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 경제를 흔들다

올해 초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베트남에 축구 열풍과 박항서 신드롬을 일으킨 베트남 축구. 지난 9월 2일 막을 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안게임 사상 첫 4강에 진출하면서 U-23 준우승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라이프플라자>는 베트남을 강타하고 있는 축구 열풍에 대한 궁금증과 해답을 찾아보았다.

◎ 120년 역사의 베트남 축구
축구는 1896년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 지배를 받을 때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초기에는 프랑스 공무원, 상인, 군인들 사이에서만 이뤄졌지만 점차 베트남인들에게 축구를 하도록 권장하면서 1908년 팀 대항전이 처음으로 이뤄졌다.
1928년 베트남은 ‘Annamite Sports Bureau’를 설치했으며 싱가포르팀과 경기를 위해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보냈다. 1954년 제네바 협정에서 베트남이 북위 17도선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2개의 국가대표팀이 생겨났고 1975년 베트남이 통일된 이후 베트남 축구 협회(VFF)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베트남 프로축구리그는 2000년에 탄생했으며 이후 기업들의 후원이 늘어나면서 대중화, 상업화되기 시작했다.

◎ 스포츠 종목의 왕좌를 차지하다
축구는 베트남에서 여러 스포츠 중 가장 사랑 받고 인기가 높아 ‘킹 스포츠(King Sport)’로 불리고 있다. 현지 미디어기업 ‘Adtima’의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축구(85%), 테니스(15%), 배구(12%), 수영(12%) 순으로 인기가 높다. 축구를 좋아한다고 응답한 85% 응답자들 중 3분의 1은 축구 광팬으로, 평소에도 축구와 관련한 모든 기사를 챙겨 본다고 한다. 베트남 축구팬들은 국내 리그뿐만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 바로셀로나, 첼시, 리버풀등 유럽리그를 비롯한 전세계 모든 유명 축구클럽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들은 유명 선수 이름이 새겨진 축구 유니폼을 즐겨 입으며 페이스북 팬페이지를 만들고 자체적으로 단체 경기 관람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 베트남 전역을 달군 뜨거운 응원 열기
베트남 축구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길거리로 뛰쳐나와 다른 이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2018년 1월 열렸던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경기 당시 누구나 할 것 없이 수많은 베트남 축구팬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베트남 축구를 응원하는 깃발을 흔들고 ‘베트남 보딕’(Viet Nam vo dich, 무적 베트남)’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냄비와 같은 온갖 물건들을 두드리며 거리 행진을 펼쳤다. 귀국 후 펼쳐진 성대한 카 퍼레이드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박항서 감독과 국가대표 축구팀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 베트남인들은 왜 유독 축구에 열광하나?
베트남인들이 여러 스포츠 중 특히 축구를 좋아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축구는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베트남인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베트남 정부 및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받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둘째, 일부 규칙을 제외하고 경기 규칙이 비교적 간단한 편이어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쉽게 축구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축구 경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90분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축구팬들은 대략 경기 완료 시간을 예상할 수 있어 이후 다른 일정을 계획하거나 일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넷째, 축구는 축구공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다. 축구공 역시 종이 혹은 플라스틱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며 축구 경기장이 없는 농촌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들판에서 축구를 즐기기도 한다.

◎ 베트남 축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축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네 가지 사례로 살펴보았다.
사례 1. 베트남 기업들, 박항서 마케팅 경쟁
올해 1월에 있었던 U-23 챔피언십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남자축구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베트남의 히딩크’ ‘쌀딩크’ 등으로 불리며 수많은 베트남 기업들이 앞다퉈 박항서 감독 모시기에 나섰다. 베트남에서 기아자동차를 생산·판매하는 타코(Thaco)는 박항서 감독에게 기아차 옵티마(Optima)를 증정해 옵티마를 박항서 자동차로 등극시켰다. 일찍이 베트남에 진출한 신한은행 역시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대표팀 주장 르엉 쑤언 쯔엉 선수를 오래 전부터 모델로 기용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사례 2. 베트남 정부, 축구 도박사업 합법화 결정
그 동안 베트남에서 도박은 국영 복권 및 외국인 대상 일부 카지노를 제외하고는 불법으로 간주해 지금까지는 축구 도박이 불법 웹사이트를 통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었다.
불법도박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오던 베트남 정부는 2017년 3월 31일부로 국제 축구경기를 포함 경마, 개 경주 베팅 사업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또한 올해 6월 베트남 국회는 ‘Law on Sports and Physical Training’으로 명명된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베트남 국민들은 2019년 1월부터 베트남 정부가 허용한 스포츠 경기에 대해서 베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까지 도박 참여가 가능한 축구 경기는 FIFA 월드컵, 아시안게임, 동남아시아(SEA) 게임, 코파아메리카(남미월드컵), UEFA 챔피언스리그 등으로 알려졌다.
사례 3. 월드컵 특수 맞은 베트남 전당포
베트남은 아직까지 전당포(Cam do)가 성행하고 있으며 각 시·성마다 전당포 거리가 따로 지정돼 해당 거리에만 수십 개의 전당포가 줄지어 있는 실정이다. 지난 6~7월 동안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많은 베트남인들이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당포에 스마트폰, 노트북, 오토바이, 자동차 등 고가의 담보물을 맡기면서 베트남 전당포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일부 베트남인들은 전당포에서 큰 돈을 빌린 뒤 이를 모두 잃고 음독 자살하거나 투신 자살을 시도해 베트남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사례 4. 매출 신기록 달성한 유통업체들
월드컵 같은 대형 축구 이벤트 시즌마다 대형 전자제품 유통업체들은 대형 TV, 프로젝터와 같은 전자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각종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베트남인들은 식당, 바 등에서 대형 TV를 통해 함께 축구 관람을 즐기기 때문에 가게 주인들은 어떤 비용이 들더라도 대형 모니터를 설치해 고객들을 끌어 모으려고 한다. 이외에도 축구 유니폼과 같은 스포츠용품 판매 역시 증가한다.

◎ 높은 인기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베트남에서 축구는 말 그대로 문화이자 생활의 일부분이다. 베트남 노상 카페를 방문하면 월드컵과 같은 대형 축구 이벤트 시즌이 아니더라도 항상 TV 앞에 삼삼오오 모여 축구를 관람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 U-23 경기 20일 동안 약 1,300개의 기사들이 쏟아졌으며 총 조회수는 1억 5,000만 건에 달했다. 이는 베트남인들의 축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방증하는 것이다.
여러 기업들은 이미 축구를 기업 이미지 및 제품 마케팅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명 클럽 혹은 선수를 후원하고 대형 광고판에 제품과 축구 스타를 함께 홍보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특히 사베코, 하이네켄같은 맥주 회사들이 축구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동남아시아의 생산산업의 허브로 자리잡은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의 높은 축구 인기를 회사 비즈니스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한혜진 기자]
자료 출처_각사 홈페이지, 현지 언론 보도 및 KOTRA
호치민 무역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