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는 아끼면서 유흥비는 흥청망청… 왜 돈에 취약할까

인간을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존재로 보는 주류 경제학의 담론은 깨졌다.
1978년 허버트 사이먼을 시작으로 2002년 대니얼 카너먼, 2013년 로버트 실러, 2017년 리처드 세일러까지 내로라하는 행동경제학자들이 노벨경제학상을 잇달아 수상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행동경제학은 경제 주체로서 인간이 이성보다 감정, 편견, 취향, 유행, 문화의 영향 속에서 제한적인 정보에 의존해 만족을 찾는 직관적 선택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저명한 행동경제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상식 밖의 경제학’의 저자인 댄 애리얼리 미국 듀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신간 ‘부의 감각’(청림출판 펴냄)을 통해 사람들이 금전 문제에서 얼마나 비합리적인지를 설명한다.
변호사이자 저술가,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는 제프 크라이슬러가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저자들은 사람들이 돈과 관련해 나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인간의 심리적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돈과 관련해 공통으로 저지르는 실수들을 파고들며 그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한다.
사람들은 택시비 몇천 원을 아끼기 위해 정류장에서 만원 버스를 기다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유흥비로는 몇십만 원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쓴다.
이유는 유흥을 즐길 때는 일상생활을 할 때와 다른 ‘심리적 회계’계정을 사용하는 데 있다. 이런 속임수 덕분에 사람들은 이중적인 기준으로 돈을 지출하면서도 모순을 느끼지 않는다.
유흥비로 거액을 쓰는 데는 ‘지불의 고통’을 덜어주는 신용카드도 한몫한다. 카드로 돈을 지출할 때는 지갑에서 지폐가 빠져나갈 때와 같은 현실감을 느끼지 못한다. 카드를 사용할 때 구매금액이 커지고 지출액을 낮게 평가하고 액수는 더 쉽게 잊어버린다고 한다.
돈의 상대성도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는 요인이다. 우리는 6만 원짜리 셔츠를 정직한 가격에 사는 것보다 10만 원으로 부풀린 가격에서 40% 할인받아 사는 것을 훨씬 더 선호한다.
책은 돈에 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더욱 근본적인 이유로 사람들이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점을 든다.
기회비용은 뭔가를 선택하기 위해 대신 포기하는 건데, 선택의 합리성을 판단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
하지만 돈은 너무 추상적이고 일반적이라 기회비용을 연상시키기 어렵다. 반면 우리가 보통 뭔가를 사려고 할 때는 사려는 대상 말고는 아무것도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한다.
사람들은 오디오를 고를 때 700달러짜리 오디오보다는 70만 원짜리 오디오에 30만 원짜리 클래식 CD 세트가 포함된 제품을 선호한다.
사실 당장 필요도 없는 클랙식 CD보다는 용처가 정해지지 않아 뭐든 살 수 있는 30만원의 가치가 훨씬 크다. 그런데도 CD를 선택하는 건, 사람들이 추상적인 돈의 가치를 특정 물건으로 구체화한 돈의 가치보다 낮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것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소유 효과’라고 하는데, 얻는 것과 잃는 것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하기 때문에 생긴다.
사람들은 동일한 양의 고통과 즐거움이 있을 때 즐거움보다 고통을 두 배나 강하게 느낀다. 즉 10달러를 잃을 때 느끼는 고통의 강도가 10달러를 얻을 때 느끼는 즐거움의 강도의 두 배라는 것이다.
소유 효과는 이미 투자한 투자금인 ‘매몰 비용’이 클수록 강력해진다.
책은 이 밖에도 사람들이 돈에 관한 한 놀랄 만큼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한다.
인간은 금전 문제에서 왜 이토록 취약한 걸까. 이는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까.
저자들은 그렇다고 답한다.
단지 경솔해서가 아니다. 심지어 돈은 많이 생각한다고 해서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반대로 많이 생각할수록 더 잘못된 선택을 하기 일쑤다. 머릿속에 돈 문제가 있을 때는 어떤 문제든 해결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유는 돈 문제가 너무 복잡하고 실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워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단서들에 의존해 어림짐작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이성적이지 않다. … 이성적이기는커녕 자기가 사물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 즉 얼마나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온갖 기묘한 정신적 속임수를 동원한다.”
금전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취약성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인간의 비합리적 경제 행동을 근거로 삼는 행동경제학의 기본 교리를 재확인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들은 돈은 교환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는 상투적인 충고를 잊지 않는다.
그러나 이 역시 인간의 심리 구조상 따르기 쉽지 않아 보인다.
“돈도 항공 마일리지와 마찬가지이다. 돈은 인생의 최종 목적이 아니다. 최종 목적을 위한 수단을 뿐이다. 그러나 돈은 행복이나 복지나 인생의 목표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궁극적이며 보다 의미 있는 이런저런 목표가 아니라 돈을 기준으로 이런저런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연합뉴스=이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