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회 3관왕 당구여제 스롱 피아비, 고국 캄보디아 찾다

“타고난 재능은 아니고요, 그저 노력을 했을 뿐이에요.”

최근 고국을 방문한 캄보디아 당구여제’ 스롱 피아비는 천부적 재능 대신 오직 노력을 통해서 오늘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며, 겸손하면서도 당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 스롱 파아비는 불과 8년 전 만해도 한국인 남편과 국제 결혼해 충북 청주에 살던 캄보디아출신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그런 그녀가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 해 1월 3쿠션 프로무대에 진출하자마자, ‘양구 국토정중앙배’에서 우승하면서 부터다.
그 여세를 몰아 곧바로 ‘춘천 대한당구연맹회장배’ ‘강진청자배’까지 전국단위 당구대회 우승컵을 무려 3개나 쓸어담으며, 한국 여자 3쿠션 ‘퀸’으로 등극, 돌풍을 일으켰다.
혜성처럼 나타난 당구여제의 등장에 국내 당구계는 발칵 뒤집혔고, 팬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연거푸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또 피아비야?” 라는 놀라움과 감탄이 쏟아졌다.
스롱 피아비 선수는 뛰어난 당구실력 뿐만 아니라, 훤칠한 키에 동남아 특유의 예쁘고 큰 눈을 가진 선수로 팬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캄보디아 김연아’로 불릴 만큼 빼어난 미모를 과시한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팬들의 사인공세가 이어지곤 한다.
자국 출신 여성 스롱 피아비의 잇따른 승전보를 접하게 된 주한캄보디아대사관 롱 디망 대사는 한남동 주한대사관으로 초청해, 그녀를 격려해주었다. 대사는 정부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정작 그녀의 고국인 캄보디아에서는 한 동안 그녀의 명성과 인기를 잘 알지 못했다. 그녀의 활약상이 현지사회에 알려진 건 불과 최근에서다.
태권도 외에 별다른 스포츠종목 스타가 부재한 가운데, 스롱 피아비의 한국대회 우승소식은 현지 국민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페이스북 등 ‘SNS’를 타고 금새 화제의 인물이 됐다. 최근 스롱 피아비 선수의 귀국 소식은 현지 신문과 주요방송매체들도 앞 다퉈 주요기사로 내보냈다.
캄보디아정부 초청으로 금의환향한 스롱 피아비는 지난 1일 프놈펜 시내 골프타운에서 열린 교민동호인 초청 시범경기에 참석, 현란한 3쿠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눈길을 끌었다. 난이도가 높은 3쿠션을 척척 성공시킬 때마다 뜨거운 박수소리와 감탄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먼발치서 팔짱을 낀 채 흡족한 표정으로 바로 보는 한 중년 남성이 있었다. 스롱 피아비의 남편인 김만식씨였다. 그는 당구여제에게는 없어선 안 될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뷰 중 스롱 피이비는 “남편이 가장 무서운 코치”라 농담을 던지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대회 때나 훈련할 때 항상 남편이 곁에서 힘이 되어준다”며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당구를 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2010년 남편과 결혼하고 1년 쯤 지났을 때다. 남편 따라 우연히 당구장에 갔는데, 친구분들이 한 번 쳐보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처음 가르쳐 준대로 치니 다들 잘한다고 칭찬을 해줬다. 이후 당구에 재미가 들어 선수로 입문하게 됐다”
스롱 피아비는 남편의 적극적인 후원과 지지 속에 지난 2013년부터 동호인대회에 나가 정상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문체부장관기대회는 2014년부터 3년간 쭉 우승을 할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주변에선 프로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칭찬이 연거푸 쏟아졌다. 결국 지난해 1월 남편과 주변의 권유에 프로세계에 정식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지금 살고 있는 청주 지역에서 하루 10시간 정도를 당구와 살아요. 오후 1시부터 11시까지 클럽에 쭉 있는데, 실제로 큐를 드는 시간은 6시간 정도죠”
천부적 재능을 넘어, 오로지 피나는 노력과 땀을 통해 경지에 오른 선수임을 입증해주는 대목이다. 남편 김만식씨도 “아내가 항상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 한다”고 귀띔해주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스롱 피아비 선수가 한국으로 결혼이주를 오기 전 고국에서 단 한 번도 당구 큐대를 잡아본 적이 없을뿐더러, 다른 운동도 해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녀는 현재 국내 랭킹 1위에 올라 ‘코리안 드림’을 펼쳐가는 중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나름의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국제대회 참가자격과 관련된 문제다. 세계3쿠션선수권, 3쿠션월드컵 등 세계대회에 참가하려면, 해당 국가의 연맹에 반드시 등록한 후에야 출전이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렇지만, 현재 캄보디아에는 스누커 연맹만이 존재한다. 다행히 최근 이를 알게 된 캄보디아 국가올림픽위원회가 발 벗고 나서 그녀의 국제대회 출전을 돕기로 했다. 기존 캄보디아 스누커연맹이 산하에 당구연맹을 별도로 창설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2일 오전 10시(현지시각) 수도 프놈펜에 위치한 캄보디아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강당에서 캄보디아당구협회 발족식이 거행됐다. 연맹의 새로운 명칭은 캄보디아 당구&스누커 연맹으로 정해졌다. 밧 쩜로운 NOC 사무총장과 쫌 코살 당구연맹회장 및 관계자들, 그리고,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인 남편과 시골에서 올라온 그녀의 부모와 친동생 등 가족친지가 참석한 가운데, 전국대회 금메달을 건 스롱 피아비가 뜨거운 박수 속에 단상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그녀는 고국 캄보디아를 대표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국위를 선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주최 측은 그녀에게 국위선양의 댓가로 감사패를 전달했으며, 훈센 총리의 장남이자 육군중장인 훈 마넷 장군은 새로 발족한 본 연맹에 미화 1만 불을 기부했다. 한인회 박상호 수석부회장과 신청현 대외협력위원장도 본 행사에 참석해 스롱 피아비 선수를 격려해주였다.
이날 캄보디아 당구협회가 정식 출범함에 따라, 캄보디아 당구여제 스롱 피아비 선수는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더욱이 그녀는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스누커 대표로도 활약할 예정이다.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조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태권도 스타 손 시브메이 선수와 더불어 고국 캄보디아를 빛낼 스포츠스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본 행사에 참석한 체육계 관계자는 “그녀가 캄보디아대표로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 만큼 2023년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아세안게임(SEA GAMES) 스누커 종목에서 조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줄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고 귀띔해주었다.
그녀는 남성프로선수들처럼 애버러지 1 중반을 넘는 것 말고도 또 다른 꿈과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가난한 고국 캄보디아에 체육관련 학교를 짓는 것이다. 프놈펜에서 차로 3시간 떨어진 캄퐁참주 작은 시골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스포츠 영재를 길러내는 게 꿈이다. 그녀는 가난 때문에 못 배우는 아이들에게 운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그녀는 당구로 번 돈을 통장에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그녀는 남편이 이런 자신의 꿈에 아무 조건 없이 동의해줬다며 고마워했다.
때마침 최근 우리나라 ‘실크로드 시앤티’(회장 박민환)라는 국내 두 번째 실업 당구팀이 새로 창단을 했다는 소식과 함께 이 기업이 스롱 피아비선수를 후원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여러모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스롱 피아비 선수는 “지금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훌륭한 선수가 돼 모두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으며, 고마운 우리 남편과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캄보디아출신 당구여제의 성공시대를 다시 한번 응원해본다.
[박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