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 숭배! 베트남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한 첫 관문

베트남인들은 돌아가신 조상들의 영혼이 그 후손 곁에 함께 머물며 어려운 일 가운데 지켜주는 신령한 존재라고 믿기 때문에 죽은 이들과 살아가고 있는 이들 사이에 정식적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자신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모든 것들을 그들의 조상들도 같이 느끼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매년 음력의 마지막 날은 한국의 구정과 같은 뗏(Tết)을 지내며 돌아가신 조상의 영혼이 가족들과 함께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집으로 초대하는 제사(Cúng Tiên Thường, 꿍 띠엔 트엉)가 행해진다. 뗏이 시작되기 전에는 모든 가족들은 돌아가신 분들의 무덤을 제초하고 가꾸며, 집을 청소하고 장식하며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이러한 조상숭배는 내 혈통의 선대를 기리는 것뿐만 아니라 비와 바람을 주관하는 신들, 민족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기리고 것까지 포함된다.
이러한 조상숭배의 뿌리는 머우(Mẫu, 지신), 토꽁(Thổ Công, 부엌신), 옹따오(Ông Táo, 화로신) 등을 숭배해 왔던 민간신앙에 두고 있다. 아직까지도 작은 촌락이나 동네에서는 탄호앙(Thánh Hoàng)을 숭배하며 마을을 지키고 보살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베트남은 80년대 도이머이 정책으로 사회적, 경제적으로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일었고 전통적인 가족의 구성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가족이란 베트남의 가장 근본적인 문화 가치를 이루고 있다. 마찬가지로 가족에서 마을을 이루고 국가가 된다는 사고방식이 베트남인들의 근간에 자리하고 있으며, 조상숭배는 전통을 지지하는 관습으로 베트남의 거의 모든 사람이 부나 사회적 계급, 종교적 신념에 상관없이 조상숭배를 중시한다.
조상에 대한 숭배는 관습에서 종교의 위상으로 격상되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유교와 불교는 베트남에 뿌리내린데 반해 기독교는 베트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례로 김을 베트남 사람에게 선물한 적이 있는데 나는 내가 선물한 그 김이 다음 날 조상신을 모시는 제단 위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제사가 끝난 후 이번엔 그 몇 조각 안되는 김을 가족과 이웃들이 함께 나눠먹는 모습도 또한 볼 수가 있었다.
이러한 조상숭배의 풍습은 우리나라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지만 이를 드러내는 방식과 형태에는 차이점을 보인다. 한국에서 제사는 보통 밤에 지내는 경우가 많지만 베트남에서는 주로 낮에 제사를 지낸다. 또한 한국에서는 장남과 장손을 중심으로 제사를 진행하는 반면 베트남에서는 막내 아들이 중심이 되어 제사를 지낸다. 한국에서 제사는 가족끼리 지내는 것과 달리 베트남에서는 가족은 물론 친구와 친한 이웃까지 모여 함께 제사를 지낸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이렇듯 한국과 베트남은 정서적 유사성이 깊어 한국에서 베트남을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향수와 안정감을 느끼지만 드러나는 형태의 차이로 인해 때때로 깊은 오해의 골이 생기기도 한다. 계속해서 그들의 풍습과 관습에 대해 알아보며 이해해 나가다보면 한층 더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범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