∼2011년 겨울 이후 가장 이른 시기에 내려진 것이다. 2012년 이후에는 대부분 1월에 독감주의보가 발령됐다.

독감 진료 위해 병원 찾은 환자들

독감 진료 위해 병원 찾은 환자들

올해 사람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AI와 계절독감이 동시에 유행하고 둘 다 확산 속도도 빠르지만, 바이러스가 원래 낮은 온도에서 활동성이 높다는 점 말고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질병관리본부 인플루엔자바이러스과 김기순 과장은 “두 바이러스를 동일시하는 건 과학적 측면에서 볼 때 난센스”라며 “기본적으로 AI는 조류가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독감과 같은 잣대로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건국대 송창선 교수도 “AI와 독감은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에 국내에 유입된 H5N6형 AI 바이러스의 경우 독성이 강하고 전파 속도 또한 빨라 급속도로 확산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 이천일 축산정책국장은 “정확한 원인은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이번 바이러스는 독성 자체가 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농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철새들이 워낙 많은 바이러스를 들여온 데다 충분한 사전 대응과 철저한 방역이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올해는 단위 사육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산란계를 기르는 농가가 많은 것도 바이러스 확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송창선 교수는 “철새가 가져온 바이러스 양이 많아 자연환경과 농장에 바이러스 농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철저한 소독이 이뤄지지 않고 살처분이 늦어진 점도 감염 확산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계절독감이 12월 들어 학생들을 중심으로 갑자기 퍼진 것은 비교적 포근했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보통 겨울방학 기간인 1월에 독감이 본격적으로 유행하던 예년과 달리 학기 중에 유행이 시작되면서 좁은 공간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학생들 사이에 쉽게 전파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백신과 바이러스 성분이 일치하지 않는 ‘미스매치’나 바이러스 변이 때문은 아니라는 얘기다.

독감 예방접종

독감 예방접종

A형 독감은 보통 H1N1, H3N2 두 가지 바이러스가 번갈아 유행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유행이 예상되는 독감의 혈청형을 공개하면 제약사들이 여기에 맞춰 백신을 생산해 보급한다.

최근 돌고 있는 독감은 H3N2 타입으로 올해 보급된 백신의 항원성과 같은 그룹에 속하며, 내성을 가진 다른 종으로 변이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번 독감 바이러스는 한 명이 몇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지 전파력을 나타내는 감염효율(재생산지수)도 1.3∼1.7로, 종전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독감 유행 초기에는 확산 속도가 완만한 것이 보통이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때문에 독감 치료를 받는 환자 중에 유사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도 일부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마이코플라즈마,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등은 기침, 고열을 비롯해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올 겨울 독감은 일찍 찾아오고 확산 속도도 빨라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홍콩, 유럽에서도 인플루엔자 유행이 다른 해보다 조금 일찍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보면 어느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어 대유행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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