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멍 쉬멍 걸으멍 고치 가는’ 제주와 닮은 일본 ‘규슈올레 3선’

‘놀멍 쉬멍 걸으멍 고치 가는 길’(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 함께 가는 길의 제주도 방언). 제주 올레가표방하는 목표다. 제주 올레는 길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역 공동체의 발전을 생각해 왔다. 마을 자원을 활용한 상품과 함께 공정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도보여행 길과 교류에 나섰고, 열매를 맺었다. 일본의 규슈 올레는 그렇게 탄생했다.
제주 올레는 2012년 2월 규슈와 협약을 맺었다. 규슈는 이후 매년 2∼4개 올레 코스를 개장, 최근까지 모두 19개 코스가 문을 열었다. 그래서 규슈 올레는 제주와 닮아있다. 그러면서 규슈만의 독특한 매력도 가졌다.
규슈 올레 코스는 규슈의 농촌·어촌·산촌과 온천, 삼나무 숲길, 바닷가, 녹차 밭 등 다양한 풍광과 문화, 역사를 고루 만날 수 있도록 조성됐다.
규슈에서도 조랑말 모양의 ‘간세’와 화살표·리본을 만날 수 있다. 제주 올레는 제주 바다의 파란색과 감귤의 주황색을 쓰는데, 규슈 올레는 파란색과 함께 일본 신사에 많이 사용하는 다홍색이다. 제주 올레와 닮았지만 다른 대표적인 규슈 올레 3곳을 소개한다.

◆ 3천년 된 녹나무 그늘…
‘다케오 올레’
사세보(佐世保)에서 동쪽으로 30km 가량 떨어져 있는 다케오(武雄)시. 이곳은 높은 산들 사이에 자리 잡은 작고 조용한 온천마을이다. 이곳에 생긴 올레길이 한국인의 마음을 끌고 있다. 올레길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3천살이나 되었다는 녹나무는 다케오 올레의 하이라이트다. 다케오 올레에서 가장 유명한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코스 가운데 있는 고풍스런 키묘지절(貴明寺)과 이케노우치 호수 등도 매력적이다.
다케오 올레의 길이는 모두 14.5km에 달한다. 4∼5시간가량 소요된다. 초심자들이 만만하게 볼 거리가 아니다.
시작점은 다케오 온천역이다. 이곳 관광안내소에서 한글로 된 코스 안내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천천히 걸어오르면 올레 표지판을 만나게 되고 계속 올라가면 시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첫 번째 관광명소 키묘지 절 등을 지나면 갈림길을 만난다. A코스는 살짝 등산 느낌이 드는 상급자 코스라 할 수 있다. B코스는 끊임없는 계단이 이어져있다. 둘 중 어디로 가야할 지 난감해진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숙소는 다케오온천 누문 근처에 즐비하다. 숙소를 찾고 있는데, 때마침 현지인 중년 여성이 온천욕을 한 뒤 걸어 나온다. 자세히 보니 전통복장 그대로였다.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는 다케오 버거를 손꼽을 수 있다. 자칭 ‘규슈의 넘버 원 버거’라 하는데, 로스까스 버거가 인기다.두툼한 돈까스와 아삭아삭한 양배추의 식감이 좋다. 올레길에 챙겨가서 먹기에도 좋다.

◆ 녹차 밭 신선한 공기…‘사가 우레시노 올레’
사가(佐賀)현의 우레시노(嬉野)는 ‘일본의 3대 미용 온천’ 중 하나로 꼽힌다. 미끈미끈한 감촉이 좋다. 게다가 줄지어 뻗은 녹차밭이 만들어내는 녹색 물결 속을 걷다 보면 피톤치드가 온몸으로 스며드는 듯하다.
12.5km 코스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녹차 밭이지만 보성과 하동 등 국내에서 보던 녹차 밭과는 다소 다르다. 국내의 경우 산지에 자리하고 있지만, 우레시노는 넓은 평지에 넓게 펼쳐져 있다. 우레시노 녹차는 일본 차 품평회에서 1위를 줄곧 차지한다고 한다. 그런데 자랑할 것이 녹차밭뿐만이 아니다.
빛이 잘 들지도 않는 삼나무와 편백숲 사이로 난 오솔길은 기묘하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광대한 녹차 밭을 보면 상큼하다 못해 시원하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우레시노 시내 전망이 한눈에 들어오고 시원한 바람이 땀을 말려준다. 첫 시작점인 씨볼트의 족탕은 시내에 있어 올레길을 끝내고 돌아와 무료 족탕을 즐길 수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숲 속에는 멧돼지를 쫓기 위한 작은 북이 마련돼 있다. 우레시노의 작은 시가지는 작은 아이스크림과 신사 등 둘러볼만한 곳들이 많다.숙박은 와라쿠엔이나 와타야벳소 등 적당한 가격의 전통 료칸들이 즐비하다.
먹거리로는 우레시노 온천의 온천수로 끓여낸 고소한 두부인 ‘유도후’를 맛봐야 한다. 100% 지역 콩으로 만들어 신선하고 콩이 가진 고소함이 잘 살아 있다. 온천수의 염화마그네슘 성질이 두부와 섞여 절묘한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브스키·가이몬 올레’
규슈 최남단의 활화산 사쿠라지마를 가진 가고시마현.
가고시마 현청 소재지에서 남쪽으로 약 2시간을 달리면 이부스키(指宿)시를 만날 수 있다. 해변의 검은색 모래찜질로 유명한 곳이다. 유채꽃이 만발한 해안 길과 화산으로 만들어진 높다란 산을 조망할 수 있는 코스가 매력적이다.
사츠마의 후지산으로 불리는 가이몬다케 산도 만날 수 있다. 사츠마는 규슈의 옛 이름이다. 해안가에서는 나가사키 바나 곶을 만날 수 있다. 나가사키 바나 곶 앞은 갑오징어 낚시 포인트라 현지인들도 낚시를 많이 한다. 이브스키 올레를 간 기자는 코스를 살짝 벗어나 엉뚱한 곳으로 가는 실수를 해버렸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더 큰 기쁨을 주는 여행이 됐다.
코스 가운데 있는 가가미이케(鏡池) 호수와 동떨어진 이케다호수(池田湖)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둘레 15km, 수심 233m의 규슈 최대의 칼데라호수다. 덕분에 길이가 2m, 몸통둘레 50cm에 달하는 큰 뱀장어를 구경할 수 있었다. 호수에서 가이몬 산을 올려다볼 수 있다. 지금 이맘때면 유채꽃이 만발해 아름답다.
검은 모래찜질로 유명한 이부스키에선 숙소 찾기가 어렵지 않다. 이곳에 가면 온천달걀을 이용한 돈부리인 ‘온타마랑동’을 놓치지 말자. 다양한 특산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게마다 다른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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