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난적 호주와 무승부 끝에 조 1위로 본선 확정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2세 이하(U-22) 한국대표팀이 천신만고 끝에 아시아챔피언십 본선 티켓 확보와 함께 2020 도쿄올림픽 첫 관문을 통과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지난 26일 열린 아시아 U-23 챔피언십 예선 H조 리그에서 난적 호주와 무승부를 기록한 가운데 골득실 차에서 앞서 조 1위로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전반 초반은 호주의 파상 공세에 막혀 경기가 좀체 풀리지 않았다. 결국 전반 16분과 24분에 연속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날 경기에서 지면 조 2위로 추락, 자칫 올림픽 본선 진출이 일찌감치 좌절될 수도 있기 때문에 초반 2실점으로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이민성 수석코치가 선수들을 향해 외치는 고함이 경기장을 울릴 정도였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20세 조영욱(FC서울)이 드디어 해결사로 나섰다. 전반 26분 만회골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을 거둔 것이다. 전세진이 날린 회심의 슛이 아쉽게도 상대 수비수에 막혔지만, 이후 옆으로 흘러나온 공을 조영욱이 침착하게 골문으로 차 넣었다. 한국선수들의 기세가 오르기 시작했다. 자신감을 얻은 선수들은 장신수비수들이 포진한 상대 진영을 종횡무진 휘저으며, 역전의 기회를 노렸으나 전반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김학범호는 후반 들어 전반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빠른 스피드를 무기로, 신장과 체력은 좋지만, 발이 느린 호주선수들을 농락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골이 터졌다. 후반 18분 이동경(울산 현대)이 날린 슛이 골망을 갈랐다. 이로서, 이동경 선수는 이번 대회 6호 골을 기록하며, 팀내 최다 득점 선수가 됐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이게 전부였다. 2대 2 동점 상황으로 가자,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양국 선수들이 시간을 끌기 위한 후방으로 골 돌리기에 나선 것이다. 후반 73분부터 13분 넘게 호주 수비진들이 자기 진영에서 계속 공을 돌렸다. 참다못한 관중석에선 야유 소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민성 코치가 선수들을 향해 “나가지마”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국 선수들은 자리를 지키며 오로지 수비에만 집중했다. 한 차례 어설픈 몸싸움 끝에 후반 종료 4분여를 남기고 공이 우리 선수 수중에 들어왔다. 한국이 마지막 공격을 나설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후방에서 계속 공을 돌리며 시간을 끌었다.

무승부를 거두어도 조 1위로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인 데다, 호주 역시 대만과 캄보디아와 경기에서 2승을 거둬, 조 2위로 내려가도, 상위 4팀에 주어지는 본선 티켓을 무난히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양국 모두 굳이 무리하며 부상이나 체력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선수들은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공을 돌리다 경기를 끝냈다. 뒤끝이 영 개운치 않은 경기였다. 모처럼 응원을 나온 교민축구팬들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는 경기를 펼친 양 팀 선수들에게 실망스런 눈초리를 보내며, 아쉬운 속내를 달래며 경기장을 빠져나겠다.

아시아 챔피언십은 올림픽 예선을 겸한다. 이번 대회는 도쿄올림픽 1차 예선으로 볼 수 있다. 보통 1차 예선은 힘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대진운이 나빠 난적 호주와 한 조에 묶이는 바람에, 우리 팀 입장에선 힘겨운 레이스를 펼쳐야만 했다. 또 대회가 열린 캄보디아의 더운 날씨와 인조잔디 경기장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선수들이 고생을 했다.

김학범호는 앞선 2경기에서 약체 대만(8대 0)과 주최국 캄보디아(6대 1)를 손쉽게 눌렀다. 호주는 두 팀을 상대로 모두 6대 0으로 이겼다. 한국이 골득실 차에서 1골 앞서 선두를 달렸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한국은 호주와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위를 지킬 수 있었다. 이제 내년 1월 태국서 열리는 챔피언십 본선에서 16개 팀 중에 3위 안에 들면 2020 도쿄올림픽행 티켓을 따게 된다. 개최국 일본이 3위 이내의 성적을 내면 4강에만 들어도 된다. [박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