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어색하지 않은 베트남의 결혼식 결혼에 남아 있는 전통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베트남 친구가 있다. 그의 부모님은 이십 대 중반이 되도록 결혼하지 않는 아들을 못마땅하게 여겨 중매로 선을 보게 했다. 그렇게 선을 본 지 2주 정도 지났을 무렵, 그는 갑자기 결혼을 하게 됐다며 씁쓸한 얼굴로 나에게 청첩장을 내밀었다. 물론 결혼 후에 잘 지내고 있지만 요즘에도 부모가 자식의 결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떠이닌(Tay Ninh)에서 근무할 때 같이 일하던 베트남 여직원이 부모님이 정해준 상대와 어릴 때부터 만나 20살이 되자 결혼을 했다. 정혼자도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으며, 그녀는 정혼자를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정해 놓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베트남의 결혼풍습은 송나라의 주자가례로부터 들어왔지만, 현지에 맞춰 간소화되었다.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베트남의 ‘통혼권’은 결혼을 마을 사람끼리 제한하려는 경향이 있다. ‘딸을 멀리 시집 보내면 조상과 자식을 잃는다’는 속담이 이러한 풍습을 대변하는데, 베트남인들은 가족에 대한 애정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기 때문에 결혼 이후에도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려는 경우가 많다.
전통혼례는 6례로 이루어져 있다. ‘납 타이(Nap Tai)’로 시작되는데 중매쟁이가 양쪽을 오가며 의사를 타진한 뒤 신랑측의 혼서를 기러기와 함께 전달해 공식적인 혼인 의사를 밝힌다. 혼서가 전달되면 ‘번 잔(Van Danh)’로 이어지는데 신랑 집에서 두 번째 혼서와 함께 ‘쩌우까우’라는 전통 음식과 술을 보내면서 신부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묻는다. 이때 받은 생년월일로 점을 쳐서 조상의 영정에 고하는 예를 치른다. 또한 신랑 집에서 결혼예물을 보내는데 이를 ‘납 깟 Nap Cat’이라고 하며, 예물을 보낼 때 서로의 정혼 조건을 상의한다.
이후 의식은 ‘팅 끼(Thinh Ky)’로 신랑 집에서 마지막 혼서를 보내 결혼의 날짜를 청한다. 신부 측에서는 이에 답하여 ‘납 떼(Nap Te)’라고 하는 비단, 장신구 등 혼수를 보내어 혼인의 증명으로 삼는다. 이러한 과정 후 현재의 결혼식에 해당하는 ‘턴 잉(Than Nghinh)’이 진행되는데 신랑이 신부 집으로 가서 예를 올리고 신부를 맞아 돌아오는 것으로 혼례를 마친다.
이런 혼례의식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축소되면서 현재는 세 단계로 치러진다. 결혼 전 진행하는 상견례를 베트남에서는 ‘담노이(Dam Noi)’라고 하며 날을 잡아 상견례를 하는 것은 한국과 유사하다. 집안 제단 앞에서 조상에게 결혼 승낙을 구하고 담노이 전까지 상대 부모님에게 ‘어르신 (Bac, Chu)’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다가 결혼이 승낙되면 그때부터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는 다른 점도 있다.
상견례 이후 ‘담호이(Dam Hoi)’라고 하는 신랑이 술, 차, 과일 등 음식과 순금반지, 목걸이, 팔찌 등 예물을 준비하여 신부의 집에 찾아가 신부의 부모와 친족들에게 인사를 하는 의례를 치르면서 양가 친척들이 모여 신랑, 신부를 축복하고 덕담을 나눈다.
다음으로 좋은 때를 정해 신랑과 그의 부모가 신부 맞이를 하러 가는 ‘레 르윽 저우(Le Ruoc Dau)’가 이어진다. 이때 신랑집에서 준비한 함도 같이 올린다. 함 안에는 과자, 과일, 술을 넣어놓고 나눠 갖는다는 뜻으로 신부 집과 신랑 집이 반씩 가져간다.
일전에 지인이 베트남인과 결혼을 하게 되어 일부를 전통혼례로 치른 적이 있다. 이때 신랑집에서부터 신부의 집까지 함을 옮겼는데, 안에는 앞서 말한 반푸테를 포함해 과일, 소주, 떡 등 내용물을 가득 실어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양손으로 함을 든 채로 몇 십 분이나 사진을 찍었는데 같이 함을 들었던 건장한 5명의 남성이 이 의례가 끝난 뒤 한참이나 팔을 주물러야 했다.
이렇게 혼전의식이 끝나면 익숙한 식장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결혼식을 진행하는데 한국과 비교하면 결혼식 시간은 짧은 편으로 가족끼리 의식을 치르고 초대한 하객들은 결혼식 마지막에 참석하는 형태이다.
베트남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는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에서 한복을 입는 것처럼 특별한 전통 아오자이도 입는다. 한국과 다른 점은 신랑과 신부가 동시에 입장한 뒤 양가 어머니가 먼저 나란히 입장하고 이어서 양가의 아버지가 마찬가지로 동시에 입장을 한다는 것이다. 양가의 6명이 같이 서서 하객들의 축하를 받고 술잔을 교환해 한 모금씩 마신다.
한국은 결혼식을 먼저 진행하고 식사 자리로 이동하지만 베트남은 결혼식을 보면서 그 자리에 앉아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식이 끝나고 나면 하객들이 무대로 올라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흥을 돋우고 이를 보고 들으면서 식사를 같이한다. 식사하는 중간에 신랑 신부가 돌아다니며 찾아와 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식은 마무리된다.
보통 베트남 사람들은 자신의 일생에서 결혼할 때 가장 많은 돈을 쓴다고 한다. 한국과 베트남, 결혼식의 차이는 있지만 전통을 따르면서 현대에 맞춰 합리적인 식을 치른다는 점은 무척이나 닮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되는 결혼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비단 한국과 베트남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범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