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TRA에서 일하며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우리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수많은 바이어를 만나게 된다. 캄보디아는 바이어 회사의 규모, 견실성, 신뢰도, 전문성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부기관이나 연구기관이 전무한데, 바이어와 우리 기업의 연결해 주는 KOTRA 입장에서도 객관적인 데이터의 부족으로 내가 지금 만나는 바이어가 견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지 확신하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어도 대략적인 규모만 가늠할 뿐, 바이어의 신뢰도, 성실함은 별개의 문제다.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여러 경험을 통해 피해야 할 바이어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1. 품질, 브랜드는 모르겠고, 가격이 중요해!
보통 바이어와 한국 기업이 만나게 되면, 일반적으로 판매자인 한국 기업이 먼저 자신의 회사와 제품을 소개하고 구매자라고 할 수 있는 바이어가 자기 회사 소개와 한국 기업에 대해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게 된다.
하지만, 첫 번째 유형의 바이어들은 한국 기업이나 제품의 특징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캄보디아 시장이 중국산이나 인근 국가인 베트남, 태국의 저가 제품 때문에 가격경쟁이 심한 곳이라고 말을 꺼내며 가격이 얼만지, 견적부터 달라고 한다. 제품마다 특성과 장점, 포지셔닝이 다른데 이들은 무조건 저가 제품과 비교를 한다. 가격이 현지에 널리 유통되는 제품보다 싸다면 한 번 해 볼 요량인데, 무역보다는 소매상에 더 어울리는 바이어다. 아무리 작은 시장도 고가, 중저가, 저가 등으로 시장의 구분이 되어 있어 적합한 품질 및 가격 포지셔닝과 브랜드 이미지 관리가 필요한데, 시장분석이 약하고 마케팅 전략에 대한 인식도 없어서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관리하며 사업을 할 바이어가 아니다. 가격이 맘에 들면 수입해서 유통하다가 현지 판매가 부진해지면 한국기업에 제품의 가격이 비싸다는 둥 품질이 안 좋다는 둥 핑계를 대며 가격인하나 유연한 결제조건을 요구하다가 요구사항이 거부되면 수입을 그만두게 된다.
2. 나 이것저것 많이 하고 규모도 좀 있으니 내가 팔아줄게 근데 홍보비가 필요해
첫 번째 부류와 다른 점은 시장상황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것이다. 자신의 회사 규모가 어느 정도이고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어떤 국가의 제품이고 브랜드는 어떠며 전국의 모든 도시와 지방에 유통망이 있다고 자랑을 한다. 사실이라면 분명 좋은 바이어이지만 다루는 품목을 잘 확인해 보아야 한다. 만약 다루는 품목의 산업분야가 서로 상이하여 유통망이 완전히 다르다면 좋은 바이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작은 캄보디아 특성상, 수입상이 도매와 소매를 같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작은 시장이라 하더라도 해외물류와 통관, 국내 물류, 재고관리, 도·소매상 공급, 외상, 비용 결제 등은 시장규모와 상관없이 신경 쓸 부분이 많다. 전국의 도·소매점과 거래하고 있다면 아무리 바이어가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연관성 없는 품목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서 장기적으로 전략을 짜고 세세하게 관리하기란 불가능하다. 소수의 주력품목으로 사업이 잘되어서 규모가 커지니 당장 자신이 현재하는 품목과 연관성 없는 품목이 돈 될 것 같아서 취급하는 것인데 당연히 전문성이 없고 단기적인 이득만 보고 시작했기 때문에 마케팅에 대한 전략과 철학이 없어 영업활동이 주먹구구식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취급하는 품목이 조금 어려워지면 새로운 품목을 찾는‘철새’바이어일 수 있는데 처음 이런 바이어를 만나면 바이어의 규모와 다양하게 취급하는 품목 때문에 끌리게 되지만, 결국에는 이들은 자기는 유통할 능력이 되는데 새로운 품목이라 홍보가 필요하다며, 광고비와 같은 비용지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자금을 지원받아 조금 해보다가 되면 좋고 안 되면 접으려고 하는 것이다. 남의 돈으로 공짜로 사업하게 되니‘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라는 마음자세를 가지면, 조금 어렵다 싶으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무조건 이런 바이어는 피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바이어가 가격만 따지든, 관련 없는 여러 품목을 동시에 취급하고 있든, 대금 결제 확실하고 제품만 잘 사가면 문제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는 시장이 매우 작고 유통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이 들어오면 같은 업계의 다른 바이어들은 바로 새로운 제품의 출현을 인지하고 지켜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위와 같이 잘못된 바이어를 만나서 수출이 중단되면 업계에는 실패한 제품으로 낙인이 찍히게 되고 다시 새로운 바이어를 찾고 거래를 시작했을 때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실제로 한국 에너지 드링크가 캄보디아에서 대박을 치면서, 수많은 음료기업이 과일음료수를 소개하러 간 적이 있다. 음료수 캔을 본 바이어가 말하길, 한때 캄보디아에서 유통이 되던 음료수라고 하면서 자신은 새로운 것을 원하지 이미 시장에서 실패한 브랜드는 관심이 없다고 해서 아무 소득을 얻지 못한 적이 있다. 그 이후 다른 음료수 바이어들과도 만났지만, 이미 그 한국제품을 잘 알고 있었고, 비슷한 이유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캄보디아 바이어와 소비자는 위와 같은 실패사례의 경우 수입상의 마케팅 실패로 생각하지 않고 제품의 실패로 생각한다. 이로 인해 겨우 찾게 된 새로운 바이어는 실패한 제품을 내가 팔아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무리한 가격과 결제조건을 요구할 수 있고, 설사 거래가 되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번번이 제품이나 한국기업의 잘못으로 몰아가고, 잘되면 자기가 잘했다고 여기게 되어 동등한 파트너로서의 관계가 흐트러져 장기적인 사업 진행에 크고 작은 오해와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작아 새로운 브랜드가 항상 주목받는 캄보디아 시장에서는 성급한 바이어 선정으로 인한 실패는 해당 브랜드의 장기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다. 성실하고 가능성 있는 바이어 선택을 통해 차후 시장 성장과 함께 다가올 기회를 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