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제 본업인 치과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요즘은 치과용 임프란트를 많이 시술 받기 때문에 틀니 환자가 많이 줄었습니다만, 여전히 전통적인 틀니를 여러 가지 이유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임플란트가 보편화되지 않은 일부 나라에선 더더욱 그렇고요.
저는 아버님 구순 생신잔치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주 4월 1일부터 현재까지 캐나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던 장로님 한 분이 치아가 좀 불편하시다며, 저에게 좀 봐달라고 어머님께 대신 부탁을 하셨다고 하는데, 듣는 순간 솔직히 난감했습니다. 장비도 없이 진료를 하는 게 영 걱정이 되었지만, 거절하기엔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이미 그 장로님이 이미 저희 부모님 댁으로 오시는 중이라고 했으니 말이죠. 드디어 장로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반갑게 서로 인사를 하고, 불편사항을 말씀하시라고 하고, 제가 질문하며 대략의 상황이 정리되었습니다.
위아래 틀니를 하고 계시는데, 최근 들어 발음이 어렵고, 음식 드실 때마다 틀니의 움직임도 느껴지고, 현재 있는 본니에 약간의 통증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고무장갑도 없어 그냥 손을 씻고 치아를 만져보니, 마모가 많이 되어 있었지만, 나름 괜찮은 상태였습니다. 한국에 계실 때 버스운전을 하셨던 분이라 그분이 이해하기 쉽도록 틀니의 보링을 하셔야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영어로 Relining이라는 일종의 시술인데, 모든 틀니 환자는 2~3년에 한 번씩 이 relining을 해서 수축되는 잇몸을 보완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틀니의 움직임이 생기고, 자연치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고, 움직이는 틀니에 의해 치아에 측방의 힘아 가해져 치아를 망가트립니다. 틀니를 사용하는 분들은 이 점을 각별히 유념해주시길 바랍니다.
장비도 마땅치 않은 가운데, 어렵게 시술을 마치니 장로님도 무척이나 만족해하십니다. 옆에서 저를 지켜보는 어머님의 표정도 뿌듯해보였구요. 아무튼 저로선 힘든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