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과학기술의 메카 ITC를 아시나요?

현지 정부관료들과 교육전문가들에게 캄보디아 기술공학분야 최고의 명문대를 물으면, 대부분은 ITC를 손꼽는다. 우리나라의 과학원(KAIST)처럼 과학과 하이테크놀로지 수준의 기술만을 가르치는 특성화대학이다. ITC는 캄보디아국립기술대학(Institute of Technology of Cambodia)의 약자다. 이 대학은 러시안 도로와 김일성도로가 만나는 사거리 고가도로 옆에 위치해 있다.
나는 지난 2017년 한국연구재단에서 파견되어 이 대학 ElectricalandEnergyEngineering,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Engineering 학부 방문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분야는 IT중에서도 컴퓨터와 통신이다. 내가 ITC에 파견 근무한지도 1년 3개월이 지났다. 최근 라이프 플라자 교민뉴스지와 재외동포신문을 통해서 캄보디아어 컴퓨터 키보드 스티커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통해 나와 이 대학에 대해 우리 교민들께 전한 적도 있지만, 여전히 ITC에 대해 잘 모르는 교민분들이 태반이다. 심지어 일부 교민들은 ITC와 NPIC(National Polytechnic Institute of Cambodia)를 혼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때는 솔직히 조금 속상할 때도 적지 않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교민 여러분께 이 대학을 제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 대학은 5년제 대학이다. 거기에 2년제 전문대학도 포함되어 있다. 5년제 학부는 2학년 까지 교양과정을 배우며, 3학년부터 전공학과를 찾아가 자신의 전공을 배우게 된다. 이 대학 재학생들은 전국에서 온 수재들로 입학성적이 매우 우수하다. 입학시험은 10월 중순에 치러지며, 과학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주로 선발된다. 이 대학 교수진 가운데는 이 학교 졸업생 출신도 많다. 졸업후 프랑스나 일본으로 유학을 가 석사 또는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들도 상당수다. 더러는 태국 명문대에서 석사를 마친 분들도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대학들과의 교류 덕분에 고려대와 중앙대, 이대 등에서 석, 박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교수들도 10여명에 이른다. ITC 출신 재학생들 가운데도 여려 명이 한국에서 수학중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한국에서 공부하고 돌아 온 이 대학 출신 교수들이 여러 대학에서 많은 활약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학교는 한국의 한국과학원(KAIST)처럼 과학기술 중심 대학이다. 이사장은 포웅 사코나 문화예술부장관이다. 직책과 관련해 특이한 점은 대학총장이란 직함대신 ‘Director’라는 직함을 쓴다는 것이다. Director의 이름은 Dr. 롬니 옴(Rommy OM)로 그는 일본에서 전기공학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석학이다. 그 밑에 4명의 Deputy Director가 있다. 일반대학으로 보면 부총장 격이다. 이들은 주로 학교행정을 담당한다. 4개의 행정 파트는 Cooperation & Research과 Academic Affairs, Plaining & Project, Administration 등 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대학의 교육 담당하는 학사 파트는 7개의 Department로 구성되어 있다. Department를 우리말로는 학과라고 번역되는데, 여기서는 우리의 학부에 해당된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7개 Department 내에 3~4개의 Division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소속된 학부(Department)의 구성을 살펴보면, Electrical and Energy Engineering,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Engineering, Robotics, Automatic Control Engineering 등 3개 Division이 있다.
총 7개로 나눠진 학부는 Chemical Engineering & Food Technology, Civil Engineering, Electrical and Energy Engineering,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Engineering, Industrial and Mechanical Engineering, Rural Engineering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대학에선 전임교수를 ‘Professor’대신 ‘Lecturer’라고 부른다. 교수 한 분에게 왜 학교 이름에 Institute를 붙이느냐고 물었더니, 학부가 7개 밖에 없기 때문에 University를 붙이지 않는 다고 한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가 아는 단과대학(‘Collage’)대신 연구소쯤으로 해석되는 ‘Institute’를 붙이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아마도 과거 프랑스 교육시스템의 영향 탓으로 추정할 뿐이다.
현재 이 대학 재학생 수는 4,700명 정도이며, 이중 여학생이 1,200명을 차지하고 있다. 25%정도가 여학생이므로 우리나라 공과대학 보다 훨씬 여학생비율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2017년에는 트봉 크몸 주에 분교가 설치됐다.
ITC의 목표는 과학기술전문교육기관으로 훌륭한 영재들을 육성하기 위함이다. 이 대학의 설립 이념 역시도 수준 높은 Engineering, Sciences, 그리고 Technologies 교육이다.
이 대학은 지난 1964년 구소련의 지원으로 설립되었다. 소련의 지원은 1991년 구소련 연방이 해체될 데 까지 이어졌다. 비록 소비에트 연방시절 설립한 학교이지만, 과거 소련이 남긴 흔적은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1993년부터 2014년까지는 프랑스정부의 무상원조지원으로 대학이 운영됐다. 지금의 프랑스식 교명(Institut de Technologie du Cambodge)도 그때 만들어졌다. 지금은 최고 의결 기구인 이사회가 학교운영에 책임을 진다. 이사회는 프랑스 12명, 일본과 벨기에 태국 정부소속 각 2명과 정부측 공무원 등 1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프랑스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일본정부의 영향력도 커 일본 무상원조기관인 JAICA 소속 직원들도 상주하고 있다.
이 대학은 지금까지 10,000명이 넘는 졸업생들을 배출해냈다. 과학기술교육과 연구를 병행하는 대학이다. 지난 5년간 35개의 연구프로젝트가 진행됐다. 50여명에 달아하는 과학기술공학분야 연구원들이 각기 다른 분야에서 오로지 연구에만 매진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체로 성실하고, 어학실력 역시 굉장히 뛰어난 수준이다. 특히, 영어와 불어실력은 예상을 뛰어 넘는다. 학칙에 따르면, 이들이 졸업하기 위해선 최소 2.5이상 학점에 영어나 프랑스어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사해야한다. 논문을 영어나 불어로 발표할 정도로 어학실력이 대단하다. (지움)
처음 이 학교에 부임했던 작년 9월, 논문심사를 위해 동료교수들과 함께 강의실에 들어간 적이 있다. 당시 교수 한 분과 발표할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뭔가를 의논하더니, 오늘은 외국인인 내가 참석하기 때문에 영어로 논문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때 나는 속으로 많이 놀랐다. “내가 대학 때 논문을 영어로 발표하라고 하면 할 수 있었을까?” 그것도 예정에 없던 일을 현장에서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능숙한 영어로 논문을 발표했다. 의구심이 생겨 학생들의 논문을 봤더니, 3개 국어로 작성되어 있었다. 캄보디아어, 영어에 불어까지… 오랫동안 프랑스 식민지였다고는 하지만 어린학생들이 영어는 물론이고, 불어까지 잘 할 줄은 몰랐다. 그저 놀라웠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여기는 불어와 영어가 대학 5학년 1학기 까지 커리큘럼에 들어 있었다. 1,2학년은 불어를 주당 8시간씩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프랑스로 유학 가는 것이 어렵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ITC의 공식 커리큘럼은 불어로 되어있다.
한국에서 오기전까지만해도 이 나라 사람들이 매우 수준이 낮다고 주변에서 들었다. 사람들은 과거 킬링필드의 여파로 제대로 된 지식인이 모두 말살되었기에 때문이라는 부연설명까지 더해주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겪어보니 그런 소문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 잘못된 정보였다.
물론 ITC 재학생들이 이 나라에서 뽑힌 최고의 우수인재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과연 우리나라 대학에서 3개 국어로 논문을 쓰는 학교가 있던가? 그것도 대학원이 아닌 대학에서 말이다.
ITC는 논문심사가 까다롭고 어렵기로 캄보디아 내에서 유명하다. 논문 심사는 3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1,2차에 통과하지 못하면 마지막 3차에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급 처리되고 만다. 2년제 과정도 논문을 써야만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수준은 조금 낮지만, 5년제와 마찬가지로 3차까지 심사를 한다.
캄보디아의 또 다른 명문대학인 프놈펜왕립대학교(RUPP)는 학과에 따라, 고등학교 졸업시험 성적만으로 진학이 가능하지만, ITC는 모든 학과가 시험을 별도로 치러야한다.
(지움) 성적만 좋아선 안 되며 기술공학분야에 적성과 기본재능을 갖춘 학생들만이 이 대학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일반 종합대학과 단과 대학을 바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ITC가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캄보디아 최고의 기술공과대학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나는 도심 한가운데 있음에도 나무가 울창하고 새소리가 들리는 이 학교의 면학분위기가 좋다. 캠퍼스는 늘 평온하다 못해 차분하다. 시원한 나무그늘에 앉아 혼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늘상 보는 풍경이다. 학생들의 학구열도 대단하다. 늦은 시간에도 도서관과 실험연구실의 불은 꺼질 줄 모른다. 학생들은 매우 성실하다. 복수전공을 위해 또는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 야간수업을 듣는 젊은 청년들도 많다. 그들의 눈빛은 늘 초롱하고 학구열로 가득 차, 늘 나에게 젊음의 활기를 불어 넣어준다.
나는 이 대학에서 21세기 기술대국으로서의 캄보디아의 미래를 내다본다. 사람들은 기술후진국이라고 조롱하지만, 잘못된 편견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나는 분명 기술 분야에서 희망이 있는 나라다. 충분한 재능과 소질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 대학 학생들에게 전략적으로 보다 많은 투자와 관심을 쏟는다면, 분명 앞으로 이 나라 기술의 발전에 크나큰 진보가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정부가 이들에 대한 지원에 관심을 갖는다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양국간 교류협력에 크나 큰 도약과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이 이 대학의 공학기술전수와 교육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을 보면, 이미 이런 사실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ITC는 캄보디아 과학기술의 메카임이 분명하다. 단언컨대, 미래의 캄보디아 발전을 견인할 인재들이 이 나라를 기술대국으로 이끌어 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캄보디아 국립기술대학교 교수 박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