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의 참새방앗간] 선데이서울

우리나라 최초의 연예 오락잡지였던 ‘선데이서울’은 관음증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1970~80년대 한국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었다. 표지는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이 장식했으니, 내용의 품위를 떠나 인기 연예지였다.

1968년 창간호가 발매 2시간 만에 6만 부가 매진될 정도로 ‘대박’을 친 ‘선데이서울’은 군사 독재정권이 혹세무민하기 위해 장려한 3S 정책(섹스, 스크린, 스포츠)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20여년 장수했다. 정치는 외면하게 하고 말초적인 욕망을 한껏 자극하면서.

이 잡지가 화제의 영화 ‘1987’에서 주요한 소품으로 등장한다. 백골단이 골목골목 진을 치고, 최루탄이 팡팡 터지던 거리거리에서 ‘선데이서울’은 불심검문을 통과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됐다. 내가 ‘불순분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데 있어 백치미로 무장한 ‘선데이서울’은 나의 수준을 순식간에 저렴하게 만들며 백발백중의 효과를 냈던 것이다.

역사의 중요한 시점에서 이 ‘선데이서울’이 핵심적인 메신저 역할을 해냈다는 게 흥미롭다.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도 같고, 대중의 다양한 얼굴을 표현하는 것도 같다. 이 잡지의 판매부수를 올려준 것도 대중이었고, 일제히 경적을 울리며 광장으로 뛰쳐나와 호헌철폐를 외친 이들도 대중이었다.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고, 왜곡된 성의식을 부채질한 주범도 ‘선데이서울’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연예계 소식의 메카로서 대중문화를 선도해 간 것 역시 ‘선데이서울’이었다.

영화 ‘1987’의 마지막 장면에는 ‘그날이 오면’이라는 노래가 울려 퍼진다. “책상을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어이없는 말을 내뱉으며 온갖 폭력을 행사하는 모리배들이 사라진 ‘그날’을 염원한 노래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현재 우리에게 ‘그날’은 온 것일까.

그 사이 ‘선데이서울’은 폐간됐고, 군사 독재정권도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에는 온갖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실대고, 광화문광장은 얼마 전 다시 촛불의 염원으로 거세게 달아올랐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없어졌지만, ‘색깔론’은 여전히 강력한 파워를 과시한다. 백골단은 사라졌지만 ‘익명’이라는 가면을 쓴 악플과 모함이 여기저기서 폭력을 휘두른다. 물론, 왜곡된 성의식도 별반 변화가 없다. 단색이었던 모리배들의 얼굴이 컬러풀, 다양해진 느낌이다.

훗날 영화 ‘2017’이 나온다면, 지금의 시대를 단적으로 설명할 매개체는 뭐가 될까. ‘선데이서울’은 차라리 순진했다고 돌아보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연합뉴스=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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