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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의 강원도에서 큰 산불이 났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소방관들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산불이 신속하게 진화됐다. 그 이후 춘천의 어느 한 닭갈비집에서 전남 땅끝마을 해남소방서로 보낸 ‘닭갈비 27인분’은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닭갈비집 주인은 강원도 고성까지 570㎞를 달려가 산불 진화작업을 한 해남소방서에 택배로 닭갈비를 보내면서 신분을 밝히지 않고 ‘강원도 춘천시민’이라고만 적었다. 사연이 인터넷에 오르고 나서 어떤 네티즌이 닭갈비포장과 택배송장을 분석해 닭갈비집을 공개하자 그 집에 하루 100여 통씩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선행(善行)의 감동은 자기희생을 동반했나, 스스로를 드러내려 했나, 얼마나 꾸준히 해왔나에 좌우된다. 춘천은 산불의 직접 피해지역도 아니다. 고성과 춘천은 강원도 끝과 끝이다. 해남 소방관이 닭갈비집 주인에게 연락했지만 그는 끝내 자기를 밝히지 않았다. 본지 취재기자한테도 “기사 나면 남들이 색안경 끼고 본다”며 신원을 숨기려 했다. 기사는 ‘49세 권모 씨’로만 보도됐다.
2000년부터 매년 연말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수천만원씩 기부하는 ‘얼굴 없는 천사’도 상당한 금액을,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며, 20년간 꾸준히 해오고 있다. 2012년부터 매년 1억원 넘게 기부하는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 부부’도 그런 분이다. 1990년 충남대에 전 재산 30억원을 익명으로 기부한 ‘김밥 할머니’가 있었는데, 필자가 신원을 간신히 알아내 취재하려 할 때 할머니는 기자를 안 만나겠다고 병원 입원실에 ‘면회 사절’ 팻말을 달아놨었다.
뒤센 드 볼로뉴라는 프랑스 신경학자가 미소에 ‘진짜 미소’와 ‘가짜 미소’가 있다고 했다. ‘입가를 들어 올리는 큰광대근은 의지로 움직일 수 있지만 눈둘레근(筋)은 달콤한 감정을 느끼는 영혼에 의해서만 움직인다’고 했다. 미국 임상심리학자 폴 에크먼은 진실한 미소를 ‘뒤센의 미소’라고 하면서, 비행기 승무원의 인위적 웃음을 ‘팬암미소(Pan Am Smile)’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러라도 자꾸 웃으면 상대방 기분도 좋아지고 나도 행복해진다. 진짜 선행이 더욱 값지겠지만 남을 의식하는 선행도 충분히 가치 있다. [만물상. 한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