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의 베트남 축구, 스즈키컵 준결승 상대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 일명 ‘스즈키컵’으로 불리는 국제축구대회가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을 끈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한국 축구팬들 사이에선 피파랭킹 100위권 밖 변방 아세안 국가들간 동네 축구잔치(?) 정도로만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대회는 다르다. 베트남에서 스포츠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덕분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지난 24일 저녁 7시 30분(현지시각) 베트남 수도 하노이 항 더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A조 예선 최종전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경기를 포함한 베트남 축구팀 전 경기를 스포츠 전문 방송채널 ‘SBS 스포츠’가 사상 처음으로 생중계됐다.
덕분에 베트남 교민들뿐만 아니라 이웃나라 캄보디아 교민들도 IPTV를 통해 한국 해설가의 편안한 해설을 들으며 축구경기를 편하게 안방에서 즐길 수 있었다. 중계방송 캐스터도 “캄보디아 축구팀의 경기를 생중계하게 될 줄 몰랐다”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란 반응을 보였다.
지난 24일 베트남과의 A조 리그 경기 소식을 접한 캄보디아 현지 교민 축구팬들은 어느 팀을 응원할지 몰라 잠시나마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대부분 교민들은 같은 핏줄인 한국인 박항서 감독을 응원하면서도 심정적으로는 캄보디아 국가대표팀도 선전해주길 바랐다.
이 경기는 박항서 감독과 혼다 케이스케 캄보디아 대표팀 감독의 ‘한일 지도자 맞대결’이라는 점에서도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 20일 라오스와의 경기를 끝으로 혼다 감독이 호주 소속 클럽팀으로 복귀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기대를 모았던 한일 지도자 간 맞대결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날 펼쳐진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는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경기 내내 상대를 압도했다. 짜임새 있는 경기 운영과 팀플레이로 한수 위 기량을 선보이며, 전반 2골, 후반 추가골을 넣어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캄보디아는 현격한 실력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예선 1승 3패 성적으로 예선 탈락하고 말았다.
캄보디아를 꺾은 베트남은 예선 4전 3승 1무승부(승점 10)를 기록하며 말레이시아(3승1패 승점 9)를 따돌리고 A조 1위로 4강에 안착했다. 4강 상대는 B조 2위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2002년 월드컵 당시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스웨덴 출신 명장 스벤 요란 에릭손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다.
또 하나의 4강전은 지난 25일 싱가폴을 3-0으로 완파한 B조 1위 태국과 A조 2위 말레이시아의 맞대결이다.
베트남과 필리핀의 준결승전은 홈&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며, 12월 2일 필리핀 바콜로드에서 1차전, 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전이 열린다.
결승전도 마찬가지로 12월 11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홈&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진다. 원정팀 다득점 원칙은 적용되지 않으며, 2007년 대회부터는 대회규정이 바뀌어 3, 4위전도 별도로 치르지 않는다.
이번 대회 조별 리그를 통 털어 베트남은 총 8골을 넣는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안정감 있는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베트남 축구는 지난 2008년 태국을 꺾고 한 차례 우승을 차지한 이래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10년 만에 스즈키컵을 되찾아오는 것도 베트남축구협회가 박항서 감독을 영입하며 꿈꿨던 목표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이 목표 달성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팀으로 이 대회 5회 우승을 자랑하는 태국 팀을 꼽는다. 박항서 감독도 태국을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결승 상대로 예상하고 일찌감치 전열을 가다듬어 왔다.
매 경기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이며 ‘매직축구’라는 찬사를 받아 온 박항서 감독이 과연 또 다시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로 쓰게 될지 베트남과 한국, 양국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