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아세안 회의는 어떻게 돌아가는가?


주아세안 대한민국 대표부 박병호 서기관



아세안은 연중으로 수많은 회의를 개최한다. 1년에 천 개 이상의 회의를 개최한다. 아세안 의장국이 1년 마다 바뀌기에 아세안 회의들도 보통 1년 단위로 일정이 계획된다. 아세안 사무국은 보통 연말에 다음해 개최 예정인 아세안 회의 일정표 초안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데, 2020년 일정표는 길이가 무려 31 페이지나 된다. 그 만큼 정치안보·경제에서부터 문화예술·체육·청소년 등 우리가 생각할 수 거의 모든 협력 분야에서 실무 그룹 회의에서부터 정상회의까지 각 급에서 수시로 아세안 회의가 개최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오늘 지면을 통해서는 연간 아세안 회의가 어떻게 준비되고 진행되는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 하고자 한다.


아세안 의장국은 매년 나라 이름의 알파벳순으로 바뀐다. 금년에는 아세안 10개국 중 알파벳순으로 마지막인 베트남이 의장이었고, 내년에는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브루나이가 의장국이 된다(2022년에는 캄보디아가 의장국). 10년에 한번마다 의장직을 수임하게 되어 있는 구조이다. 의장국이 되면 미·중·일·러 등 전 세계 주요 정상들이 참여하는 회의도 자국에서 개최하는 등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에 아세안 회원국들은 의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몇 년 전부터 준비를 하게 된다.


대다수 아세안 회원국들은 의장직 수임 최소 2년 전 부터 범정부 차원의 Task Force를 구축하여 자국이 의장직이 수임하는 기간 동안 추진코자 하는 여러 사업들의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의장국 주제(Chair’s Theme)를 정하게 된다. 참고로 베트남이 올해 내세운 주제는 『단결하고 대응하는 아세안 (Cohesive and Responsive ASEAN)』이다.


준비해야할 것은 성과사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의장국에서 개최되게 되어 있는 수십·수백개의 아세안 회의들의 의전·경호·행정 사항 등을 준비하는 것도 엄청난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의 어려움과 중압감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우리나라가 2010년도에 G20 정상회의 개최를 준비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된다. 당시에 우리나라도 범정부 차원의 총력을 기울여서 회의를 준비한 바 있다.


이러한 지난한 준비 과정을 거쳐 신임 아세안 의장국은 연 초에 업무를 시작하게 되는데, 연간 아세안 회의는 1월 초 중순 개최되는 아세안 외교장관 회동(Retreat)에서부터 박차를 가하게 된다. 회의가 아니라 회동이라고 하는 것은 외교장관들이 다소 편안한 분위기에 모여서 주요 이슈 및 당해 아세안 업무 추진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기 때문이다. 당해 아세안 업무의 큰 틀이 잡히는 중요한 기간이다. 아세안 경제장관들도 이와 유사하게 연초에 회동하여 경제 업무의 방향을 정하게 된다.


아세안 외교장관 및 경제장관 리트리트에서 주요 업무 방향이 정해지면, 이제는 각국의 차관·차관보급의 고위관리회의(SOM) 대표들이 실무 차원의 이행 방안을 논의하고 상반기에 개최되는 정상회의 준비에 나서게 된다. 참고로 아세안 정상회의는 일 년에 두 번 개최된다. 아세안 정상들만 참석하는 정상회의가 상반기에 한번 개최되고, 한국과 미·중·일·러 등 대화상대국 정상들도 참석하는 정상회의가 연말에 개최된다.


상반기 개최되는 아세안 정상회의는 의장국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4월에서 5월 사이에 개최된다. 상반기 정상회의는 아세안 회원국들만 참석하는 만큼 주로 아세안 내부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로 아세안 공동체를 강화하고, 아세안의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룬다. 2018년 및 2019년 상반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비전 성명들도 이러한 점을 반영하고 있다. 2018년 4월말 개최된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당시 의장국인 싱가포르는 『복원력 있고 혁신적인 아세안을 위한 아세안 정상 비전 성명』을 채택하였고, 2019년 상반기 정상회의에서 당시 의장국인 태국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파트너십 추진 성명』을 채택하였다. 모두 아세안의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아세안이 직면한 도전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내용이었다.


상반기 아세안 정상회의가 마무리되면, 이때부터는 아세안의 대화상대국들이 보다 활발히 아세안 회의 프로세스에 참여하게 된다. 간단히 말하면, 상반기는 아세안 회원국간 관계를 돈독히 하는 기간이고, 하반기는 아세안이 대화상대국들과의 파트너십을 확대·강화해 나가는 기간이다.


보통 7월말 8월초에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PMC)가 개최되는데, 북한이 참여하여 우리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도 동 기간에 열린다. 이 기간은 아세안을 담당하는 한국 외교관들에게도 매우 바쁜 시기이다. 우리 외교부 장관이 동 기간에 참여하는 장관회의가 ① 한-아세안 ② 한-메콩(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 ③ 아세안+3(한중일) ④ EAS(아세안+한중일+미국·호주·인도·러시아·뉴질랜드 참석) ⑤ ARF 등 다섯 개나 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외상이 참석하는 ARF 외교장관회의에 대한 우리 언론의 관심이 매우 크다. ARF 외에는 남북 외교장관이 같이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국제회의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매년 ARF 회의 기간 동안 남북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되는지 여부가 언론의 주요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8월초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의장국 업무의 7부 능선을 넘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아세안 회의는 잠시 소강 상태로 접어든다. 하지만 9월부터는 다시 보통 11월 중순 개최되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준비에 돌입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동 정상회의에는 역내외 주요 강대국 정상들이 참여하기에 전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이며, 활발한 정상 외교가 이뤄지는 만남의 장이기도 하다.


11월 정상회의는 의전·경호·행정 등에 있어서 의장국 및 참여국들에게 매우 어려운 준비과정을 요구한다. 주요 강대국 정상들이 다수 참석하다보니, 숙소를 미리 선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고려하고 처리해야할 업무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아직 개도국인 일부 아세안 회원국에서는 정상들이 머무를 수 있는 숙소가 충분히 않은 경우가 다반사이기에 회의 개최 최소 몇 달 전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겪을 수 있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다보니 의장국에게도 자국을 홍보할 수 있는 기간임과 동시에 최대의 스트레스 기간이기도 하다.


11월 정상회의 폐회식에서는 보통 당해연도 의장국이 차기 의장국에게 의장국 지위를 넘기기 때문에 11월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사실상 당해년도 의장국의 업무는 마무리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상회의가 끝나면, 당해년도 의장국은 한 해의 성과를 돌이켜보며 평가하고, 차기년도 의장국은 1월부터 숨가쁘게 이어질 아세안 연간일정을 준비하는 것이다.


올해도 위에서 설명한대로 1월 다낭에서 개최되었던 아세안 외교장관 회동을 시작으로 아세안의 연간 일정이 숨가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경제장관회의, 재무장관회의, 보건장관회의 등이 모두 연기되거나, 화상회의로 대체되었고, 4월 초에서 6월말로 연기된 아세안 정상회의는 물론, 8월 초로 예정된 우리가 참여하는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도 대면회의로 개최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세안은 보건‧검역상 필요로 인한 사실상 국경폐쇄, 항공 운항 중단 등 대면회의가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보건‧경제 장관회의는 물론, 아세안 자체 정상회의 및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화상회의 형식을 통해 개최하여,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하였다.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및 정상회의가 대면회의로 이루어지든, 화상회의로 이루어지든, 우리는 이에 적극 참여하여 아세안과 코로나19 대응 및 경제사회적 여파 최소화 방안뿐만 아니라, 향후 한-아세안 관계 강화‧발전 방안에 대해 지속 논의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