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탐지 영웅 쥐들의 라이프 인 캄보디아

저는 인간들이 가장 싫어하는 쥐라는 동물입니다. 여자들은 저를 바퀴벌레만큼이나 무척 혐오하더군요. 디즈니가 만든 ‘미키마우스’라는 캐릭터는 좋아하면서 정작 저를 싫어하는 인간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인간들의 잘못된 편견이라고 생각되어, 이쯤에서 대충 넘어가렵니다.

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이것 한 가지만큼은 반드시 강조하고 싶네요. 저를 포함해, 오늘 소개하려는 동료 쥐들은 여러분들이 평소 아시는 그런 일반 쥐들과는 차원이 다른 아주 특별한 쥐라는 사실 말이죠.

아차,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탄자니아에서 온 ‘영웅 쥐(HeroRAT)’입니다. 먼 아프리카가 제 고향인 셈이죠. 사람들은 제 이름 대신 ‘영웅 쥐’라고 부른답니다. 제 이름 앞에 ‘영웅’이란 호칭이 붙는 이유는 나중에 설명드리도록 하죠.

제 몸무게는 대략 1kg이 좀 넘습니다. 일반 쥐들보다 약 2~3배 정도 큰 셈이죠. 일반 쥐들에 비해 생김새도 조금은 다르고, 귀도 좀 크고, 솔직히 우리 영웅 쥐들이 조금 더 잘 생긴 편입니다만, 인간들은 저희들을 잘 구분을 못하더라고요. 이 점은 솔직히 무지 속상합니다.

저는 2년 전쯤 동료 영웅 쥐 40여 마리와 함께 캄보디아로 파견되어, 인간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내는 아주 막중한 특수임무를 수행 중에 있습니다. 그 임무가 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제가 맡은 임무는 바로 이 나라 전국에 묻혀 있는 무시무시한 지뢰와 불발탄을 탐지하고 제거하는 일을 돕는 거랍니다.

아시다시피 캄보디아는 지난 반세기 전에 겪은 오랜 내전으로 전국의 산과 들, 심지어 논밭과 강가에서도 엄청난 양의 지뢰가 매설되어 있답니다. 땅에 묻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인명 살상용 불발탄도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죠. 지금도 불발탄과 지뢰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도 백여 명이 넘는 인간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했어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죠.

국제사회가 캄보디아를 비롯해 전 세계에 묻혀 있는 지뢰와 불발탄을 제거하기 위해 매년 수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동원하고 있지만, 그것들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더욱이 인간들이 가진 지뢰 위험물 탐지능력이란 게 한계가 있는 데다가, 자칫 실수로 추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지뢰제거 임무는 고난도의 매우 위험한 작업이에요. 그래서 우리 영웅 쥐들이 인간들을 대신해 이 같은 특수 임무를 부여받게 된 것이죠.

그렇지만, 모든 쥐들이 저와 같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저처럼 우수한 지뢰탐지능력을 가진 영웅 쥐들은 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아요. 많은 동물학자들이 무수한 실험과 연구조사 끝에 탄자니아 출신의 쥐들이 지뢰탐지능력에 있어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게 되어, 20년 전인 지난 1997년부터 당당히 용병으로 선발되기 시작한 거죠.

하지만, 탄자니아 출신 쥐라고 해서 모두가 저처럼 지뢰 탐지능력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많은 쥐들 가운데, 엄격한 테스트를 거친 후에 성실성과 체력 테스트까지 통과해야만 비로소 영웅 쥐로서 인정을 받게 됩니다. 그뿐 아닙니다. 지뢰탐지용 쥐로 선발되기 위해선 무려 5년간이나 혹독한 훈련을 견뎌야만 합니다. 영웅 쥐들이 겪는 훈련과정은 인간들이 받는 군대훈련만큼이나 혹독하고 힘들답니다. 한국에선 해병대를 나온 인간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죠?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었다면, 나는 해병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사실 저희 탄자니아 출신 영웅 쥐들도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요. 특별한 훈련들을 완벽히 소화해내고 능력과 재능을 인정을 받아야만 진정한 지뢰 탐지용 쥐로 선발되어 해외에서도 국위를 선양하며, 맹활약을 펼칠 수가 있으니까요.

기본훈련을 마친 후에도 수업이 많은 반복 학습과 맹훈련이 거듭돼요. 이런 반복훈련을 통해 TNT 냄새와 일반 화공약품 냄새 정도는 정확하게 구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저희 집사 역할을 하는 인간 담당자들과도 정서적으로 공감할 줄도 알아야 하며, 일을 할 때도 인간들의 지시에 따르고, 호흡도 맞출 줄 알아야 하거든요.

더욱이, 새벽부터 고된 작업이 시작되기에 무더운 낮에는 반드시 그늘에서 쉬어가며 스스로 체력을 안배하고 관리해야 해요. 원래 야행성이라 낮 업무는 저희 쥐들도 인간만큼이나 힘들어요. 대신 먹는 문제만큼은 걱정이 전혀 없답니다. 견과류와 고구마 감자, 바나나, 곡물류 같은 음식들은 인사 집사들이 알아서 꼬박꼬박 잘 챙겨주니, 별도의 식단 관리는 신경 쓰지 않아요. 그 덕분에 요즘 체중이 좀 늘어서 걱정이 되긴 합니다만. 하하하.

제가 지금 일하는 직장은 APOPO라는 지뢰제거센터예요. 국제 NGO단체로 유럽 벨기에에 본부가 있어요. 이 단체가 지난 1997년부터 탄자니아에 지뢰탐지용 쥐 전용훈련센터를 설립했답니다. 저도 사실은 이 국제단체의 지원 덕분에 지난 2년 전 캄보디아에 오게 됐어요. 2005년 설립된 CMAC이라 불리는 캄보디아지뢰제거연대와도 현재 공조활동을 펼치고 있죠.

당시 저와 함께 고국 탄자니아에서 훈련을 받은 동료 쥐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곳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의 모잠비크, 앙골라 등 오랜 내전을 겪은 나라로 해외파견이 되었죠. 가끔씩 함께 훈련을 받았던 동료들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만, 저처럼 동료 쥐들이 현지에서 열심히 지뢰탐지 임무를 수행하며, 영웅적인 삶을 살고 있을 것라고 믿어요.

그럼 이제부터 제 하루 일과를 소개할까요? 저는 매일 새벽 4시에 기상해 2인조의 인간 동료들과 함께 지뢰탐지 임무에 나섭니다. 곧바로 트럭을 타고 시골길을 따라 대략 아침 6시쯤 현장에 도착해요. 해가 막 뜨기 시작한 아침 시간이 저희들이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최적의 시간입니다. 무더운 오후가 되면 날씨가 더워 작업 능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동틀 무렵부터 탐지 작업을 서둘러야 합니다. 저야 아프리카 출신이라 무더운 날씨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지만, 인간들은 지뢰폭발에 대비해 무거운 피폭방지용 방탄옷과 방탄안전모까지 써야 하기에, 해가 중천으로 갈수록 날씨가 더워져서 도저히 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거든요.

인간들은 자신들이 모든 능력에서 가장 뛰어난 종족인 것처럼 자랑하지만, 적어도 지뢰탐지에 관해서만큼은 우리 영웅 쥐들이 훨씬 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통상 인간들은 테니스코트만한 공간에서 지뢰를 탐지하는데, 무려 4일이나 걸리지만, 우리 영웅 쥐들은 고작해야 30분이면, 충분히 임무를 완수해요. 게다가 저는 매일 평균 200~300평방미터 땅속 지뢰를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답니다. 올해 최소한 116평방 킬러미터의 면적에서 지뢰가 묻힌 땅을 탐지할 것으로 인간들은 기대하고 있어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대단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저랑 함께 일하는 인간들은 제 이름 앞에 ‘영웅’이란 호칭을 붙여 부르곤 한답니다. 여러분도 이런 호칭이 저한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죠?

우리 영웅 쥐들은 그 능력을 이곳 캄보디아에서도 인정을 받아, 조만간 제 후배 쥐들이 캄보디아로 추가 파견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어요. 지금 제가 임무를 수행 중인 본부는 씨엠립에 있는데, 금년이나 내년쯤 태국 국경과 인접한 쁘레아 비히어주에도 제2센터가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네요. 고국에서 온 후배 쥐들이 펼치게 될 활약상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제가 소속된 APOPO센터에는 귀가 솔깃할만한 아주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답니다. 우리 영웅 쥐들의 멋진 활약상을 다른 인간들에게 널리 알려서, 후원금을 늘리려는 게 주된 목적이긴 하지만 말이죠. 1년에 60불만 내면 누구나 저를 입양할 수 있답니다. 하지만, 입양을 한다고 해서 인간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것은 아니에요. 대신 우리 영웅 쥐들의 멋진 활약상과 평소 생활상을 담은 소식지가 입양가족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한 달에 한 번씩 보내져요. 게다가, 이곳을 직접 방문하면, 누구나 제 잘생긴 얼굴이 담긴 멋진 기념 티를 구입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캄보디아 지뢰제거에 일조했다는 만족감도 얻을 수가 있어 일석이조예요. 저를 직접 보기를 원한다면 씨엡립 APOPO센터를 찾아주세요.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저랑 즐거운 만남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답니다. 공식 홈페이지는 visitor.center@apopo.org이며, 저를 돕는 인간 집사의 연락번호는 081 59 9237입니다.

그럼 앞으로도 저와 같은 영웅 쥐들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주시고,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지뢰가 완전히 사라지는 그날까지 우리 영웅 쥐들이 펼치게 될 영웅적 활동에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부탁드릴게요. 그럼 이만 작별인사를 할까 해요. 여러분, 또 만나요~ 안녕! 캄보디아 영웅 쥐 올림 [박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