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파’ 육성의 산실

[※ 편집자 주 = 한국학(Korean Studies)은 한국어를 비롯해 한국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외국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지한파’를 양성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공공외교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연합뉴스는 공공외교 전문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한국학 진흥사업을 활발히 펼치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3국을 돌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고 해외 한국학의 현주소와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짚어봅니다.]

“단기간에 이룩한 경제발전,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의 대중문화, 촛불시위로 상징되는 민주화 등에 대한 외국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국학 붐을 조성할 절호의 기회이지요.”(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한국학은 언어와 문학·역사·지리·법학·사회학·인류학 등 한국 관련 모든 연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국에 관한 지식 전반을 다루는 종합적인 학문의 특성을 가지며, 한국이라는 지역적 구분에 기초하고 있어 지역학의 하나로 분류된다.
지역학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 등장했으며, 1990년 냉전 종식을 계기로 거듭 발전한다. 세계 각국은 무한경쟁의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대국의 정치·경제·문화 등에 대한 연구에 더욱 매진했다.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한국 관련 학술활동을 지원하는 공공외교의 하나로 한국학을 육성했다. 한국학에 대한 지원은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한국학중앙연구원 두 기관이 주도한다.
정부가 해외 한국학 사업에 지원하는 예산은 올해 기준으로 KF가 119억 원, 한국학중앙연구원 28억 원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학술회의·초청연수·펠로우십에 집중하고 있으며 한국학 교육·연구 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은 대부분 KF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한국학 강좌를 운영하는 해외 대학과 연구소는 2007년 55개국 632개에서 2017년 105개국 1천348개로 10년 만에 2배가량 늘었다. ‘한국학과’나 ‘한국학부’를 개설한 대학이 많지만 아시아 연구 학과에 한국 전공으로 포함된 곳도 있다.
◎ 한국학 왜 중요한가…“국제사회에서 한국 이해 증진”
외교부 산하기관인 KF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 증진 및 국제적 우호친선’을 목적으로 1991년 설립됐다. 국민과 함께하는 세계 수준의 공공외교 전문기관을 비전으로 삼는다.
해외 한국학(한국어) 진흥사업, 글로벌 네트워킹 사업, 문화교류 및 미디어 사업 등을 시행하며 이를 통해 국가브랜드를 증진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확보한다. 그동안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 각국과 학술과 문화, 인적 교류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고 이는 한국학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이어졌다.
해외에 지한파를 양성해온 한국학 진흥사업은 해외 유수 대학에 한국학·한국어 교수직 설치, 객원교수 파견, 교원고용 지원, 해외 한국전문가 육성을 위한 각종 펠로십 등으로 이뤄진다.
KF는 출범 이래 세계 16개국 90개 대학에 131석의 한국학 교수직을 설치했다. 66개국 100개 대학에 한국학 강좌를 운영하고 26개국 98개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로 850개 강좌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연간 2만 명이 한국학을 수강한다. 한국학 객원교수 파견, 한국학 현지 교원 고용 지원, 한국학 전공 대학원생 장학사업 등도 펼친다.
‘2018 KF 한국학 백서’에 따르면 한국학 연구가 활성화된 국가와 지역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러시아, 중동,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이다.
미국에서 한국학은 1960년대 중반 이후 학문으로 자리 잡았고, 유럽에서는 19세기 중국과 일본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돼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화됐다. 중국에서는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학술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양적·질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동남아와 중앙아시아에서는 한류 붐을 타고 한국어 학습을 바탕으로 한국학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KF는 해외 한국학 교육 수요에 비해 현지 교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2011년부터 ‘글로벌 e-스쿨사업’을 시작했다. 국내와 해외 대학의 연계 또는 해외 대학 간 컨소시엄을 통해 온라인 강의와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 사업으로 48개국 161개 대학에서 한국학 관련 1천67개 강좌가 개설됐다.

◎ 동남아는 지금 ‘한국학 전성시대’…한류·한국기업 덕분
2000년대 들어 한국학 붐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지역이 동남아다. 한국학 강좌를 연 대학이 2007년 29개에서 2017년 132개로 무려 455%나 급증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경우 2005년 각각 10개, 1개, 6개에 그쳤던 한국학 강좌가 2017년 27개, 14개, 19개로 늘어났다.
연구 분야도 언어와 역사, 문학, 철학, 종교 등 인문학 중심에서 정치, 경제, 대중문화, 사회, 국제관계 등 사회과학 등으로 다양화하는 추세다.
KF는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공통 배경으로 한류, 한국 기업 진출, 한국 관광객 증가 등을 꼽았다.
가장 먼저 한류가 진출한 베트남은 1990년대 후반 K드라마에서 시작해 영화, 음악, 온라인게임, 패션, 화장품 등으로 한류가 확대됐다. 이에 힘입어 2006년 하노이에 한국문화원이 개설됐고 2012년에는 호찌민에 한국교육원이 들어섰다.
2000년 초반부터 한류 붐이 일어난 인도네시아는 2011년 자카르타에 한국문화원이 들어서면서 부설기관으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이 문을 열었다. 1980년대부터 동방정책을 펼친 말레이시아는 1991년에 3개 대학에서 한국학 강좌를 열었을 정도로 한국 연구 역사가 상대적으로 오래됐다.
한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 또한 현지인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면서 한국학이 발전하는 토대가 됐다.
베트남에서 한국은 일본, 싱가포르, 대만에 이어 제4위의 투자국이다. 인도네시아에는 2천80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외국계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150만 명의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한국의 투자액이 2013년 기준 108억 달러로 말레이시아 투자 국가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다.
(서울·호찌민·자카르타·쿠알라룸푸르 = 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Related articles

19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 이사장은 다음 주 초 재외동포재단의 9대 이사장으로 취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내정자는 미국에 거주 중이지만 곧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재외동포 출신이 재단 수장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단 이사장은 외교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3년이다. 서울 출신인 그는 1987년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했다. 1988년 미주한국일보 기자를 시작으로 미국 소수계 언론 연합인 뉴아메리카미디어 부장 등을 지냈다. 한국전쟁 당시 양민학살 문제를 다룬 30여 회의 시리즈를 미주한국일보에 게재해, 2001년 한국기자상 특별상을 비롯해 AP통신 기자상, 미국 내 비영어권미디어 최초 소수계 기자상을 받았고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국제변호인단을 조직해 일본 정부와 일본회사를 상대로 1999∼2006년 대일소송을 이끌기도 했다. 미주 한인 2세로 제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의 영웅이자 인도주의자로 이름을 떨친 고 김영옥 대령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9년 LA 공립학교의 ‘김영옥중학교’ 명명을 주도했고, UC리버사이드대 부설 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와 국내 김영옥평화센터 설립에 앞장섰다. 김영옥의 전기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과 ‘1920, 대한민국 하늘을 열다’ 등의 저서가 있다.

Leave a Reply

avatar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