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전통춤 압사라 논문으로 국내 1호 여성 박사 탄생

한국 여성 최초로 캄보디아 전통무용인 압사라춤에 관한 논문을 써 문화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물이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단국대 대학원 문화예술학과 박사과정을 마친 이선율(39) 씨.
이씨는 지난 8월 캄보디아 전통춤에 관한 박사학위가 통과돼 이 분야 문화예술학 박사 1호가 됐다.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후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이씨는 평소에도 동남아 전통 공연예술인 연극, 영화, 무용과 문화 그리고 신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열열학도다.
이씨가 압사라 춤의 매력에 심취된 건 수년 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앙코르와트를 다녀오고서부터다. 거대한 부조벽화에 아로 새겨진, 살아 움직이듯 생동감 넘치고 육감적인 몸매의 압사라들의 우아한 자태를 감상한 뒤, 같은 여성임에도 그녀들의 심오한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오랜 기간 전통춤과 동남아 문화예술분야 특히, 신화에 관심이 많았던 이씨가 ‘천상의 무희’로 불리는 아름다운 압사라에 관한 전설과, 그녀들의 춤에 관한 연구에 몰두하게 된 것은 어쩌면 시공을 초월해 여성들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연대의식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씨는 바쁜 학업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재능과 끼로 이미 대학 재학 시절부터 연기, 방송 MC와 광고 모델로 활동한 전적이 있다. 대학시절 월드미스유니버시티 대회 입상경력이 있으며, 지난 2013 국제디자인콘테스트 프로부에 출전해, 디자인 Nail Mix Media 은메달을 땄으며, S/S Seoul Setec Fashion Festival에서도 최우수상을 차지하는 등 예술디자인 전반에 걸쳐 다재다능한 능력과 화려한 경력을 착실히 쌓았다. 그녀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바쁜 시간을 쪼개 지난 3월 ‘이성희 우리옷’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전통한복 미인대회에 참가해 영예의 우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다재다능한 재능을 갖춘 재원이다.

캄보디아 현지 전문가들 직접 만나 자료 조사
상명대학교와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의 문화예술 관련 특강 경험이 있는 이씨는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주저나 망설임 없이 압사라 춤에 관한 논문을 쓰기로 결심했다.
도전정신과 호기심이 강한 이씨는 “평소 동남아 문화예술,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많던 압사라 춤은 논문 주제로서는 접근하기 매우 어려운 과제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역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 의욕과 달리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국내에서는 압사라 춤에 관한 연구 자료나 논문은 단 한 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유럽이나 일본 연구가들이 이미 오래전 연구한 자료들은 어렵지 않게 일부 찾아낼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논문을 쓰기에는 관련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
대부분 논문들이 압사라 춤의 기본 동작 등 기본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복원하는 데 충실할 뿐, 이씨가 기대했던 압사라 춤의 기원과 춤 동작과 관련된 신화 등 중요 사료들은 좀체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압사라 춤이 가진 문화적 배경을 부연 설명해줄 만한 사료적 가치가 있는 자료들은 더더욱 찾기 어려웠다.
결국, 이씨는 수년 전 혈혈단신 캄보디아를 다시 찾기로 결심했다. 압사라 전통 춤을 가르치고 연구 복원하는 현지 전문가들을 어렵게 만나 이들로부터 조언을 구하고, 관련 자료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한국인이 자신들의 전통춤을 연구한다니 다들 신기해했다. 다행히, 취지를 이해한 후에는 현지 전문가들이 적극 도와주려 애썼다.
하지만, 과거 30년 이상 오랜 내전과 ‘킬링필드’를 겪은 탓에 압사라 춤과 고증에 관한 자료들을 구하기는 힘들었다. 그럼에도 이씨는 중도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인내심을 갖고 그 후로도 현지 춤 전문가들과의 전화인터뷰를 하고, 이메일도 수시로 주고 받았다.
캄보디아왕립예술대 류기룡 교수 등 현지 문화예술계에 직간접적으로 몸담고 있는 교민사회 인사들과도 지속적인 접촉을 시도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압사라 춤에 관한 만족할 만한 수준의 심층 연구 자료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부족한 자료들을 채우고, 구슬 엮듯 내용들을 꿰어 나가는 과정과 재해석을 거쳐 전통 압사라 춤을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을 수년간에 걸쳐 마침내 완성시킬 수 있었다.

캄보디아 압사라춤 연구 후학들에게 길잡이 되길
이씨가 집필한 논문 제목은 ‘극예술에서 배우의 감정과 표현에 관한 의미 체계 연구 – 카타칼리와 압사라를 중심으로’이다. 이 논문은 2017년 동양예술학회지에도 이미 실린 바 있다.
“이선율 학생은 연구에서 국내 내면 연기 체계가 없는 현실에서 이를 정립하였다. 카타칼리와 압사라를 적합한 연기 텍스트를 활용하여 인간의 내면과 감정 표현을 어떻게 승화해내고 있는지 잘 보여주었으며, 이것을 각 나라의 독특한 문화예술 양식과 문화사적 의미로 귀결시켰다. ‘카타칼리’ 극예술의 경우 국내 석사 논문 4개만 존재하며 ‘압사라’ 극예술의 연구는 단 한 권도 없다. 특히 압사라, 앙코르와트 연구는 프랑스에 비해 80년, 일본에 비해 40년이나 뒤져있는 현실에서 시급한 과제인 시점에서 본 연구는 우수한 독창성이 돋보인다”
여성 국내 1호 정식 문화예술학 박사학위 취득자가 된 이씨는 자신이 쓴 압사라 춤에 관한 연구논문이 나름 오랜 시간과 심혈을 기울였음에도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며 극구 겸손해했다. 그러면서도 “캄보디아에서 천 년 이상 이어온 압사라춤에 관심을 가진 후학들이 나타난다면,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는 자신의 소망을 피력했다.
한편, 압사라 춤에 관한 논문으로 한국인 최초로 1호 박사가 탄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교민사회 역시 놀랍다는 반응이다.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에 편향한 문화예술 수준을 벗어나, 인구 6억을 자랑하는 동남아 등 주변국가의 문화예술분야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것은 우리의 시각을 좀 더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며, 이웃인 동남아국가의 문화와 국민성을 이해하는데도 크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한 동포학자는 평가했다.
참고로, 압사라 춤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앙코르와트에 이에 지난 2003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무형유산 전통춤이다. 현지에서 치러지는 모든 주요 공식행사에는 거의 빠짐없이 압사라 전통무희들이 축하공연을 펼칠 만큼 이 나라의 상징이자 국민들에게는 자부심 그 자체다. 화려한 장식의 금관을 쓰고 황금 팔찌와 목걸이를 한 아름다운 압사라 무희들의 우아하면서도 절제미 넘치는 춤동작은 시공간을 초월해 이 나라 국민들로부터 오랜 사랑을 받아왔다.
현재 이씨의 꿈은 장차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다. 최근 메일로 주고받은 인터뷰에서 이씨는 “앞으로 캄보디아 문화 및 앙코르와트와 압사라 연구에 헌신을 다하는 최고의 학자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박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