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귀신, 그리고 법

Real estate agent signing document with house model on the table

베트남은 오랜 전쟁 동안 많은 사람이 죽어서인지 유난히 귀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법인을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의뢰인이 주소 변경을 위해 다시 찾아왔다. 이유를 물어보니 밤마다 귀신을 봐서 잠을 못 자고 너무 무섭다고 한다. 건장한 남자 두 명이 1층은 거실 겸 사무실로, 2층과 3층은 숙소로 사용했는데 1층에서 귀신을 본다는 것이다. 알아보니, 몇 개월 전 그 집 1층에서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바로 집을 나와 사무실을 이전했다고 한다.
소개해준 부동산에 확인해보니 부동산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굳이 알려야 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법적으로 임대인이나 부동산이 자살이나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임차인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이런 사건이 없었다는 임대인의 진술 및 보증 조항을 포함하면 향후 분쟁 시 유리할 것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내가 아는 바로는 최근 O 년 동안…” 등을 추가하는 것이 무한 책임을 피하고 책임 범위를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주거지 한가운데 있는 공동묘지, 논밭 한가운데의 무덤, 그리고 아파트 단지마다 커다란 무쇠 향로에 종이로 만든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태우며 화방(Hóa Vàng) 제사를 지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돌아가신 조상의 영혼과 가까이하는 문화 때문에 부동산 개발 시 묘지 이장은 매우 어렵다. 실제 아파트 분양 시 공동묘지를 이장하고 그 자리에 상가와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한 시공사와 입주자 간의 법적 분쟁도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관련 계약서에 “0년 0월 0일까지 공동묘지를 이장하기로 한다. 만약 이장되지 않을 경우 …” 등의 특약 사항을 포함한다면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