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연주하는 팔꿈치 피아니스트 최혜연 캄보디아 특별공연

엄마가 내게 말했어요. 기적은 매일 일어나는 거라고…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지 않아요. 하지만, 그건 분명한 사실이죠”
미국의 유명배우 톰 행크스가 정신지체장애를 앓는 주인공으로 열연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주인공에게 기적이란 자신의 인생을 운명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난관을 헤치고 기적을 만들어내겠다는 강한 신념이자 자기 암시이기도 했다. 그리고 기적이라고 믿었던 일들을 주인공은 결국 해내고 만다.
지난 9월 1일(현지시각) 프놈펜 한인교회(담임목사 서병도)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진 최혜연양은 한쪽 팔을 잃은 장애를 극복,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불굴의 의지에 재능을 더해 기적을 일구어낸 젊은 피아니스트다. 나이 스물 세 살인 최 양은 장애를 극복하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굳은 의지와 매일 매일의 노력으로 지금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세상 사람들은 최 양이 일구어낸 기적에 놀라워하며 박수갈채를 보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자신들이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주된 관심과 시선은 최 양의 탁월한 음악적 재능과 실력보다는 오로지 장애를 극복했다는 기적 같은 인간승리 스토리에만 쏠려 있는 듯 싶다. 기자 역시도 그런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인터뷰 다음날 오후 5시에 시작해 1시간 남짓 펼쳐진 최 양의 공연은 그러한 세상의 온갖 편견과 잘못된 인식을 단번에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곁에서 지켜본 최 양의 음악적 재능은 정말 대단했다.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없는 일반관객들이 느끼기에도 그랬다. 왼쪽 손가락과 오른쪽 팔꿈치가 피아노 건반 위를 현란하게 넘나들며 아름다운 선율을 창조해냈다. 특히, 최 양이 손수 작곡했다는 감성적인 연주곡들은 때론 잔잔한 물처럼 흐르고 때론 폭포처럼 거세게 요동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연을 마친 순간 이제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최 양의 눈빛이 유독 반짝거렸다. 관객들은 열정적인 공연을 마친 최 양에게 아낌없는 찬사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경북 영덕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최 양은 불과 3살 어린 나이에 한쪽 팔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최 양은 자아가 생기기 시작한 유년시절,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좌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최 양을 오늘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30분의 짧은 인터뷰였지만, 시종일관 최 양은 해맑고 순수한 웃음을 단 한순간도 잃지 않았다. 어두운 구석을 좀체 찾을 수가 없었다.
“너무 어릴 적에 당한 일이라 솔직히 살아오면서 별다른 불편함은 별로 없었어요.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없고요. 가장 힘들었던 시기인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친구들이 놀려서 힘들었던 것 빼고는요” (웃음)
그동안 여러 인터뷰에서 비슷한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을 법한데도 최 양의 표정은 밝고 활기찼다. 낙천적이면서도 긍정적인 성격이 그대로 묻어났다.
캄보디아에 사는 지인의 소개로 해외초청공연을 갖게 되었다는 최 양은 해외여행이 태어나서 두 번째라며 젊은이다운 발랄함과 여성적 감성을 숨기지 않았다.
부모님 말고 가장 고마운 사람을 꼽으면 누가 있냐는 질문에 한 살 터울의 친언니를 바로 언급했다.
“피아노를 공부하는 언니를 따라 고교시절을 대전에서 함께 생활을 했어요. 그때 언니가 저를 제일 많이 도와줬어요. 지금까지도 마찬가지구요”
대전예고를 거쳐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 현재 4학년에 재학 중인 최 양은 지난 2011년 장애인 음악콩쿠르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영국왕립음악원을 방문, 같은 장애를 가진 피아니스트 니콜라스 매카시와 만나 함께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스타킹> 등 국내 지상파방송과 뉴스에도 다수 출연해 같은 아픔을 겪은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자신의 이름을 딴 개인 콘서트만 7번이나 열었다는 최 양의 꿈은 훌륭한 피아니스트 겸 음악 공연 기획자로 성공하는 것. 인터뷰 도중 최 양은 바쁜 스케줄 탓에 3박 4일의 짧은 공연일정만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장애와 온갖 편견을 극복하고, 이미 여러 장의 독집앨범을 낼 만큼 재능 있는 전문음악인으로 자리매김 중인 최혜연 양. 훌륭한 실력과 재능을 가졌지만, 음악인으로 더욱 대성하기 위해선 앞으로 더 많은 땀의 열정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본인 스스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부디 최 양이 아름답고 주옥같은 피아노 음악을 통해, 장애보다 더 무서운 세상의 편견과 차별 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신저가 되어주길 소망해본다.
[박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