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과 사당의 꽃 베트남의 전통 조각

베트남 전통 조각의 역사는 선사시대부터 시작된다. 베트남의 선사시대는 약 30만년 전의 누이 조(Nui Do) 문화에서 2,500년 전의 동썬(Dong Son) 문화까지를 말하는데, 아쉽게도 이 시대의 문화, 예술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조각 역시 마찬가지여서 선사시대의 조각 작품은 남아있지 않지만 그 표현이나 상징은 남아 있다. 예를 들어, 호아빈성의 동 노이(Dong Noi) 동굴에서 1만 년 전에 새겨진 세 사람의 얼굴과 야생동물을 표현한 조각을 찾을 수 있다. 풍 응웬(Phung Nguyen), 동 저우(Dong Dau), 고 문(Go Mun) 지역에서는 소형 도자기와 돌 조각이 발견됐다. 동썬(Dong Son) 문화는 캐틀드럼(Kettledrums, 반구형의 큰 북)이나 종교와 관련된 작은 조각들, 손잡이에 사람, 코끼리, 두꺼비, 거북이 등의 모양이 조각된 집기들로 유명하다.

중부 지역과 해안을 따라 발전한 전통 조각
◈ 중부 고산지대의 묘지(Grave Houses) 조각
쟈라이(Gia Lai), 꼰뚬(Kon Tum), 닥락(Dak Lak), 닥농(Dak Nong), 럼동(Lam Dong) 5개 지방은 베트남 남서부의 고원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다채로운 문화를 가진 동남아시아와 폴리네시아 국가 사람들이 거주하였다. 몬-크메르(Mon-Khmer)인들과 말레이 폴리네시아인들은 중부 고산지대의 언어권 형성뿐만 아니라
지방에 흩어져 있는 공동체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던 전통 문화의 형성에도 주요 역할을 하였다.
무덤 집(Mourning houses)은 쟈라이(Gia Rai) 지방의 특징으로,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해 세운다.
또한 바 나(Ba Na) 민족은 무덤 앞에 동상을 세우는 것이 특징인데, 동상들은 주로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연인, 임신한 여인, 슬픔에 잠긴 사람들, 코끼리, 새 등의 형상이다.

◈ 짬족(Cham)의 조각
짬족(Cham) 계통인 꺼우(Cau)와 드어(Dua) 족이 결합하면서 힌두교의 영향을 받아 봉건주의의 체제를 형성하였다. 참파(Champa) 왕국은 현재의 남부 베트남의 시초가 되었는데, 당시 해안을 따라 위치하였다. 고고학자들은 참파 왕국이 2세기에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보지만 현재 발견된 참파 왕국의 건축물과 조각은 7, 8세기 것이다. 이 시기는 불교와 힌두교의 움직임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짬족은 놀라운 창조력을 발휘하여 훌륭한 예술품과 건축물을 남겼다. 가장 대표적인 짬족의 유산은 꽝남성의 아마라바띠(Amaravati), 빈딘성의 비자야(Vijaya), 냐짱의 깐타라(Kanthara), 판랑의 빠두라나가(Paduranaga) 등이다. 조각들은 주변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며 배치되어 탑들이 특징적인 기능을 하는 토대가 되었다.

왕조의 흥망성쇠와 함께한 조각 예술
◈ 리 왕조(Ly Dynasty, 1010-1225)
다이비엣(Dai Viet) 왕조는 리 꽁 우언이 왕좌에 오른 후 수도를 호아 르에서 탕롱(현재의 하노이)으로 옮긴 뒤 강력한 독립 국가로 자리잡았다. 불교가 국교로 채택되어 점차 일상에 중요한 부분이 되었으며, 꽝닌, 하남, 남딘, 특히 박닌성이 불교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리 왕조의 근거지에 세워진 건축물들은 동남아시아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따라 지어졌다. 이 시기에 지어진 사원들은 그 한가운데 높은 탑과 불상을 두었다. 1057년에 세워진 팟 사원의 아미다불상은 북부 지역의 초 불상 작품 중 하나이다. 1086년에 세워진 담 사원에서 발견된 기념비는 짬족의 링가(Linga)와 요니(Yoni) 상징에서 유래되었다. 이 기념비는 5.4m 높이에 달하는 장엄한 규모를 자랑한다.

◈ 쩐 왕조(Tran Dynasty, 1225-1426)
쩐 왕조는 리 왕조와 마찬가지로 봉건체제를 이어나갔다. 13세기 몽골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베트남은 국가의 독립을 지켜내었고 이는 문학과 예술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반면 전쟁으로 인해 국토가 황폐해지고 창작활동이 제한 받기도 했다. 불교는 계속해서 널리 퍼졌지만 이 시기의 사원들은 이전 사원들만큼 수준이 높지는 않았다. 이 시기 조각상의 받침대는 직사각형으로 주로 연꽃이 묘사되었는데, 이는 타이(Thay), 보이 케(Boi Khe), 즈엉 리에우(Duong Lieu) 등의 사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솟아오르는 용과 무화과 잎을 주제로 한 목각과 판화는 남딘성의 포밍(Pho Minh) 사원과 흥옌성의 타이 락(Thai Lac)에서 볼 수 있다. 쩐 왕조 왕릉에 있는 석조물들은 주로 왕족에 경의를 표하는 사람과 동물 모습이다. 쩐 왕조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쩐 투 도 묘지의 호랑이상과 쩐 히엔 똥 묘지의 물소와 개 모양 조각은 베트남 무덤 조각의 초기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 레 왕조(Le Dynasty, 1427-1527)
레 왕조가 시작된 이래 약 100년 간 불교는 점차적으로 모든 마을에 스며들었고, 유교는 농업경제와 국정의 중요한 역할을 맡기 시작하면서 농부와 지주의 관계가 호조되었다. 하지만 레 왕조 초기 박닌성의 응옥 캄 사원에 세워진 3개의 인상적인 석조상을 제외하고는 불교 조각은 점차 자취를 감췄다. 그 후 불교 조각은 주로 묘지와 무덤에 세워지는 작품들로 표현되었는데, 그 예로 럼썬 탄호아성 럼썬에 있는 레(Le) 황제의 묘지 조각상을 들 수 있다. 1433년에 지어진 레 타이 또(Le Thai To) 왕의 무덤 양식을 따라 8명의 왕과 2명의 왕비를 위한 묘가 만들어졌는데, 이 묘들은 사각형의 표면으로 되어있고 신이 다닐 수 있도록 가운데 길이 나 있다. 이 무덤 가에는 관료, 유니콘, 말, 호랑이 모양의 조각이 두 줄로 세워졌다. 20년간 계속된 명나라와의 전쟁(1407-1427) 이후 국가는 황폐화되었고 수 많은 예술작품과 사원, 탑 등이 파괴되었으며 실력 있는 도공들이 중국으로 끌려갔다. 레 황제는 마을의 농부들을 고용해 석상을 조각하고 묘지를 짓도록 하였으나, 그 실력은 이전 시대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였다.

◈ 막 왕조(Mac Dynasty, 1528-1598)
레 왕조에 이어 막 왕조가 들어서면서 이전의 종교적이고 봉건적인 성격의 작품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새로운 마을 사당의 조각 딘 랑(Tinh lang)이 전역에서 발달되었다. 17세기 응웬의 군주들은 정권을 잡고 남쪽을 점령하였고, 응웬 가와 찐 가 간에는 7차례의 전투가 벌어졌다. 이 시기에는 불교가 다시 활성화되어 영혼을 구원받는 수단으로 여겨졌다. 이 후 200년 동안 문화와 예술이 크게 발달하였으며 마을 사원의 불교 조각, 토속신앙과 관련된 조각들, 레 왕조와 찐 왕조의 왕과 관료들의 무덤 조각 등 그 형태가 더욱 다양해졌다. 하 사원에 있는 천 개의 눈과 팔을 가진 꾸아닌(Kuanin) 여신상은 16세기의 웅대한 조각의 좋은 예이다. 붓 탑(But Thap) 사원에 있는 꾸아닌 상은 17세기 작품을 대표하는데, 높이가 3.7m에 달하는 이 조각상은 눈 주변에 어두운 원모양을 그리며 48개의 큰 팔과 952의 작은 팔을 가지고 있다. 푸 락(Phu Lac), 쭈 꾸옌(Chu Quyen), 토 땅(Tho Tang), 리엔 히엡(Lien Hiep), 흐엉 록(Huong Loc) 등지에 있는 조각들은 생명력에 가득 차 있고, 자유로운 특징과 인상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작품의 고유성과 양식은 민간 신앙과 결합, 상업과 농업의 결합을 나타내준다.

◈ 응웬 왕조 (Nguyen Dynasty, 1802-1945)
응웬 왕조 시기, 수도가 하노이에서 후에(Hue)로 이전되면서, 장대한 제국 도시의 건축물들과 묘지자리도 옮겨졌다. 따라서 응웬 왕조시기 묘지 조각들은 그 예술성이 비교적 낮다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