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선정 2017 10대 국제뉴스

2017년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핵실험 도발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강력한 제재로 맞서면서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된 한 해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고받는‘말폭탄’에 한반도 전쟁위기설까지 나돌며 동북아 정세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동맹과의 관계 재정립에 나서 국제사회를 당황케 했다. 그 사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신흥 패권국을 자처하는 중국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세계질서 재편을 예고했다.
잔혹한 테러 공격으로 국제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시리아와 이라크 내 주요 거점에서 패퇴하며‘칼리프국가’수립에 실패했다.
중동 패권을 둘러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며 중동정세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연합뉴스는 올해 10대 국제뉴스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다.
■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에 긴장하는 국제사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질주에 미국은 동맹국과도 대립각을 세웠다. 미국인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 정책은 국제질서를 이끌어왔던 미국의 고립을 부르고, 중국과 러시아 등의 입지를 키워주는 역할을 했다.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고, 무역 불균형을 바로 잡겠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도 착수했다.
전통의 우방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는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가 하면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해서도 무기 구매와 함께 방위비 증액을 주문했다. 또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해 국제사회에 등을 돌리고, 각국의 반대에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해 갈등의 불씨를 댕겼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각국은 독자노선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 시진핑 중국 권력독점…대국 향한 2막 출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2기의 시작을 알린 지난 10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2050년까지 세계 최강국을 목표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한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시 주석은 19차 당대회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시진핑 사상’을 공산당 당장(黨章)에 편입시켰다.
상무위원 7인의 집단지도체제임에도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한 상무위원들이 자신에게 보고토록 해 상무위원 사이에 상하 관계를 구축했고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에 측근을 대거 기용해 시진핑 1인 지배체제를 위한 실질적 기반을 닦았다.
또 중국 공산당의 불문율이었던 ‘격대지정(隔代指定·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그다음 세대 지도자를 미리 지정)’의 전통을 깨뜨리고 후계자를 임명하지 않아 3연임 가능성도 열어놨다. 시 주석은 당대회에서 3시간30분에 걸쳐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샤오캉(小康) 사회 실현을 위한 구상과 장기 국가비전 등을 제시했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정부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패권국의 지위를 내던진 사이 ‘신형 국제관계’를 외교기조로 내건 중국이 신흥 패권국으로의 부상을 모색하고 있다.

■ 가뭄·홍수·폭염·혹한…기후변화 재난에 지구촌 몸살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이 지구촌 곳곳을 휩쓸었다.
올해 초 아프리카 북동부 소말리아와 예멘, 에티오피아, 케냐, 나이지리아 등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농작물을 거두지 못해 수백만명이 굶주림에 허덕였고, 전쟁에 가뭄까지 겹친 남수단에서는 수십만명이 아사 위기에 처해 결국 기근을 선포했다. 지난 8월 말 인도 동부와 북부, 네팔,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지역에 최악의 홍수가 찾아와 1천200명이 숨지고 4천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해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휴스턴 전체가 물에 잠겼다.
유럽은 ‘혹서’ ‘혹한’을 모두 치른 한 해였다.
지난 여름 남유럽에서는 섭씨 4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수일간 지속돼 사망자가 발생하는가 하면, 철로가 휘어 열차 운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앞서 1월에는 독일 북부, 러시아 모스크바의 최저기온이 각각 영하 31도, 41도까지 떨어졌고 프랑스, 체코, 이탈리아 등도 폭설과 강추위로 고역을 치렀다.
건조한 기후로 산불도 잇따랐다.
지난 6월 포르투갈 중부에서 산불이 발생해 120여명의 사상자가 났고, 이달 들어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서부에서 발화한 초대형 산불이 여의도(2.9km2, 제방 안쪽)의 80배에 달하는 면적을 태웠다. 이 같은 재난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에 따른 것으로, 최근 몇 년 새 지구 온도는 계속 상승세다.

■ 트럼프-김정은, 북핵 둘러싼 ‘희대의 말폭탄’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탄두,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이어가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설전이 한동안 연일 지구촌 국제뉴스면을 뜨겁게 달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행정부가 견지해온 대북정책의 골간인 ‘전략적 인내’가 틀린 것으로 증명됐다며 어느 때보다 북한에 호전적 위협을 가했다. 그는 지난 8월 자국 취재진을 만나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면 지금껏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는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가 있지만,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더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노망난 늙은이’로 불렀다. 북한 선전매체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미친개’, ‘몽둥이로 사정없이 때려잡아야 할 미치광이’라고 부르며 위협했다. 북핵문제 해결을 두고 상존하던 동북아 긴장은 이 같은 설전 때문에 한층 더 고조됐다.
미국 백악관과 공화당 일부 강경파들 사이에서는 대북선제타격안도 거론됐으나, 미국 국무부, 국방부에서는 외교 해결책에 방점을 두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한반도 주변 주요국들도 위기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랐다. 미국과 일본은 외교적 해결을 우선시하되 군사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으나,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행동은 일절 수용할 수 없으며 조건없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로 맞섰다.

■ 유럽정치 중도기반 상실·좌우 양극화 따른 기성정치의 참패
지난해 불어닥친 포퓰리즘 강풍의 여파와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계속되면서 유럽 각국에서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극좌나 극우로 향하고 기성 중도 정당의 기반은 축소됐다.
프랑스에서는 5월 ‘반(反)기득권’을 기치로 내건 신예 에마뉘엘 마크롱의 대통령 당선과 그가 이끄는 신생 정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총선 승리로 기성 정치를 대변하는 중도우파 공화당과 중도좌파 사회당의 양당체제가 와해됐다.
독일에서도 9월 총선에서 중도우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등 기존 중도 정당들이 독점했던 표가 극우성향의 포퓰리스트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으로 넘어가면서 중도 정당의 입지가 크게 약화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0월 총선에서 극우 자유당이 3위를 차지하며 제1당인 우파 국민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협상 중이다.

■ ‘미투’ 확산…지구촌 여성들의 성폭력근절 봉기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이 터진 이후 미국을 넘어 세계 각국으로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확산했다.
와인스틴이 수십 년간 배우 지망생과 직원 등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은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왔다.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한 미투 캠페인은 미국 연예계, 정가, 언론계 등에 이어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퍼졌다.
와인스틴이 촉발한 할리우드 성폭력 파문은 배우 더스틴 호프만, 케빈 스페이시, 스티븐 시걸, 코미디언 루이스 C.K. 등으로까지 일파만파로 번졌다. 미국 정가에서는 성추문에 휩싸인 현역의원들이 잇따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과거 성추행 등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들도 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의회의 공식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에 미투 운동을 일으킨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선정했다. 타임은 이들 여성을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로 명명했다.

■ IS ‘칼리프국가’ 수립 좌절…시리아·이라크서 패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목표인 ‘칼리프국가’(초기 이슬람 신정일치국) 수립이 좌절됐다.
IS는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 정부군, 국제동맹군을 상대로 싸우는 한편, 서방 주요국가에서 테러 공격을 단행하며 악명을 떨쳤지만 올 한 해 주요 거점에서 패전을 거듭하며 와해됐다.
IS는 지난 7월 주요 거점 도시 이라크 모술에서 약 3년 만에 쫓겨났고, 3개월 뒤인 10월 사실상 수도 역할을 하던 시리아 락까에서마저 3년 9개월 만에 짐을 쌌다.
이라크 정부는 이달 들어 IS를 자국 내에서 완전히 격퇴했다고 선언했다.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한 러시아도 시리아에서 IS의 모든 부대가 제거됐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IS 격퇴 국제동맹군은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에 남아 있는 IS 조직원이 3천명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임기 내내 트럼프 정부 흔든 ‘러시아 내통설’
트럼프 대통령은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백악관에 입성했지만 임기 첫 해 내내 ‘러시아 내통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러시아 정부는 2016년 미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등의 이메일을 해킹하고, ‘악플러’에게 돈을 주고 소셜미디어에 악성 댓글을 달게 하는 등 방해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의회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고,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은 수사를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지난 5월 해임됐다. 의혹이 확산하자 미 법무부는 특검 수사를 결정했다. 로버트 뮬러 특검은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마이클 풀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비롯해 트럼프 캠프 출신 4명을 기소했다.
특검의 칼날은 점차 트럼프 대통령을 향하고 있어 수사 향배에 따라 대선 당선의 정통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 北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의 국제공항 신경작용제 암살사건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각각 인도네시아, 베트남 국적인 여성 2명으로부터 화학무기인 맹독성 신경작용제 ‘VX’공격을 받아 살해되면서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인 남성 4명을 암살을 지시하고 관여한 용의자로 지목하면서 사건의 배후가 김정은 정권이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인식으로 굳어졌으나 북한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정남 암살사건은 이후 미국이 11월 북한을 2008년 이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 사우디-이란 패권 다툼…중동정세 불안
중동의 패권을 둘러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다툼이 급격히 악화했다.
종교적 라이벌인 수니파와 시아파의 영수로서 양국의 대립이 이슬람 급진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몰락을 계기로 다시금 본격화했다. 사우디와 이란의 패권 다툼이 시리아, 예멘에 이어 레바논으로까지 번질 기미를 보이면서 고조하는 역내 갈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사드 알 하리리 레바논 총리는 11월 초 사우디 방문 도중 헤즈볼라와 이란의 위협을 이유로 총리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가 한 달 만에 사퇴 의사를 철회했다.
이란은 사우디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약화해 레바논 내정에 간섭하려고 그를 사실상 감금하고 사퇴를 종용했다고 반박해 양국 간 긴장이 고조했다.
사우디는 11월 4일 리야드 국제공항을 겨냥해 발사된 예멘 후티 반군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이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사우디가 중동 내 여러 나라 국민을 적대해서 무슨 이득을 얻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사우디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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