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가르친 문법> 8품사 문법 공부 안 하기

“8 품사 문법”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여 정리된 문법으로 인간의 언어를 ‘의미중심’이 아니고 ‘낱말중심’으로 분석한 문법이다. 낱말이라는 집합을 통하여 인간 언어를 분석해 보면 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접속사, 전치사, 그리고 감탄사라는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8 품사를 발견하게 된다.
이 문법은 각 낱말들의 특질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고 이들 품사들이 어떻게 문장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지를 설명하는 문법이다.
사실, 낱말들이 이런 8개의 독특한 성질을 가진 낱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발견한 것은 인간의 대단한 업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견은 인간의 언어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필요한 것이지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학습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언어의 기본단위는 낱말이 아니고 “의미단위(sense group)”이기 때문이다.
8 품사 문법 학자들은 명사 중에는 보통명사, 고유명사, 물질명사, 집합명사, 추상명사 등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명사 중에는 셀 수 있는 명사와 셀 수 없는 명사가 있다는 사실도 밝히고 있다.

보통명사: a city(도시), a street(거리), a singer(가수), a river(강)
고유명사: Seoul(서울), Mr. Ahn(미스터 안), Korea(한국), France(불란서), China(중국)
물질명사: water(물), gold(금), sugar(설탕), coffee(커피), oil(기름)
집합명사: baggage(수화물), food(음식), fruit(과일), furniture(가구), garbage(쓰레기)
추상명사: beauty(아름다움), confidence(자신감), courage(용기), education(교육)

셀 수 있는 명사: a chair(의자), a boy(소년), a girl(소녀), a box(상자), a car(자동차)
셀 수 없는 명사: ice(얼음), money(돈), water(물), dirt(먼지), time(시간), advice(충고)

또 8 품사 문법학자들은 동사에는 목적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동사’와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타동사’가 있고 또 동사들 중에는 ‘완전자동사’도 있고
‘불완전 자동사’도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자동사: go(가다), sleep(자다), smile(미소 짓다), walk(걷다), run(달리다), fly(날다)
타동사: add(더하다), accept(받다), answer(대답하다), choose(선택하다), close(닫다)

완전자동사 ‘go’ : I go.(나는 간다.) -‘go’라는 자동사가 오면 완전한 문장
불완전자동사 ‘am’: I am happy. 이 경우 ‘am’이라는 자동사가 와도 완전한 문장이 못 됨
‘happy’라는 보어가 와야만 완전한 문장이 됨

이렇게 낱말 중심으로 언어를 분석하다 보니 8 품사 문법책이 다루고 있는 문법 항목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래서 8 품사 문법책들은 굉장한 두께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8 품사 문법은 집 짓기에 비유한다면 먼저 ‘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전치사, 접속사, 감탄사’라는 벽돌들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한 후에 이들 벽돌들이 어떻게 건물이라는 문장으로 만들어지는가를 설명하는 문법이다. 그런데 집을 설명하는데 벽돌이라는 고립된 재료로부터 설명하다가 보니 아주 복잡한 문법 항목들을 갖게 되고 ‘집’이라는 문장을 설명하는데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8 품사 문법학자들은 이 문법 항목들을 인위적으로 쉬운 것과 어려운 것으로 나누어서 쉬운 문법부터 어려운 문법으로 점차적으로 공부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문법과 어려운 문법을 나누다 보니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형이 기본임으로 우리나라 교과서들은 모두 현재형을 가장 쉬운 문법으로 생각하고 현재형부터 가르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동사들을 가르치지 못하고 불필요한 명사들만 많이 외우게 되거나 be동사의 현재형을 공부하게 된다. 그래서

I am a boy. (나는 소년이다.)
It is a book. (이것은 책이다.)
Is this a book? (이것은 책입니까?)

라는 문장들을 먼저 공부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이러한 문장들을 의사소통에서 사용하고 있는가? 도대체 언제 이런 문장들을 사용할 기회가 있는가? 동사의 현재형이 쉽다고 하지만

I dance. (나는 춤춘다.)
라는 현재형을 도대체 언제 실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가? 사실
I danced. (나는 춤을 추었다.)
I am dancing. (나는 춤을 추고 있다.)

라는 표현은 어린이들도 잘 이해하지만 현재형 ‘I dance.’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 엄마들은 현재형 동사보다 동사의 과거형이나 현재진행형을 아기들에게 먼저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I danced.’나 ‘I am dancing.’은 ‘I dance.’보다 훨씬 쉬운 개념임을 원어민의 통찰력으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기능-개념적 접근법에 의하여 영어를 가르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문제도 발생한다. 거의 대부분의 영어 교과서들은

‘인사하기’를 처음 과제로 공부한다. 왜냐하면, 인사하기가 의사소통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인사하기는 절대로 필요하기는 하지만 인사하기처럼 어렵고 미묘한 의사소통상황은 없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How do you do? (처음 뵙겠습니다.)
라고 인사해야 하고 자주 만나는 사람에게는
Hi! How are you? (야, 잘 있었니?)
라고 말해야 하고 영어선생님이 학생들을 교실에서 공식적으로 만날 때는 아침이면
Good morning everyone! (여러분, 안녕하세요.)
라고 말해야 하고 개인적으로 인사할 때는
How are you, Jinsu! (진수야, 잘 지냈어?)
Fine, thanks. And you?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안녕하시지요?)
라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표현들을 선생님들이 8 품사 문법을 가지고 설명을 시도하면 아마도 모든 학생들이 다 영어를 싫어하게 될 것이다. 자! 도대체 ‘Fine’은 어떻게 가르칠 것이며 ‘thanks’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그러나 현재 초등학교에서 8 품사 문법을 가르치지 말라고 권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과외를 통해서 8 품사 문법을 열심히 공부하게 될 것이고 영어 선생님들도 8 품사 문법으로 이들 문장들을 설명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담하다. 교사와 학생들이 다 같이 열심히 영어를 가르치고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10년 후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포기한 ‘영포자’
(영어를 포기한 자)가 되는 것이다.

영어 성적에서 늘 최고 점수를 받는 학생들도 6년간 800시간 정도 8 품사 문법을 공부한 후에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걸 보면서 우리는 두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는, 영어는 근본적으로 무지무지하게 어려운 언어라는 것이고, 둘째는, 8 품사 문법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문법이라는 것이다.

첫 번째 결론은 IQ 70 이상 되는 모든 미국의 어린이들이 영어를 다 잘 말하는 걸 보면 잘못된 결론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8 품사 문법이 의사소통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적합하지 않은 문법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는 없다. 사실 미국 아이들이나 어른들은 8 품사 문법을 잘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모두 영어를 잘 말하고 있으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그럼 어떤 문법을 공부해야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을까? 결론은 간단하다. 우리는 엄마처럼 엄마 문법을 가르쳐야 하고 엄마 문법을 공부하면 100%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안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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