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엔 지금 ‘코리아 열풍’

1992년 한국과 베트남이 공식 수교한 이래 양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관계를 키워왔다.
베트남은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한국의 교역·투자·인적교류·개발협력 분야 1위 국가다.
한국은 2009년 베트남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고, 2014년에는 현지에서 일본을 제치고 외국직접투자(FDI) 국가 1위에 오른 이래 현재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 정부가 ‘더불어 잘 사는, 사람 중심의 평화공동체’ 건설을 모토로 아세안과의 전면적 협력을 추구하는 ‘신 (新)남방정책’의 핵심국가이기도 하다.
코트라 통계를 보면 베트남에는 현재 4천200여 개의 한국기업이 진출해 현지인 10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베트남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5%에 달한다.
양국 간 교역액은 2007년 69억 달러에서 2012년 216억 달러로 늘었고 2017년에는 639억 달러로 치솟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간다.
지난 3월 베트남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2020년까지 양국 교역액 1천억 달러 달성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
한국 기업의 투자 증가는 한국말에 능통하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현지인 노동력 수요를 발생시켜 베트남 대학의 한국학과(한국어과 포함)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에 한국학과가 개설된 전문대학 이상의 교육기관은 23개교, 수강생은 1만여 명에 이른다.
1993년에 첫 학과 개설 이후 2000년까지 5개 학교가 한국학과를 도입했고, 2001∼2010년 8개교가 추가된 데 이어 2011년 이후 10개 학교가 더 늘어났다. 3개 대학은 올해 내에 한국학과 개설을 준비 중이다.
경제수도인 호찌민시와 그 인근에만 11개 대학에서 5천300여 명의 학생이 한국학을 전공하고 있다.
베트남 교육부는 이와 별도로 2016년부터 8개 중·고교를 시범학교로 선정해 제2외국어로 한국어 교육을 펼치고 있다.
호찌민 한국어교육원의 김태형 원장은 베트남에서 한국학 열풍이 부는 이유에 대해 ▲한류 확산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 상승 ▲한국기업 취업 붐 ▲한국-베트남 다문화가정 증가 등을 거론했다.
그는 “올해 기준으로 한국 내의 외국인 유학생 순위에서도 베트남은 중국(7만933명)에 이어 2위(3만2천795명)”라며 “이는 지난해보다 2배로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한국교육원의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학생들이 한국어과를 지원하는 이유는 한국 문화·사회에 대한 관심(56%), 취업 용이(23%), 가족과 지인의 권유(10%) 등으로 나타났다.
응웬 따이 프엉 마이 호찌민국립인문사회과학대 교수는 “졸업생의 70%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취업해 통·번역 업무를 맡고 있다”며 “보수가 베트남 회사보다 2배 이상 높아서 학생들이 많이 몰린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한국학과는 지역학으로 한국을 연구하는 것과 한국어를 배우는 두 갈래로 나뉘어있지만 대부분 한국어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학문 목적보다는 의사소통과 실무 한국어 능력 구비라는 교육 목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학과가 많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한국어 교육 전공자를 비롯해 교원과 현지화된 한국어 교재가 부족한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베트남의 각 대학에서 가르치는 한국어 교재는 대부분 한국에서 제작됐다. KF와 국민은행의 지원으로 2년 전 호찌민국립인문사회대에서 ‘베트남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내놓았지만 널리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호찌민기술대의 부이 판 안트 교수(대외협력)는 “각 대학이 자체 교재를 개발할 정도의 전문교원이 없다보니 한국어 학습의 심화가 덜 돼 결과적으로 지역학으로 한국 연구도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일본학은 한국학과 비교해 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다. 호찌민기술대에는 지난 2015년 일본국제교류기금(JF)의 지원으로 베-일본기술교욱원(학사과정)가 개설돼 현재 2천 명이 재학하고 있다.
안트 교수는 “학기마다 100명이 교환학생으로 일본 대학에 유학하고, 교원능력 향상을 위한 초청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어 교육의 질이 갈수록 높아진다”며 “한국학과가 자체적으로 성장 동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