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고졸’… LPGA에서는 증가 추세

미국 유명 골프 칼럼니스트 렌덜 멜은 작년 11월 ‘미국 여자 골프의 몰락’을 주제로 한 칼럼에서 “미국 여자 골프 선수들은 대학 공부 때문에 프로 데뷔가 늦어져 아시아 선수들에게 뒤처진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아시아 선수’는 ‘한국 선수’를 뜻한다.

그는 또 “현재(2016년 11월 둘째 주) 여자 골프 세계랭킹 10위 이내에는 대학을 다닌 선수가 없다”고 못 박았다.

30년 동안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LPGA)투어를 취재한 베테랑 골프 전문 기자인 그가 칼럼에 쓴 이 내용은 그러나 상당 부분 틀렸다.
그는 LPGA투어를 휩쓰는 한국 선수들이 대부분 대학을 졸업했거나 대학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가 칼럼에서 언급한 작년 11월 14일 자 여자 골프 세계랭킹 10걸 가운데 리디아 고, 전인지, 김세영, 장하나, 박인비, 박성현 등 6명은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대학을 졸업했다. 틀린 내용을 칼럼에 쓴 셈이다.

뛰어난 선수가 샘 솟듯 배출된다면서 미국 골프 전문가들이 부러워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도 정상급 선수는 대부분 대학 재학생이거나 대학을 졸업했다.

작년 상금랭킹 10걸 10명 모두 대학생이거나 대학 졸업자다. 상위 랭커 뿐 아니다. KLPGA투어에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고졸 선수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KLPGA 투어 관계자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투어를 뛰는 선수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니는 대학 이름을 경기복에 달고 경기를 치르는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멜이 KLPGA투어 대회 중계방송을 봤다면 프로 대회가 아닌 대학 골프 대항전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미국 여자 골프 선수들은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한 수준 높은 기술과 정신력을 대학을 다니면서 완성한다.

미국 대학 골프부는 대개 뛰어난 코치와 시설을 갖추고 있고 수시로 열리는 대학 골프 경기를 통해 경기 운영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LPGA투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선수들은 대부분 대학에 진학해 대학 골프 무대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뒤 프로에 뛰어들었다.

LPGA투어에서 전설급 업적을 이룬 낸시 로페스, 줄리 잉스터(이상 미국), 등은 모두 대학을 다닌 뒤 LPGA투어에 데뷔했다.

스테이시 루이스도 대학을 졸업하고 23살 때 LPGA투어 무대에서 등장했다.

대학 진학은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였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뛰어난 선수가 대학 진학을 외면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렉시 톰프슨은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일찌감치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브룩 헨더슨 역시 대학을 포기하고 직업 선수의 길을 선택했다.

골프채널에 따르면 지난해 LPGA투어 우승자 가운데 미국 대학 골프 무대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선수는 3명뿐이다.

이 매체는 2010년 이후 LPGA투어 메이저대회 챔피언 가운데 미국 대학 골프 선수 출신은 루이스, 모 마틴, 브리타니 랭(이상 미국) 등 3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LPGA 투어에 데뷔한 메간 캉(미국)은 대학 진학과 LPGA투어 진출을 놓고 고민하다 프로 전향을 선택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그는 “내 또래인 헨더슨과 리디아 고가 정상급 선수로 이미 자리 잡은 걸 보고 대학을 다니다가는 더 뒤처지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대학 진학을 접은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선수들이 대학 대신 프로 무대로 직행하는 이유는 대학이 아니라도 스윙과 경기 운영 능력을

갈고닦을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자 골프 선수의 롤모델로 꼽히는 줄리 잉스터(미국)는 “우리 세대는 대학이 아니면 골프 스윙과 경기 운영을 배울 곳이 없었다”면서 “요즘은 재능이 뛰어난 주니어 선수는 일찌감치 전문 코치와 매니지먼트 회사가 붙어서 실력을 꽃피우는 시스템이 발달해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여자 골프 선수가 대부분 대학을 다니지만, 미국에서는 대학이 골프 선수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한 현상은 한국과 미국 대학의 차이에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한국 대학은 프로 골프 선수들에게 상당한 배려를 해준다.

출결이나 각종 시험 등에서 편의를 봐준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미국 대학은 대학 대표 선수로 활동하는 아마추어 선수도 학사 관리가 엄격하다. 학교 대표로 대

학 골프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프로 선수에게는 더 가혹하다.

대학을 다니면서 프로 선수로 활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타이거 우즈(미국),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프로 전향과 함께 다니던 대학을 중퇴했다.

작년 연말부터 국내 대학도 재학 중인 프로 골프 선수들 학사 관리에 고삐를 바짝 잡아당긴다고 알려졌다.

미국에서 시작된 여자 골프 선수의 대학 진학 기피 현상이 한국에도 확산될 지 관심사다.
[연합뉴스 | 권훈 기자 |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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